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마신 물-와인에도 방사능… 과도한 공포심 버려야”

2014.09.11 10:47
‘대통령을 위한’ 시리즈로 유명한 리처드 뮬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5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경제성이 높고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풍력이 한국에 가장 적합한 신재생에너지”라고 밝혔다. -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제공
‘대통령을 위한’ 시리즈로 유명한 리처드 뮬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5일 동아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경제성이 높고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풍력이 한국에 가장 적합한 신재생에너지”라고 밝혔다. -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제공  
《 “상상해 봅시다. 당신이 대통령이에요. 그런데 테러리스트들이 방사성물질과 재래식 폭탄을 결합한 ‘더티 봄(dirty bomb)’을 뉴욕 맨해튼 중심부에 설치해 놨어요. 대통령인 당신은 뭘 해야 할까요? 어떻게 행동하는 게 정답일까요? 기본 물리학 지식만 있다면 신속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겁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과학고문과 미 국방부 산하 ‘제이슨(JASON)’ 자문위원을 지낸 리처드 뮬러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물리학과 교수(70)는 기자에게 이렇게 물었다. 특수기동대(SWAT)를 보내 폭탄을 제거해야 할까, 아니면 시민들부터 대피시켜야 할까, 이도 저도 아니면 테러리스트들과 협상을 시도해야 하나. 동아일보는 5일 오후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등 ‘대통령을 위한 ○○○’ 시리즈로 유명한 뮬러 교수를 서울대 엔지니어하우스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가 4일 개최한 ‘에너지신산업 대토론회’ 기조연설자로 참석하기 위해 처음 한국을 찾았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도 따로 만나 한국의 대체에너지와 관련한 얘기를 나눴다. 뮬러 교수는 박 대통령과의 대화에 대해서는 비밀이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양해를 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더티 봄을 처리하기 위해 대통령이 알아야 할 물리학 지식은 무엇인가.
“더티 봄은 방사능 오염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핵폭탄처럼 취급되지만 폭탄의 파괴력이나 방사능 위협을 놓고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방사능 폭탄’이라는 이름에서 풍기는 심리적인 위협이 큰 것이지 실제 폭탄의 위력도, 방사능의 위협도 크지 않다. 대통령이 더티 봄의 이런 물리학적인 실체를 알고 있다면 시민들이 불필요한 공포심을 갖지 않도록 결정하고 지시할 수 있지 않겠나.”

―방사능에 대한 대중의 ‘오해’는 어떤 것인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방사능을 띠고 있다. 우주선(宇宙線)이 지구로 계속 날아오기 때문에 매우 당연한 이치다. 우리가 마시는 물도 방사능을 띠고 있고, 와인도 방사능을 띠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와인과 같은 주류가 천연 알코올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방사능 검사를 한다. 와인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으면 가게에서 팔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와인이 방사능을 띠고 있다’고 말하면 다들 놀란다. 방사능은 무조건 나쁘고 해롭다는 잘못된 인식 때문이다.”

방사능을 띠게 만드는 성분은 방사성탄소(C14)다. 대기 중 탄소에는 10억분의 1 정도의 비율로 방사성탄소가 포함돼 있다. 모든 생물체는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마셨다 뱉었다 하는데, 이때 방사성탄소도 함께 들락거린다. 생물체가 죽으면 이때부터 체내에 축적된 방사성탄소가 붕괴하면서 그 양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와인에서도 이 방사성탄소가 검출돼야 와인이 포도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셈이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방사능의 위험성을 보여준 사례 아닌가.
“당시 쓰나미로 1만5000여 명이 사망했다. 이 가운데 후쿠시마 원전 폭발과 방사능 누출로 사망한 사람은 100여 명에 불과하다. 핵 사고로 수천 명이 사망했다고 하는데, 과장된 수치다. 방사능 수치를 따져 보면 더욱 확실하다. 미국의 덴버 지역은 방사성 라돈 가스 때문에 자연방사선 농도가 높다. 덴버 지역의 연간 방사선량은 3mSv(밀리시버트)다. 후쿠시마 사고 6개월 뒤 뉴욕타임스 1면에 도쿄 주변 20개 지역이 방사능에 노출돼 위험하다는 기사가 실렸는데, 이들 지역의 방사능 수치는 덴버보다도 낮은 연간 1mSv였다.”

