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자의 문화산책] 안전한 아기 화장품을 찾아서

2014.08.17 18:00

  출산은 새 식구를 맞는 일이다. 따라서 출산을 앞두고 옷, 욕조, 이불 등을 새로 준비하기 마련이다. 이른바 ‘출산 준비물’이다.

 

  

동아일보DB 제공
동아일보DB 제공

  출산 준비물 중에는 아기가 태어난 뒤 사는 편이 좋다는 품목도 있다. 그중 하나가 아기 화장품이다. 화장품 샘플을 받아 아기에게 직접 발라 보고 이중에 아기 피부에 가장 잘 맞는 것으로 구입하라는 것이다. 출산 직후 조리원에서 지낸 아기의 경우, 조리원에서 아기에게 바르는 화장품이 잘 맞는다 싶으면 그걸 선택하라는 조언도 많았다.

 

  실제로 기자가 아기를 낳고 조리원에 가자 화장품을 살 기회가 생겼다. 모 화장품 회사에서 아기 마사지를 알려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그 뒤에는 이 기업의 화장품을 직접 판매했다. 이 자리에서 강사는 “우리 브랜드는 방부제인 ‘파라벤’이 없다”고 광고했다. 

 

  파라벤은 안전성에 논란이 있는 화학물질이다. 파라벤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비슷해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유방암 조직 몇 개에서는 이 성분이 검출되기도 했단다. 또 남자 아이의 경우 정자가 비정상적으로 발달할 수도 있다는 동물 실험결과도 있다.

 

  “파라벤을 안 넣으면 방부제로는 뭘 쓰나요?”


  궁금한 점이 있어 질문했다. 하지만 강사는 파라벤의 해악에 대해서만 설명할 뿐 답은 알려주지 않았다.

 

  나중에 따로 찾아본 결과, 한 방송사에서 이미 이런 내용을 보도한 적이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파라벤 대체 방부제로는 ‘페녹시에탄올’이 있는데, 이 역시 어린 아이의 신경계에 영향을 줘 구토나 설사, 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한다. 논란이 많은 방부제 대신에 아예 ‘핵산디올’이라는 보습제를 쓰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는 미생물의 증식을 막을 수는 없단다.

 

  아기가 태어난지 벌써 1년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어떤 화장품이 아기에게 안전한지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파라벤도, 파라벤 대체 방부제도 논란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생각 같아서는 아기에게 화장품을 아예 발라주고 싶지 않지만, 피부가 건조한 탓에 어쩔 수 없이 화장품을 쓰고는 있다. 하지만 아기 화장품 뚜껑을 열 때마다 찜찜한 기분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런데 최근 아기 화장품 첨가물에 대한 소식이 하나 더 들어왔다. 식약처에서 ‘페닐파라벤’과 ‘클로로아세타마이드’를 화장품 첨가물로 사용할 수 없게 하겠다는 행정 예고를 내 놓은 것이다. 행정예고는 정책이나 제도, 계획을 수립하거나 시행하기 전에 국민에 널리 알리는 절차다.

 

  두 가지 물질은 또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14일 식약처 대변인실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행정예고에 나온 두 물질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주나”라는 질문에 “유럽연합(EU)의 기준도 그렇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으며, 여기에 ‘행정예고’가 무엇인지를 자세히 설명해줄 뿐이었다.

 

  결국 무슨 작용을 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앞으로 첨가물로 금지될지도 모를 페닐파라벤과 클로로아세타마이드가 들어있는 화장품을 한 동안 아기 얼굴에 발라줘야 하는 셈이다. 새삼 동네 문화센터의 천연 화장품 강좌가 왜 그리 인기가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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