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바이러스가 장(腸)을 지킨다는데…

2014.11.23 18:00

 

노로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입자 몇 개만으로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노로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입자 몇 개만으로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지속감염을 일으키는 종류의 쥐 노로바이러스가 쥐의 장내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 CDC 제공

우리 장(腸) 속에는 우리 몸의 세포 수보다 10배나 많은 미생물(장내 미생물)이 살고 있다. 장내 미생물은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길러주는 것은 물론, 염증 반응을 완화시켜주거나 유익한 물질을 분비한다.

 

켄 캐드웰 미국 뉴욕대 의대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뿐 아니라 지금까지 불청객으로만 여겨졌던 바이러스가 장내미생물과 같은 유익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네이처’ 19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항생제를 이용해 장내미생물을 모두 제거한 쥐에게 노로바이러스의 한 종류인 ‘쥐 노로바이러스(Murine Norovirus)’를 감염시켰다.

 

‘쥐 노로바이러스’에는 두 그룹이 있다. ‘인간 노로바이러스’처럼 구토와 설사를 일으키는 그룹이 있고, 반대로 별 다른 증상 없이 지속적으로 감염된 상태를 유지하는 그룹이 있다. 연구팀은 증상이 없고 지속감염 상태를 유지하는 두 번째 그룹의 노로바이러스를 쥐에게 감염시켰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의 실험용 쥐는 정상 쥐에 비해 비쩍 마른 상태였다. 장내미생물의 부재로 영양소를 흡수하는 섬모와, 외부 병원체의 침입에 대응하는 면역세포가 제대로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쥐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지 2주가 지나자 미성숙했던 섬모와 면역세포가 정상 수준으로 발달된 사실이 확인됐다. 섬모가 정상적으로 길어지고, 혈액내 면역세포 숫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어서 연구팀은 쥐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와, 그렇지 않은 쥐에게 대량의 항생제를 먹이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러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쥐는 항생제에 의해 장내미생물이 제거되면서 설사 등 심각한 탈수 현상과 함께 장 내에 손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장내 균형을 지켜주던 장내미생물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면 쥐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된 쥐는 탈수 현상이나 장 손상이 훨씬 약하게 나타났다. 항생제로 인해 장내미생물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장에 남아있던 쥐 노로바이러스가 장의 환경을 지키는 데 도움을 준 덕분이다.

 

캐드웰 교수는 “장내에서 유익한 바이러스와 그렇지 않은 바이러스를 분류하고 장내미생물과 어떻게 상호작용 하는지 추가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숙주와 공생하는 수많은 바이러스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한 예시”라며 “바이러스가 항상 숙주에게 해만 끼치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성과가 앞으로도 많이 나올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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