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처럼 금단증상 생기는 ‘자외선 중독’

2014.06.20 03:00

 

iStockphot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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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휴가철이면 생각나는 이 문구처럼 떠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업무에 치여 휴가를 망설이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도 ‘쉬는 게 남는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드레스덴공대 공동 연구팀은 최근 ‘정신신경내분비학저널’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량이 늘어나면 주변 동료의 코르티솔 분비량도 덩달아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는 휴가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햇빛이 ‘마약 호르몬’ 만들어 스트레스 날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은 스트레스를 확실히 풀 수 있는 구체적인 휴가 방법을 과학학술지 ‘셀’ 19일자에 소개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플로리다 주에서 20분만 햇빛을 만끽하면 된다. 햇빛에 들어 있는 자외선이 ‘기쁨 호르몬’을 분비해 스트레스를 줄인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의 햇빛이 플로리다 주와 비슷하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의 털을 깎은 뒤 일주일에 5일씩 6주간 자외선을 쪼였다. 자외선의 양은 ㎡당 50mJ(밀리줄)로 피부는 검게 타지만 화상은 입지 않을 정도로 조절했다. 실험 결과 한동안 자외선에 노출된 쥐의 피부에서는 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POMC)이라는 물질이 합성됐다.
 

  POMC는 피부 세포에 멜라닌이 생성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주로 하지만 일부는 ‘베타엔도르핀(β-endorphin)’을 합성하는 데 쓰인다. 체내에 베타엔도르핀이 분비되면 마치 마약을 맞은 것처럼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고 기분도 좋아진다. 이 때문에 베타엔도르핀은 ‘기쁨 호르몬’ 또는 ‘마약 호르몬’으로 불린다.


  실제로 베타엔도르핀과 마약의 일종인 모르핀이 체내에서 달라붙는 수용체는 같다. 베타엔도르핀이 모르핀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베타엔도르핀이라는 이름도 ‘몸속의 모르핀’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실험에서 자외선을 쪼인 쥐의 체내에는 베타엔도르핀이 더 많이 생성된 사실이 확인됐다. 쥐의 혈액 1mL에서 베타엔도르핀이 최대 300pg(피코그램·1pg은 1조분의 1g)까지 검출됐는데, 이는 자외선을 받지 않은 쥐보다 1.5배 많은 양이었다. 또 연구팀은 베타엔도르핀이 많이 합성된 쥐가 고 통을 덜 느낀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일반 쥐는 52도로 뜨거운 물체에 닿은 뒤 2초 만에 즉각 발을 뗀 반면 자외선을 많이 받은 쥐는 10초가 지나서야 발을 뗐다.


●‘자외선 중독’ 부작용 낳기도
 

  하지만 햇빛의 부작용도 발견됐다. 6주간 실험을 마친 쥐는 더이상 자외선을 받지 못하자 온몸을 떨고, 제자리를 빙빙 돌며 얼굴을 문지르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약을 끊었을 때 겪는 금단 증상처럼 ‘자외선 중독’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연구진이 쥐에게 모르핀의 효과를 억제하는 약물인 날록손을 투여하자 금단 증상이 줄어들었다.
 

  데이비드 피셔 박사는 “햇빛으로 합성되는 베타엔도르핀은 기분을 좋게 만들기도 하지만 자외선 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면서 “햇빛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시간은 20~30분으로 제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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