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내 인간 단백질 지도 완성”

2014.10.10 03:00

8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인간프로테옴기구(HUPO)의 연례학회. - 마드리드=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제공
8일 마드리드에서 열린 세계인간프로테옴기구(HUPO)의 연례학회. - 마드리드=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제공

5일 ‘정열의 나라’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의 아침을 깨우는 무리가 있었다. 서머타임(일광절약시간제)의 끝자락이어서 해가 채 뜨지 않은 오전 7시 반, 어둠을 뚫고 한 무리의 생명과학자들이 한 곳을 향해 걸어간다. 이들의 도착지는 마드리드 전시장(IFEMA). 8일까지 세계인간프로테옴기구(HUPO)의 연례학회가 열리는 곳이다. 학회장에는 이미 수많은 과학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인간 단백질 전체를 뜻하는 프로테옴 연구를 위해 전 세계 50개국 1400여 명의 과학자가 모였다.

 


●질병과 약의 비밀, 단백질로 푼다


“10년 내에 인간의 질병과 약에 대한 커다란 수수께끼를 풀어낼 것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윌리엄 행콕 HUPO 부회장(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은 “2022년 9월 ‘염색체 기반 인간프로테옴프로젝트(C-HPP)’가 완료되면 인간의 모든 단백질 정보를 확보할 수 있어 질병이 발생하는 원리와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이처럼 단백질에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2003년 인간게놈프로젝트가 완료되면서 인간의 ‘설계도’인 유전자 지도를 완성했지만 인간을 구성하는 ‘부품’ 즉 단백질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다. 설계도가 가리키는 위치에 부품이 실제로 있는지, 각 부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2010년 세계의 생명과학자들이 힘을 모아 시작한 프로젝트가 바로 C-HPP이다.


문제는 단백질을 만드는 인간 유전자는 2만여 개인데, 유전자 하나가 약 10가지의 단백질을 만들고 상황에 따라 각 단백질의 특성이 마구 바뀐다는 점이다. 더구나 유전자가 가리키는 단백질의 ‘주소’를 따라가도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 때문에 이번 학회에서는 ‘미확인(missing) 단백질’을 더 빨리, 더 많이 찾는 다양한 기술들이 소개됐다.


인간프로테옴프로젝트(HPP) 회장인 길버트 오멘 미국 미시간대 교수는 “지금까지 시료 속의 단백질을 찾기 위해 질량을 분석하거나 항체 등을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RNA가 발현되는지 등의 정보를 추가로 이용하면서 미확인 단백질의 80%를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초기 간암도 정확히 진단


이번 학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발표자는 아킬레시 팬디 교수였다. 마지막 날이었지만 팬디 교수의 발표장에는 200석 규모의 강의실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의 연구팀이 ‘네이처’ 온라인판 5월 28일자에 인간프로테옴의 첫 번째 밑그림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팬디 교수팀은 성인과 태아의 조직을 분석해 단백질을 만든다고 알려진 유전자의 약 84%에 해당하는 1만7294개 유전자가 정확히 어떤 단백질을 만드는지 밝혀냈다. 팬디 교수는 “인간의 뇌, 간, 폐 등 각 장기에서 발견되는 특이 단백질을 확인한 성과도 거뒀다”고 말했다.


프로테옴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벌써부터 실질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백융기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는 “간암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표지 단백질(바이오마커)을 발견해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간암을 진단하기 위해 다양한 유전자와 단백질을 활용했지만 정확도가 떨어지고 간염, 간경화 등과 구분이 안 되는 한계가 있었다. 백 교수팀이 발견한 간암 표지 단백질은 간암 환자에게만 발견된 것으로 초기 간암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백융기 연세대 교수가 염색체 기반 인간프로테옴 연구가 질병 진단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마드리드=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제공
백융기 연세대 교수가 염색체 기반 인간프로테옴 연구가 질병 진단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마드리드=이재웅 기자 ilju2@donga.com 제공

 ●세계 단백질 연구, 한국이 주도


스페인에서 열린 HUPO에서는 한국인 과학자의 리더십도 돋보였다. 백 교수는 HUPO의 창립 멤버이자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C-HPP 회장을 맡고 있다. C-HPP 본부도 연세대에 있는 연세프로테옴연구원에 설치돼 있다. 팬디 교수팀의 연구 역시 김민식 미국 존스홉킨스대 박사가 제1저자로 연구를 이끌었다.


행콕 교수는 “한국인 과학자의 리더십과 추진력, 협력하는 능력이 젊은 과학자들의 뛰어난 역량과 결합하면서 C-HPP의 성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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