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 싱크홀, 지하철 9호선 공사 탓?

2014.08.14 18:00

  최근 서울의 도로 한가운데에 갑자기 구멍이 뻥 뚫리는 현상이 빈번해졌다. 서울뿐 아니라 세계 도심 곳곳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2007년 과테말라의 과테말라시티에 발생한 거대한 싱크홀의 모습.  - 위키미디어 제공
2007년 과테말라의 과테말라시티에 발생한 거대한 싱크홀의 모습. - 위키미디어 제공

  싱크홀은 지반을 받치는 바위가 녹으면서 빈 공간이 생기고 이를 덮고 있던 지표가 빈 공간 속으로 주저앉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지표면만 살짝 파이는 ‘포트홀’과 달리 땅 한복판에 수 m 깊이의 구덩이가 파여 사고 위험성이 크다.

 

  그럼 싱크홀의 원인은 무엇이고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 도심 싱크홀의 원인은 대규모 토목공사

 

  올해 2월 미국 켄터키 주의 자동차 박물관인 콜벳박물관 전시장 안에는 지름 12m, 깊이 10m의 거대한 싱크홀이 발생했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주변이 석회암 지대인데 지하수가 석회암의 성분인 탄산칼슘을 녹여 땅 속에 빈 공간을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싱크홀은 석회암 지대에서 자주 발생한다.

 

  다행히 서울은 단단한 변성암인 편마암 지대가 대부분이다. 도봉구와 관악구는 거대한 화강암 판 위에 놓여 튼튼하다. 결국 서울에서 싱크홀이 일어나는 이유는 자연 현상이 아닌 인위적인 데서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토목공사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5일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에 발생한 싱크홀도 1차 조사 결과 주변에서 진행 중인 지하철 9호선 공사가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터널을 뚫는 과정에서 시공관리 미흡으로 지반이 주저앉았다는 것이다. 2012년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 중에 발생한 싱크홀이나 올해 2월 캐나다 오타와 지하철 공사 중에 발생한 싱크홀과 같은 이유다.

 

 

5일 서울 송파구에 발생한 싱크홀을 메우는 모습.  - 동아일보DB 제공
5일 서울 송파구에 발생한 싱크홀을 메우는 모습. - 동아일보DB 제공

  다만 두 달 사이 이 지역에 싱크홀이 5개나 발생했다는 점에서 제2롯데월드 건설 공사의 영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2롯데월드 건설 과정에서 땅 속으로 37~38m를 파 내 주변 지반을 받치고 있던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지반에 구멍(공동)이 생겨 지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2롯데월드는 지반을 콘크리트로 막았으니 안전하겠지만 인근 지역에 미칠 영향은 두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상하수도관 노후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오래된 상하수도관에서 새어나온 물이 주변을 꾸준히 녹여 구멍을 만들었다는 건데, 이 경우 일제강점기 때 상하수도관이 설치된 종로 등 강북 지역에서 싱크홀이 먼저 발생해야 하는데 현 상황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 “지반 취약 지역에 주민 감시 체계 도입해야”

 

  원인이 있다면 해법과 예방책도 있는 법. 과학자들은 싱크홀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조사할 수 있다면 보강대책을 세워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정확한 조사 방법은 땅을 뚫어 관찰하는 시추법이다. 땅 속의 상태를 직접 볼 수 있어 확실하지만 현실적으로 광범위한 지역을 모두 조사할 수 없고 시추 과정에서 붕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다.

 

  일반적으로는 지표투과레이더(GPR)를 활용하는 방법이 많이 쓰인다.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는 지반에서 흙 입자 사이의 간격이 넓어지고 밀도가 낮아져 강도가 약해진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GPR 장비를 이용해 땅 속으로 전자기파를 쏴서 반사 또는 투과된 파의 속도와 파형을 분석하면 지하수위와 구멍의 위치 등을 추정할 수 있다. 도로가 처진 정도를 측정해 땅 속의 지지력을 측정하는 장비(FWD)도 유용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GPR 장비와 FWD 등을 도입해 도로의 균열과 평탄성 등을 관리하는 시스템(PMS)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표 가까운 곳의 상태만 관측할 수 있고 이미 들어선 건물 지하의 상태는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도심의 지반정보에 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서울시는 이수곤 교수팀과 함께 1998년부터 최근까지 서울 시내 1만5000군데를 시추한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시 지반정보 통합관리시스템’을 마련했다. 이 시스템에는 석촌 지역이 모래 기반의 땅으로 나타난다.

 

 

이수곤 교수가 지난 1998년 완성한 서울시 지질도. 분홍색은 화강암 지대를, 갈색은 변성암 지대를 나타낸다. 반면 노란색은 지반이 자갈과 모래로 이뤄진 것을 의미한다. 이번에 싱크홀이 발생한 지역은 노란색으로 표시돼 있다.    - 서울시립대 제공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가 1998년 완성한 서울시 지질도. 분홍색은 화강암 지대를, 갈색은 변성암 지대를 나타낸다. 반면 노란색은 지반이 자갈과 모래로 이뤄진 퇴적층을 의미한다. 이번에 싱크홀이 발생한 지역은 노란색인 퇴적층 지대다. - 서울시립대 제공

   실제로 최근 서울에서 싱크홀이 발생한 여의도나 송파구 일대는 하천 주변으로 모래가 쌓인 퇴적층과 관련 깊다. 이곳에 인위적인 이유로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싱크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박종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하천 주변처럼 취약한 지역에는 지역 주민을 중심으로 땅 꺼짐 등 전조 현상에 대한 상시 감시 체계를 마련하고, 지자체도 신고된 사항에 대해 즉각적으로 현장 조사에 나서는 유기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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