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로봇 손’에 대한 고찰

2014.06.01 18:00

프레인 글로벌 제공
프레인 글로벌 제공

  애틋한 사랑이야기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은 영화 ‘가위손’이 23년 만에 재개봉됐다. 외딴 성에 홀로 지내는 인조인간 ‘에드워드’(조니 뎁)가 ‘킴’(위노나 라이더)을 만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지는 애틋하고 순수한 사랑을 그린 영화. 이 영화는 1991년에도 개봉돼 많은 화재를 모았던 명작이다.

 

  얼마전 개봉한 리메이크 영화 ‘로보캅’과 달리 가위손은 1990년대 영화를 다시 극장에서 그대로 틀어주는 ‘재개봉’ 영화다. 5월 22일 다시금 극장가에 내 걸린 이 영화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대단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6월 1일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중 네티즌평점 ‘9.26’으로 1위를 달린다.

 

●왜 하필 가위일까?

 

  이런 높은 평점은 사실 인조인간의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많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일 것이다. 인조인간 에드워다가 ‘손에 가위를 붙이고 있다’는 설정도 사랑하는 여성의 뺨을 어루만질 수도 없고, 힘껏 끌어안을 수 없는 인조인간의 슬픈 현실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하지만 과학기자 입장에서는 이런 애잔한 연출보다도 이 인조인간 ‘에드워드’가 손에 달고 있는 가위의 ‘기능성’에 더 눈길이 갔다. 기자가 보기엔 에드워드의 ‘가위손’은 기계공학적인 면에서도 대단히 설득력 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로봇의 손은 상당히 까다로운 기계장치 중 하나다. 아직까지 사람의 손처럼 만능으로 일을 하는 기계장치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설령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걷는 로봇도, 작업의 성격에 맞춰 여러 가지 모양의 집게손을 붙여 주는 일이 많다. 다른 작업이 필요하다면 아예 손을 갈아 끼우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

 

  영화에서 인조인간 에드워드의 가위손은 이런 ‘선택형 손’의 완성형 같은 느낌을 준다. 에드워드는 이 가위손 하나를 가지고 대단히 많은 일을 해 낸다. 얼음을 조각하고, 정원 나무를 손질하고, 여주인공의 머리카락을 잘라주기도 한다. 가위를 단 손은 어떤 것을 잘라내는 작업은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다.

 

  사실 로봇의 손은 인간형 로봇을 만드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다. 일본의 아시모 등 현재까지 잘 알려진 인간형 로봇도 마찬가지다. 이런 로봇은 대부분 ‘안트로포모르픽(의인화)’ 방식의 손을 달고 있다. 손가락을 움직여 보일 수는 있지만 물건을 잡고, 옮기는 기능은 크게 떨어진다.

 

  2010년 1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지로봇센터는 서빙 로봇 ‘마루Z’를 선보였는데, 길이 7.5cm 정도의 ‘집게’를 손에 붙이고 바구니, 식빵 등을 집어 옮겼다. 그동안 모두 의인화 방식의 손을 달았지만 실제로 ‘일’을 하게 되자 ‘그리퍼(집게)’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로봇 ‘휴보’도 마찬가지인데, 줄곧 사람처럼 생긴 손을 달고 있었지만 2013년 12월 재난구조로봇 경진대회(DRC)에 출전하면서 역시 집게형태에 가까운, 세 개의 손가락이 달린 손으로 바꿔 붙이고 나왔다. ‘손을 포기하는 대신 작업성을 높인다’는 설정 자체는 영화 가위손의 ‘에드워드’나 현실의 로봇 마루, 휴보도 마찬가지였다는 의미다.

 

●진짜 가위손 로봇 나올까?

 

  우리들의 손이 가위라고 생각해 보자. 연습하기에 따라 무언가를 잘라내는 일은 최고의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뭔가를 어루만지고, 조립하는 작업은 포기해야 한다. 이런 방식의 단점은 정해준 일 말고는 하기 어렵다는 점.

 

  하지만 이런 가위손 형태의 로봇은 정말로 곧 현실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영화에서 에드워드가 ‘킴’의 머리카락을 잘라주던 모습을 생각해 보자. 아마도 미용실에서 사람의 머리를 잘라주는 로봇은 손 대신 가위를 붙이고 등장하지 않을까. 영화에서 에드워드가 하던 많은 일들, 얼음조각이나 정원사, 미용사일 등에 쓰일 로봇들은 어디까지나 가위손 형태가 적합하지 않을까. 이런 설정을 1991년에 해 낼 수 있었던 감독 팀 버튼의 센스에 혀가 내둘러질 따름이다.

 

  사실 수술용 로봇 ‘다빈치’도 보기에 따라선 이미 가위손을 갖고 있는 로봇이다. 의료용 가위나 칼, 전기메스 등을 붙이고 있는데, 이 형태가 사람의 손보다 훨씬 더 수술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뤄진 자연스런 선택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사람과 똑같은 기능을 하는 ‘덱스트러스(손재주)’ 방식의 손을 붙인 로봇 역시 세상에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가위손’ 로봇도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다. 인조인간 가위손과 함께 세상을 살아갈 날은 이미 현실에 성큼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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