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자의 문화산책] 두 시간 넘게 두들겨 부쉈다, 왜?

2014.08.03 18:00

 

영화 ‘트랜스포머4 사라진시대’ 공식포스터 - CJ E&M 제공 제공
영화 ‘트랜스포머4 사라진시대’ 공식포스터 - CJ E&M 제공

  “도대체 이 장면에서 왜 싸우는 걸까?”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의문을 깨기 어려웠다. 악당들은 당장 필요하지 않은 폭탄 하나 얻어내기 위해 수백 대의 로봇 군단을 시내 한 복판으로 풀어 넣었다. 자기 딸을 지키겠다는 일념에 불타는 30대 남자는 외계인 우주선에서 주워 온, 막대기 같은 총 하나 집어 들더니 ‘무적의 전사’처럼 활약했다.

 

  황당했던 스토리와 끝없는 폭발 장면에 지쳐 거의 3시간을 견디다,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할 무렵, 영화는 관객의 허탈함에 쐐기를 박아 버린다. 4편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하늘을 날아본 적이 없는 ‘트랜스포머’의 주인공 로봇 ‘옵티머스 프라임’이 우주로 솟구쳐 오르며 ‘지구인을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며 호언장담하던 장면에서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 한 가지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투덜대고 있지만 이 영화가 흥행에는 꾸준히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봉 첫 주말 전 세계적으로 3억100만 달러(약 3120억 원)의 수익을 기록했고, 이토록 혹평이 줄을 잇는 한국에서도 개봉 12일 만에 누적 관객 수 4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영화엔 도대체 뭐가 숨어있는 것일까.

 

●로봇이란 정서가 준 설득력

 

  사실 ‘트랜스포머’란 이름을 붙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실제로 트랜스포머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이런 공식에 이미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는 회를 거듭할수록 액션신의 분량을 늘려 왔고, 그걸 차곡차곡 봐왔던 관객들은 은연 중에 ‘귀여운 변신로봇 범블비와 듬직한 옵티머스 프라임을 보려면 이런 지루한 싸움 쯤이야 참고 볼 수 있다’는 욕구가 더 강했다고 보는게 타당하지 않을까.

 

  로봇을 보고 싶어하는 관객. 그리고 이왕이면 그 로봇이 밋밋하게 서 있는 것보단 신나게 싸우고 달리고 두들겨 부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관객. 그 관객들을 위해 이 영화는 정말 신물날 정도로 부수고, 부수고, 또 부순다. 액션신이 165분에 달한다니 사상 초유의 기록일 것이다. 말 그대로 ‘욕하면서 즐긴다’는 상황이 딱 어울리지 않았을까. 감독 마이클 베이는 이런 관객의 심리를 제대로 꿰뚫은 셈이다.

 

  하고 많은 로봇영화 중 트랜스포머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까닭은 사실 고향(?)이 미국인 탓도 있을 것이다. 미국은 일본이나 우리나라처럼 로봇을 (영화나 만화 속에) 등장시키는 데 그리 적극적이진 않았다. 전통적인 만화 시리즈 중 제대로 된 로봇이 등장하는 것은 아마도 트랜스포머 이외엔 거의 찾기 어려운데, 이마저도 사람이 만든 인공 피조물인 로봇이 아니라 외계에서 날아온 ‘외계 생명체’다.

 

  로봇이지만 살아있는 존재. 이런 이중적인 기준을 삼은 이유를 ‘우상을 만들지 말라’는 교리를 갖고 있는 기독교 영향이 큰 문화적 영향으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미(歐美) 문화권에서 유독 로봇 보다는 슈퍼맨, 배트맨, 캡틴아메리카와 같은 초인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가 아닐까.

