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자의 문화산책]우표 속 세상, 사라져가는 과학기술

2014.09.15 09:27
1968년 발행된 과학기술 진흥 특별우표 - 우정사업본부 제공
1968년 발행된 과학기술 진흥 특별우표 - 우정사업본부 제공

 

 

 

한때 우표 수집은 인기 있는 취미 중 하나였다. 적은 돈으로 각양각색의 우표를 수중에 넣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메일과 SNS가 활성화된 뒤 우편물을 보낼 일이 줄면서 우표 수집은 소수 마니아층의 몫으로 남고 말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표는 시대의 주요 이슈와 상징을 확인할 수 있는 표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도 2014 FIFA 브라질월드컵과 제17회 인천아시안경기대회와 같은 주요 스포츠 이슈를 기념하는 우표가 발행됐으며 2014 ITU전권회의,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 기념우표가 발행되며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를 알리는 데 한몫 했다.

 

우표만 보더라도 시사 상식과 시대를 읽는 눈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저명한 우표수집가인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은 “우표에서 배운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보다 더 많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국내 과학기술 발전의 흐름도 우표를 통해 살필 수 있다. 국내 과학기술 관련 우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1968년 발행된 ‘과학기술의 진흥’ 특별우표다. 이 우표는 1967년 과학기술처가 출범한 이후 과학기술 진흥 5개년 계획을 추진하고 생활의 과학화 운동을 진행하는 등 과학기술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

 

이 우표를 시작으로 1969년에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기념하는 우표 5종이 발행됐다. 같은 해에 준공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를 기념하는 우표도 눈길을 끈다. KIST 관련 우표는 이후 2종이 더 발행됐는데, 1976년과 1996년에 각각 KIST 창립 10주년, 30주년을 기념해 나왔다.

 

과학기술 관련 우표는 주로 ‘과학의날’인 4월 21일을 맞아 발행됐다. 1977년 과학의날 10주년 기념우표가 발행됐으며, 1986~1990년에는 매년 과학의날(4월 21일)에 첨성대, 금속활자 등 우리 조상의 과학기술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담은 과학시리즈 우표가 발행됐다.

 

국제적 과학 이슈를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발행된 우표도 있다. 1982년에는 국제 극관측 100주년 기념우표와 우주공간의 개발 및 평화적 이용 특별우표가 발행됐으며 1995년에는 엑스선(X선) 발견 100주년 기념우표가 선보였다.

 

과학기술이 아닌 과학기술자에 주목한 우표가 발행된 경우도 있다. 1983년에 발행된 ‘국내외 한국 과학자학술회의’ 기념우표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재미·재유럽 한국과학기술자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회의 10주년을 기념하고 있다.

 

2004년 세계우표디자인공모전
2004년 세계우표디자인공모전 '생명과학' 부문 최우수작에 선정된 김동민 군의 작품을 담은 우표 - 우정사업본부 제공

국민이 우표 디자인에 참여한 우표도 눈길을 끈다. 2004년 과학의날에는 2004년 세계우표디자인공모전 청소년 부문 ‘생명과학’ 최우수작에 선정된 김동민 군의 작품을 담은 우표가 선보였다. 당시 ‘우주과학’ 최우수작인 인도 라디카 카크라니아의 작품을 담은 우표도 함께 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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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최근 들어서는 과학기술계를 대변하는 우표 발행 건수가 줄고 있다. 2008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20주년을 맞아 발행된 특별우표 2종과 2009년 세계천문의해 기념우표 2종 이후 과학기술 관련 우표의 명맥이 거의 끊기고 말았다.

 

‘과학기술이 창조경제의 원동력’ ‘미래 먹거리가 과학기술에 달렸다’ 이런 말들을 사라질 구호에 그치지 말고 시대의 아이콘이자 역사적 기록물 역할을 하는 우표에 남기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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