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국제과학경진대회(ISEF) 2014 직접 가보니

2014.05.23 03:00

황다원(대구과학고 3학년) 군이 태블릿PC를 이용해 연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 이우상 기자 제공
황다원(대구과학고 3학년) 군이 태블릿PC를 이용해 연구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 이우상 기자=로스앤젤레스 제공

  15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 황다원 군(대구과학고 3학년)의 태블릿PC에는 새빨간 불기둥이 치솟고 있었다. 지나가던 외국인 관람객이 발길을 멈추고 불기둥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여길 보세요. 방화벽을 불규칙적으로 배열하니까 중앙의 불길이 쉽게 잡히죠. 저희가 직접 실험한 걸 동영상으로 촬영했답니다.”


  바로 옆에서는 맑고 청아한 악기 소리가 들려왔다. 인천 산곡고 3학년 팀이 도자기로 만든 간이편경 소리였다. 편경은 우리나라 전통 타악기 중 유일하게 다양한 음정을 낼 수 있지만 무겁고 구하기 힘든 돌로 만들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산곡고 팀은 쉽게 구할 수 있는 도자기로 편경을 부활시켰다.


도자기를 이용한 편경을 만든 인천산곡고 3학년 유지수 양(왼쪽부터), 송채은 양, 이선미양. - 이우상 기자 제공
도자기를 이용한 편경을 만든 인천산곡고 3학년 유지수 양(왼쪽부터), 송채은 양, 이선미양. - 이우상 기자=로스앤젤레스 제공

  올해 65회를 맞이한 ‘인텔 국제과학기술경진대회(ISEF)’에는 ‘과학 좀 한다’는 청소년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참가한 학생은 1700여 명. 한국에서는 중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38명이 18개 팀을 이뤄 대회에 참가했다.

 


●한국팀, 3등과 4등상에 특별상도 수상


 “선생님은 수업 도중 갑자기 왜 창문을 열었을까요? 어머니는 요리 도중 갑자기 왜 창문을 열었을까요?”


  송영운 군(대구과학고 3학년)은 실내 대기오염 지수를 실시간으로 관측해 스마트폰의 앱으로 알려주는 통합시

엔지니어링 부문 3등상을 수상한 송영운 군(대구과학고 3학년). - 이우상 기자 제공
엔지니어링 부문 3등상을 수상한 송영운 군(대구과학고 3학년). - 이우상 기자=로스앤젤레스 제공

스템 ‘믿음이’를 개발해 엔지니어링 부문 3등상을 수상했다. 실내 대기오염이 일상생활에서도 심각한 문제임을 논리적으로 설득해 심사위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송 군은 “믿음이 개발에만 5년이 걸렸다”면서 “센서를 더 작고 값싸게 만들어 상용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형근 윤상진 군(이상 한국과학영재학교 3학년)은 파킨슨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측정 장비를 만들어 4등상을 받았다. 파킨슨병에 걸리면 손목 근력부터 위축되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 군은 “센서를 더 정밀하게 만들고,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해 파킨슨병을 더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특별상을 3개나 받은 팀도 나왔다. 골칫덩이 음식물쓰레기에서 유용한 뭔가를 만들 순 없을까. 민족사관학교 3학년 팀은 음식물쓰레기에 하수처리장에서 분리한 박테리아를 넣어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들어냈다. 국내 한 커피전문점에서 음식물쓰레기로 나오는 커피 찌꺼기를 무상으로 얻어 활용했다. 제동일 군은 “박테리아는 증식만 시키면 그 수를 자유롭게 늘릴 수 있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대학에 가서도 이와 관련된 연구를 계속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안류를 이용해 파력발전기를 만든 이찬 군(경기고 2학년) - 이우상 기자=로스앤젤레스 제공
이안류를 이용해 파력발전기를 만든 이찬 군(경기고 2학년) - 이우상 기자=로스앤젤레스 제공

  2009년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서 이안류로 100명이 넘는 피서객이 파도에 휩쓸린 사건을 보고 이찬 군(서울 경기고 2학년)은 이안류의 강한 힘을 거꾸로 이용해 파력발전소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안류란 거꾸로 가는 파도, 즉 해안에서 바다 방향으로 흐르는 해류를 말하는데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 특징이다. 이 군은 이안류가 빠르게 빠져나갈 때 해수면 높이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해 발전기를 고안했다. 그는 “파력발전기의 발전 효율은 기존 대비 1.6배”라면서 “설치비가 비싸 파력발전기 개발이 더딘 편인데, 이번 연구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과학자는 ‘록스타’, 나는 ‘괴짜 중 괴짜’ 


  ISEF의 표어는 ‘미래는 밝다(The Future is Bright)’이다. 낫임파서블연구소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믹 에블링은 개막식에서 아프리카 수단의 내전으로 사지를 잃은 아이들에게 3D프린터를 제공해 정교한 의족과 의수를 스스로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도운 이야기를 발표했다. 3D프린터의 예상 못한 활용에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에게는 ISEF가 국경의 벽을 넘어 과학으로 하나가 되는 축제의 장이 됐다. 채정현 양(서울 서초고 2학년)은 “e메일 주소를 새긴 핀이나 브로치를 다른 나라 학생과 교환했다”면서 “전 세계 학생들과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ISEF에서 과학자는 ‘록스타’로 불리고, 발표자는 스스로를 과학에 미친 ‘괴짜 중의 괴짜(Geek of Geek)’로 소개한다. 과학자를 선망의 직업으로 만들고, 과학을 고리타분한 학문이 아닌 친근한 일상으로 만드는 힘이 ISEF만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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