 

  요즘엔 그렇지도 않겠지만, 미국인의 마음속에 유일하고 강한 친구로 자리잡고 있는 로봇. 그 로봇이 외계인과 대신 싸워준다니, 우리가 보기엔 유치하고 끝없는 액션신이 미국과 유럽인의 정서에선 적잖은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적에 비해 전력이 크게 부족함을 느낀 ‘옵티머스프라임’은 지구에 숨어있던 또 다른 로봇생명체 ‘다이노봇’을 굴복시켜 아군으로 삼는다. 이 장면에서 ‘이렇게 거대한 로봇이 어떻게 움직일까’ 같은 과학적인 분석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여태껏 이 로봇들은 뭘 하고 있었나 싶은 황당함이 해결되기도 전에 곧 바로 다음 전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 CJ E&M 제공 제공
적에 비해 전력이 크게 부족함을 느낀 ‘옵티머스 프라임’은 지구에 숨어있던 또 다른 로봇생명체 ‘다이노봇’을 굴복시켜 아군으로 삼
는다. 이 장면에서 ‘이렇게 거대한 로봇이 어떻게 움직일까’ 같은 과학적인 궁금증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여태껏 이 로봇들은 뭘 하
고 있었나 싶은 황당함이 해결되기도 전에 곧 바로 다음 전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 CJ E&M 제공

●과학은 포기해야 마음 편하다

 

  영화 트랜스포머를 SF(과학픽션)로 구분하는 건 다소 위험하다. 애초에 과학적으로 말이 안되는 장면이 많기 때문이다. SF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이론적으로 오류를 찾기 어려울 만큼 과학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 기준을 놓고 보면 트랜스포머는 SF와 판타지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트랜스포머 같은 외계 로봇 종족들의 특징은 변신을 한다는 것이다. 중앙에 있는 코어(핵)만 무사하다면 몇 번을 망가져도 되살아난다.

 

  이 비밀은 영화가 4편에 오도록 그냥 ‘대충 얼버무리며’ 언급되질 않았는데, 이번 4편에서 그 비밀이 어느 정도 소개된다. 제작진은 금속물질을 나노 단위로 해체해 원하는 모양으로 순식간에 재구성하면 변신이 가능하다는 그럴듯한 분석을 내 놓는다. 사실 기초적인 수준에서 금속물질을 쌓아 재구성하는 구성은 이미 현실화 단계에 있다. 이미 보편화 된 3D프린터도 그런 원리 아니겠는가.

 

  문제는 ‘코어’에 있다. 코어는 변신로봇들의 정신이자 에너지다. 신경전달 물질이 없는 상태에서 ‘코어’가 자의식을 갖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에너지체가 의식을 갖는다면 거의 유령이나 신의 영역이 아닌가. 흥미삼아 이런 저런 논문도 찾아봤는데 딱히 불가능하다는 증거를 대기도, 그렇다고 사람이 언젠가 만들 수도 있다는 근거를 찾기도 어려웠다.

 

  스토리 전체를 살펴봐도 과학적 통찰보다는 정의와 의리를 관철하기 위한 액션신이 대부분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로봇공학과 교수는 “로봇을 보는 만족감만으로 충분하다”며 “로봇공학자의 입장에선 단 하나의 기계적 아이디어도 얻기 어려웠다”말하기도 했다.

 

  변신로봇이라는 놀라운 상상력에 거대한 스케일과 화끈한 재미로 세계적인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영화 ‘트랜스포머’는 2007년 첫 시리즈가 개봉해 8년 동안 수많은 관객을 동원한, 어쩔 수 없는 이 시대의 대작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이번 4편을 계기로 옵티머스 프라임과 범블비를 필두로 주변 등장인물도 전원을 교체하는 파격적인 인사(?)도 단행했다. 몇 년 후 분명히 출시될 5편에서는 좀 더 과학적이고, 좀더 감동적인 스토리와 함께 찾아와 주길 기대할 뿐이다. 분명히 또 보러 갈테니 말이다.

 

마지막 전투를 마치고 서 있는 트랜스포머들의 모습. 인간보다 몇 배는 더 크다. 사실 트랜스포머는 변신 후 비율도 잘 맞지 않는다. 덤블비(왼쪽에서 두 번재)는 평소 GM대우의 노란색 스포츠카 ‘카마로’의 모습을 하고 다닌다. 카마로 한 대를 분해해 로봇 모양으로 만든다면 이렇게 크고 육중해 질리 없다. - CJ E&M 제공
마지막 전투를 마치고 서 있는 트랜스포머들의 모습. 인간보다 몇 배는 더 크다. 사실 트랜스포머는 변신 후 비율도 잘 맞지 않는다.
범블비(왼쪽에서 두 번재)는 평소 GM대우의 노란색 스포츠카 ‘카마로’의 모습을 하고 다닌다. 카마로 한 대를 분해해 로봇 모양으로
만든다면 이렇게 크고 육중해 질리 없다. - CJ E&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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