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에겐 신토불이 장수 유산균 ‘LF9988’

2014.09.12 03:00
이연희 서울여대 교수팀, 요구르트 제품으로 상업화에도 성공
이연희 서울여대 교수(앞줄 맨 오른쪽)가 이끈 연구진이 전북 순창군 귀주마을 등 8곳에 사는 장수인의 장 속에서 한국형 장수 유산균 ‘LF9988’을 발굴해 상업화에 성공했다. - 서울여대 제공
이연희 서울여대 교수(앞줄 맨 오른쪽)가 이끈 연구진이 전북 순창군 귀주마을 등 8곳에 사는 장수인의 장 속에서 한국형 장수 유산균 ‘LF9988’을 발굴해 상업화에 성공했다. - 서울여대 제공

 

 

 

불가리아에 ‘락토바실루스 불가리쿠스’가 있다면 한국엔 ‘LF9988’이 있다. 세계적 장수마을인 불가리아 스몰랸 지역 주민의 장과 이들이 매일 마시는 요구르트 속에서 발굴한 ‘락토바실루스 불가리쿠스’는 불가리아를 대표하는 장수 유산균이다. 이연희 서울여대 원예생명조경학과 교수팀은 최근 국내 장수인에게서 ‘한국형 장수 유산균’ LF9988을 발굴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유산균은 장 기능과 면역력을 높이고 체지방을 떨어뜨리는 등 다양한 기능이 확인되면서 건강 필수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요구르트 속 유산균 대부분이 외국에서 수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인에게 유익하다고 알려진 장내 유산균 ‘락토바실루스 아시도필루스’는 동양인 특히 한국인의 장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연구진이 개발한 유산균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 - 서울여대 제공
연구진이 개발한 유산균을 전자현미경으로 찍은 사진 - 서울여대 제공

이 교수팀은 남양유업과 함께 지난해 4월부터 전북 순창군과 장수군, 전남 구례군에 있는 국내 대표 장수마을 8곳을 찾아가 건강한 장수인 105명의 장 속에 사는 유익균을 조사했다. 그 결과 18종에 속하는 유산균 101개를 발굴했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효능이 있는 유산균을 찾고자 시도한 끝에 안전하면서 건강에 유익한 기능성 유산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전체 유산균 101개 중 29개가 ‘락토바실루스 페르멘툼(Lactobacillus Fermentum)’ 종이었는데, 연구진은 이 가운데 효능이 가장 뛰어난 유산균 하나를 골라 LF9988이라고 이름 붙였다. ‘9988’은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산다’는 뜻으로 장수의 의미가 담겼다.

 

LF9988은 세포막이 두꺼워서 그냥 먹어도 장까지 살아서 도착할 수 있을 만큼 위산이나 담즙에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 세포에 잘 달라붙는 부착성이 뛰어나 장에서 오래 살아남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부착성이 떨어지는 유산균은 1주일이면 사라지고 만다.

 

LF9988은 안전성에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유럽에서는 일부 유산균에서 항생제 내성을 전이할 수 있는 유전자가 발견되면서 안전성 논란이 일었다. 유산균의 내성이 사람에게 전이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연합(EU)은 전이 가능성이 있는 유산균의 유통을 금지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다행히 LF9988에서는 내성 전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이 개발한 한국형 장수 유산균은 기존 요구르트 제품의 기능을 강화하는데 적용됐다. - 남양유업 제공
연구진이 개발한 한국형 장수 유산균은 기존 요구르트 제품의 기능을 강화하는데 적용됐다. - 남양유업 제공

이 밖에도 LF9988에서는 노화 방지에 필요한 면역 증강 기능과 장내 병원성 세균을 죽여 장을 활성화하는 기능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LF9988의 상용화를 마치고 이 유산균을 첨가한 요구르트 제품을 출시했다. 박종수 남양유업 중앙연구소장은 “한국인의 장에 쉽게 정착할 수 있고 한국 음식과 가장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유산균을 찾은 덕분에 기존 요구르트 제품의 기능을 강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내에 항생제 내성균주 은행이 설치돼 있어 이 유산균의 안전성을 확실히 검증할 수 있었다”며 “불가리아의 유산균이 전 세계에 알려졌듯이 LF9988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산균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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