“땅콩 리턴? 사실은 내가 했다.”

2014.12.28 18:00

그저 묵묵히 일하며 살고 싶었는데 이제 할 말은 해야겠어요.

요즘 땅콩 리턴이네, 콩가루 인성교육이네, 콩밥을 먹여야 하네, 온통 여기저기서 콩, 콩 소리만 들리는데요. 정작 비행기를 돌려세운 장본인은 바로 나, 토잉카(Towing Car)라구요.

 

 

1. 비행기는 뒤로 갈 수 없다?

 

비행기는 후진하지 않아요.

자동차처럼 사이드미러나 백미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조수석에 오른팔을 걸치면서 뒤돌아 볼 수도 없는데 어떻게 후진을 하나요?

 

로가디스 제공

 

 

 

 

2. 농담하는 거지? 설마 그런 이유로 후진을 안 한다?

 

비행기는 자동차와 달라요.

엔진의 힘이 바퀴로 전달되지 않거든요. 자동차가 후진하는 것처럼 뒤로 갈 수 없어요.

 

airliners.net 제공

 

 

 

 

3. 비행기는 무조건 전진이란 건가?

 

전진이죠.

 

전! 진! - 동아닷컴DB 제공

 

비행기는 엔진에서 배기가스를 분사할 때 나오는 힘으로, 앞으로만 나아가는 거예요.

뉴턴의 제 3법칙 ‘작용-반작용’ 들어봤죠? 로켓은 아래로 내뿜은 기체의 힘으로 발사되는 거잖아요?

마찬가지 원리로 비행기는 뒤쪽으로 기체를 내뿜게끔 돼 있어서 앞으로만 갈 수 있는 거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4. 그럼 후진을 아예 못한다는 말?

 

굳이 하겠다면 하는 건데. 단 ‘역추진 장치’가 있는 비행기에 한해서요.

착륙할 때 속도를 줄여주는 장치인데, 엔진이 뒤로 내뿜은 기체를 덮개 같은 걸로 차단하는 역할을 해요. 그러면 기체가 역류해서 앞 방향으로 분사되겠죠.


이 때 작용-반작용의 원리에 따라 비행기에 뒤쪽으로 밀리는 힘이 작용하고, 그러면 그 저항력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줄어들겠죠.

 

위키피디아 제공

 

 

 

 

5. 그러니까 후진을 할 수 있다는 건가?

 

비행기가 정지해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때 역추진 장치가 가동된다면 비행기는 제자리에서 후진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굳이 이 장치를 쓰면서 후진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 '역추진 장치'로 후진하는 노스웨스트항공의 DC9 기종. 유투브 제공 www.youtube.com/watch?v=ID3jfc39x3E 

 

 

 

6. 하긴, 조금 어색한 방식이긴 한 듯?

 

이 역추진 장치를 공항 터미널 앞에서 쓰면 어떻게 되겠어요?

앞쪽으로 내뿜은 강력한 공기가 터미널 외벽이나 주변 시설에 큰 손상을 줄 수 있어요.

또 앞으로 분사된 공기는 더 강력한 힘으로 엔진 속으로 다시 들어가는데 엔진을 망가뜨릴 수 있죠. 연료 소모도 많구요.

 

 

 


7. 그래도 후진은 하긴 해야 할 텐데.

 

그 때 등장하는 게 바로 나, 토잉카예요.

 

 

◎ 토.잉.카. 그는 누구인가?

 

토잉카는 비행기를 ‘뒤로 밀어서’ 후진시키는 특수차량이다.

출발 준비를 끝낸 비행기를 게이트에서 유도로까지 쭉쭉 밀어주는 역할을 한다.

 

위키피디아 제공

 

 

토잉바(Towing Bar)라는 강철 막대를 비행기 랜딩기어(앞바퀴 부분)에 연결해 밀어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 유투브 제공 www.youtube.com/watch?v=DK5A6O5EVHA  

 

 

최근에는 랜딩기어를 감싸 안고 살짝 들어 올려서, 밀어내는 방식을 쓰기도 한다.

토잉바 방식보다 2배 이상 빨리 후진시키고, 기종과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유투브 제공 www.youtube.com/watch?v=CKCd-mHC31Q 

 

 

 

모든 항공기 출발의 첫 단계는 토잉카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땅콩 리턴’에서 토잉카는 비행기를 8미터 가량 밀어내다 조종사의 연락을 받고 다시 탑승게이트 쪽으로 끌어당겼다.

 

얼핏 별 일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공항 지상에서는 수십 대의 항공기가 톱니바퀴처럼 움직여야 한다. 땅콩 리턴을 감행한 비행기는 A380으로 가장 큰 기종인데다, 뉴욕 JFK공항은 이착륙 항공기가 많아 평소에도 매우 혼잡하기로 유명하다. 이번처럼 돌출적인 리턴은 주변 항공기와 지상관제까지 혼란을 줄 수 있다. 더구나 안전 운항에 집중해야 할 기장과 승무원이 업무방해를 받고 폭언과 위협에 시달리는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

 

 

 

 

 

8. 오호, 왠지 귀엽게 생겼어. 어떻게 그런 괴력을 발휘하는 거지?

 

납작한 상자에 큰 바퀴가 달린 모양이 꼭 레고 장난감 같죠?

 

airport-technology.com 제공

weyer.aero 제공

 

하지만 몸값이 비싸요. 10억 원에 육박하는 친구도 있어요.

 

대형 항공기를 밀어내는 토잉카는 자체 무게가 45톤이나 나간다는데, 한 자료에 따르면 최고속도는 시속 30km 수준, 전진기어 4단에 후진기어 3단 장착, 배기량은 약 1만cc에 엔진 출력이 무려 700~1000마력 수준이라니까 힘 하나는 엄청나죠?

 

 

◈ 감수 : 이호일 중원대 항공운항과 교수, 前 아시아나항공 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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