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우주인 트라우마’ 모른 척 하는 정부

2014.06.26 18:00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우주인 이소연 박사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퇴사하기로 결심을 굳혔다. 본보의 보도를 통해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온라인에는 이 박사를 비난하는 글이 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 박사를 두고 ‘먹튀’라는 표현을 쓰며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사실 이 박사가 본보에 보낸 장문의 e메일에서 가장 우려한 점도 이런 부분이었다. 현재 이 박사는 사실상 ‘우주인 트라우마’에 빠진 상태다. 예비우주인으로 선발된 고산 씨가 창업 교육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지만 우주인에 대한 취재 요청에는 일절 응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정작 논란의 일차적 원인 제공자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우주인 트라우마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논란을 예상하며 정부의 정책 부재를 꼬집었다. 장기적인 유인 우주개발 계획 없이 일회성으로 한국 우주인 배출사업을 진행한 탓에 우주인 활용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6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우주인을 선발할 때도 우주에서 과학임무를 잘 수행할 사람을 뽑는다고 했을 뿐 이후 활동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었다. 우주에서 돌아온 이 박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고 지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도 예고된 일이었던 셈이다.

 

  현재 정부는 유인 우주개발 계획이 없다며 마냥 손을 놓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유인 우주개발은 놓칠 수 없는 과제다. 달과 화성의 무한한 자원과 식민지 개척 등을 대비해 우주라는 극한 환경에서 우주인의 신체 반응을 연구하고 기계·전자 부품의 오류 등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는 한국 우주인이 국산 부품으로 직접 진행해야 하는데, 최근의 논란에 묵묵부답인 정부를 보면서 누가 과연 ‘제2의 한국 우주인’에 지원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다만 이 박사도 아직은 한국 우주인이라는 공인의 위치에 있는 만큼 휴직이 만료되기 전까지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이해시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그를 보며 우주에 대한 꿈을 키운 ‘이소연 키즈’를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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