―원자력이 안전한 에너지라는 뜻인가.
“원자력 발전은 재생 가능하지는 않지만 효율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대안 에너지(alternative energy)’다. 한국도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 기술을 갖추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어떠한 경우에도 핵폭탄처럼 폭발하지는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원자력발전소는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반면 핵무기에는 고농축 우라늄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핵폭탄은 우라늄 중에서도 핵분열이 어려운 U238 대신 핵분열이 되는 U235로만 만들어야 하는데,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U235는 0.7% 정도에 불과하다.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우라늄을 농축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핵폐기물은 여전히 골칫거리 아닌가.
“핵폐기물이 수천 년 동안 방사능을 띠는 것은 맞다. 가령 플루토늄의 반감기는 2만4000년이다. 4만8000년이 지나도 방사능이 4분의 1밖에 줄어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플루토늄은 물에 거의 용해되지 않아서 폐기물 보관지역에서 누출이 발생하더라도 지하수에는 거의 녹아들지 않는다. 지하 핵폐기물 처리 시설을 짓는 기술은 매우 발전했다. 핵폐기물에 대한 심리적인 두려움 때문에 어떤 수준이든 방사능의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문제다. 핵폐기물 문제는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정치의 영역이 됐다. 대통령이라면 원자력발전에 대한 대중의 잘못된 인식이나 두려움을 불식해야 한다.”

―태양전지도 대안에너지가 될 수 있지 않나.
“최근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태양전지 기술이 가장 빨리 발전하고 있다. 2007년 실리콘 태양전지는 W(와트)당 5달러(약 5125원) 정도였지만 매년 가격이 급속도로 떨어져 2011년에는 1달러(약 1025원)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값싼 태양전지의 가격 이면에는 정부의 대규모 보조금 정책이 버티고 있다. 태양광은 풍력이나 원자력 발전에 비해 비용이 3∼6배 많이 드는 신재생에너지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태양전지는 결코 원자력만큼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에너지라고 볼 수 없다.”

―가장 유망한 신재생에너지는 어떤 것인가.
“신재생에너지는 초기 비용이 비싸고 그나마 풍력이 싼 편이다. 한국처럼 천연자원은 부족하지만 기술력이 발전한 나라는 풍력이 대안에너지의 대표 주자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풍력발전기를 갖추고 있다. 셰일가스도 또 다른 대안에너지가 될 수 있지만 한국엔 없지 않나. 한국의 앞선 기술력을 토대로 풍력 기술을 개척해 나간다면 세계 리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지구온난화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데….
“1970년대에는 핵물리학자였다. 그러면서 원자력과 에너지에 관심이 생겼고, 10여 년 전부터는 에너지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구온난화도 연구하게 됐다. 2010년 딸과 함께 비영리단체인 ‘버클리 지구(Berkeley Earth)’를 설립해 지구온난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지구온난화를 연구하던 기상학자들에게 뮬러 교수는 ‘불청객’에 가깝다. 그는 ‘버클리 지구’를 통해 모인 과학자 10여 명과 함께 꼬박 2년에 걸쳐 전 세계 4만여 곳의 관측소에서 기록한 지표면 온도를 모조리 분석한 뒤 기후변화의 ‘교본’처럼 여겨지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의 결함을 조목조목 밝혔다.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인간”이라고 서슴없이 주장하는가 하면 “지구온난화가 오히려 토네이도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초강력 토네이도나 허리케인은 지구온난화의 증거 아닌가.

“강력한 토네이도가 발생할 때마다 지구온난화가 만든 기상이변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 해양대기국(NOAA)이 제공하는 최근 58년간 자료를 분석해 보면 초강력 토네이도의 발생 빈도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토네이도 발생이 지구온난화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앞으로 지구온난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개발도상국이 화석연료를 계속 소비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30∼60년 안에 지구온난화로 지구 환경은 더 악화될 것이 확실하다.”


▼ ‘대통령을 위한…’ 시리즈로 과학대중화 앞장 ▼

뮬러 교수는

리처드 뮬러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물리학과 교수는 ‘대통령을 위한 ○○○’ 시리즈를 써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 시리즈는 그가 2006년 UC버클리에 ‘미래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이라는 강의를 개설하면서 시작됐다. 원자와 열, 방사능, 전기, 빛 등 26개 주제로 이뤄진 당시 강의가 학생들 사이에서 ‘명강의’로 소문이 났다. 강의는 동영상으로 촬영돼 유튜브에 올려져 있다. 뮬러 교수는 2009년 같은 제목의 책을 출판했다.

이 책이 미국 내에서 대학 신입생들에게 필수 교양서처럼 읽히자 뮬러 교수는 2010년 ‘미래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과 기술’이라는 교과서를 집필했다. 현재 이 교과서는 스탠퍼드대를 비롯해 미국 내 50여 개 대학에서 교양필수서로 채택돼 사용되고 있다. 뮬러 교수는 2012년에는 ‘대통령을 위한 에너지 강의’를 펴냈다.

뮬러 교수는 저명한 핵물리학자로 초신성 프로젝트를 이끌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제자인 솔 펄머터 UC버클리 교수는 201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최근 지구온난화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뮬러 교수는 다음 연구 주제로 대기오염을 선택했다. 그는 “매일 3300명이 대기오염으로 사망하고 있다”면서 “최근 중국의 대기오염 현황 분석을 끝냈고 학술지 ‘사이언스’에 논문을 투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생은 누구나 미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열심히 연구하고, 이들에게 연구 내용을 잘 가르치고, 또 나아가 대중에게 이를 알릴 수 있도록 책을 쓰는 일이 진정한 과학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