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걸린 영화 ‘엑스맨 2’ 영상콘티 3일 만에 뚝딱

2014.12.05 07:00

‘John and Tom(존과 톰)’ ‘Bump(부딪치다)’ ‘Point(손가락질하다)’.

 

원정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연구원이 모니터에 떠 있는 낱말 카드 3개를 끌어와 선으로 연결한 지 몇 분 뒤, 화면에는 거짓말처럼 두 사람이 부딪쳐 손가락질을 하며 시비가 붙는 영상이 나타났다. 이제희 교수팀이 최근 새롭게 개발한 차세대 영상 콘티 제작 프로그램이다.


영상 콘티는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제작할 때 시나리오만 나온 상태에서 감독이 각 장면을 어떻게 만들지 구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일종의 영상 시나리오다. 특히 영화 ‘아이언맨’ ‘엑스맨’ 시리즈 등 특수 효과, 액션이 화려한 영화나 ‘라푼젤’ 같은 애니메이션에는 영상 콘티가 필수다.

 

 

이제희 서울대 교수팀은 여러 단어를 화면에서 연결하는 것만으로 3차원 동영상을 생성하는 영상 콘티 기술을 개발했다. 영화 ‘스내치’에서 싸우는 장면(오른쪽)을 영상 콘티로 재현했다. - 이제희 교수팀 제공
이제희 서울대 교수팀은 여러 단어를 화면에서 연결하는 것만으로 3차원 동영상을 생성하는 영상 콘티 기술을 개발했다. 영화 ‘스내치’에서 싸우는 장면(오른쪽)을 영상 콘티로 재현했다. - 이제희 교수팀 제공

 

 

문제는 이런 영상 콘티 작업이 시간적으로 길게는 1년 정도 걸리고 비용도 수십억 원이 든다는 점이다. ‘엑스맨 2’의 경우 수백 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45분짜리 영상 콘티를 제작하는 데 7개월이 걸렸다. 수십 초 분량의 장면 하나를 만드는 데만 우리 돈으로 1000만~2000만 원이 든다. 영상 콘티가 200개 장면으로 이뤄졌다면 여기에만 20억~40억 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이 교수는 “이 기술을 발전시키면 7개월 걸린 ‘엑스맨 2’의 영상 콘티를 1주일이면 완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희 교수팀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영상콘티를 제작하는 모습. 단어카드를 순서대로 연결하면(왼쪽 아래) 모션캡처 라이브러리에서 불러온 동작을 합성해서 그 문장을 표현하는 장면이 생성된다. - 이제희 교수팀 제공
영상콘티 제작 프로그램. 단어카드를 순서대로 연결하면(왼쪽 아래) 그 문장을 표현하는 장면이 생성된다. - 이제희 교수팀 제공

이 교수팀은 지난해 미국 월트디즈니컴퍼니 산하 디즈니연구소의 제안을 받고 연구를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사람의 동작을 저장해 놓은 데이터베이스인 ‘모션캡처 라이브러리’와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단어를 서로 연결시키는 컴퓨터 알고리즘이다. 각 단어를 순서대로 연결한 뒤 모션캡처 라이브러리에서 해당 동작을 가져와 합성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팀이 보유한 모션캡처 라이브러리에는 주먹을 휘두르거나 발로 차는 동작 등 액션 영화에 필요한 동작 270여 가지가 들어 있다. 상대방과 싸우는 장면도 ‘오른팔을 뻗다’ ‘세게 때리다’ 등 세부적인 묘사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이 교수는 “구글 등이 검색 시 정확도가 높은 순서대로 보여주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는 점에 착안해 영상 콘티 프로그램에도 이 기술을 도입했다”며 “단순히 싸우는 장면도 수백 가지가 생성되는 만큼 이 가운데 감독이 원할 만한 장면이 우선순위에 랭크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6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컴퓨터 그래픽 분야 국제 학술대회인 ‘시그래프(SIGGRAPH) 아시아 2014’에서 이 프로그램을 최초로 공개할 계획이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