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티누스 석상 복원에 나노 입자가?

2014.10.31 03:00
국내에서는 일제 강점기 시절 시멘트로 보강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한 뒤 에틸실리케이트와 동일한 석재 등을 이용해 복원하는 작업이 2016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 문화재청 제공
국내에서는 일제 강점기 시절 시멘트로 보강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한 뒤 에틸실리케이트와 동일한 석재 등을 이용해 복원하는 작업이 2016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 문화재청 제공

 

 

 

유적 탐방을 하다 보면 시멘트로 얼룩덜룩 보강된 석조 문화재를 자주 접하게 된다. 깨지거나 금 간 곳에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만든 모르타르를 채워 넣은 것인데, 국보 제11호인 익산 미륵사지 석탑처럼 자갈을 더한 콘크리트로 외벽을 보수한 경우도 있다. 

 

흉해 보이긴 해도 시멘트는 지금까지 가장 뛰어난 재료였다. 하지만 시멘트는 석재보다 풍화가 빨리 진행되고 표면이 하얗게 되는 백화현상이 발생한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과학계는 시멘트를 대신할 나노 입자를 선보이며 석조물 복원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유럽 공동 연구진은 나노기술이 적용된 물질을 이용해 폴란드 바르샤바의 하일리거 아우구스티누스 석상(왼쪽)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 IBZ 프라이버그 제공
유럽 공동 연구진은 나노기술이 적용된 물질을 이용해 폴란드 바르샤바의 하일리거 아우구스티누스 석상(왼쪽)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 IBZ 프라이버그 제공

 

●알코올에 섞은 나노 입자가 시멘트 대체

 

유럽에서는 석조물 복원에 나노기술을 접목한 ‘스톤코어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스톤코어 프로젝트에는 유럽 7개국 1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으며, 독일의 문화재 복원 기업인 IBZ 프라이베르크 대표인 게랄트 치겐발크 박사가 총 책임을 맡고 있다. 

 

스톤코어 프로젝트는 가장 성공적인 복원 작품을 최근 공개했다. 1761년 완공된 폴란드 바르샤바의 성 요세프 성당에 있는 하일리거 아우구스티누스 석상이 그 주인공이다. 이 석상은 오른손이 완전히 파괴되고 얼굴을 알아보기 힘든 상태였다. 치겐발크 박사팀은 알코올에 소석회(수산화칼슘) 나노 입자를 섞은 물질을 개발해 복원에 성공했다.

 

이 과정은 석회 입자를 작게 만드는 나노기술이 핵심이었다. 알코올에 석회 입자를 섞을 때 입자의 크기가 크면 산성도(pH)가 강해지기 때문에 중성에 가깝게 유지하려면 석회 입자가 작아야 했다.

 

연구팀은 50~15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로 만든 입자를 알코올 1L에 10~50g씩 섞은 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물질을 석상의 손상된 부위에 바르면 알코올이 증발하고 남은 입자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반응하면서 원래 석상과 비슷한 탄산칼슘(방해석)이 된다.

 

치겐발크 박사는 “이 물질은 석조물에 낀 미생물을 제거하는 데도 효과적”이라며 “알코올이나 입자를 다른 종류로 바꾸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진은 불국사 다보탑 복원 과정에서 갈라진 틈에 실리콘 관을 꽂고 주사기로 에틸실리케이트와 무기질 성분이 포함된 용액을 채워 넣었다. - 문화재청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진은 불국사 다보탑 복원 과정에서 갈라진 틈에 실리콘 관을 꽂고 주사기로 에틸실리케이트와 무기질 성분이 포함된 용액을 채워 넣었다. - 문화재청 제공

 

 

●다보탑 복원에도 나노기술 쓰여

 

국내 석조물 복원에도 비슷한 방식의 나노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2010년 복원 완료된 불국사 다보탑에는 에틸알코올에 석영(실리카) 입자를 섞어 만든 ‘에틸실리케이트’가 많이 쓰였다. 필요에 따라 다보탑의 재질과 동일한 응회암 가루를 더 섞기도 했다.

 

다보탑은 오랜 세월 자연에 노출되면서 내부에 군데군데 틈(공극)이 발생했다. 다보탑의 석재에는 물에 녹기 쉬운 장석 등이 포함돼 있는데, 빗물에 장석이 빠져나가면서 틈이 생긴 것이다. 복원팀은 이 사이에 실리콘 관을 끼워 에틸실리케이트를 채워 넣었다.

 

이 물질은 석재를 강화하는 데도 효과 만점이었다. 석재를 잘 말린 뒤 이 물질에 담그거나 표면에 바르면 석재 구석구석에 들어가 물이 침투하지 않게 막고 강도를 높인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태종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현재 복원 중인 미륵사지 석탑과 불국사 3층석탑(석가탑)에도 에틸실리케이트에 각 석재와 비슷한 나노 입자를 첨가한 물질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석재 쓰는 나라 간 협력 활발

 

석조물 복원 연구에는 유난히 국제 공조가 활발하다. 인접 국가의 석조물 재질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석조물은 대부분 석회석, 사암, 대리석 등 퇴적암으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는 화산 활동으로 생긴 화강암류의 화성암이 많이 쓰였다.

 

이선명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는 “우리나라도 1995년부터 석재나 기후환경이 비슷한 일본과 석조문화재 보존과 복원을 위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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