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 물개와 고래 먹었을까

2014.05.23 03:00
국립문화재연구소팀이 부산 가덕도 장항 유적에서 나온 신석기시대 사람뼈를 분석한 결과 질소 안정동위원소 값이 높게 나왔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해양성 포유류와 어패류를 주식으로 삼았다는 증거이다. - 한국문물연구원 제공
국립문화재연구소팀이 부산 가덕도 장항 유적에서 나온 신석기시대 사람뼈를 분석한 결과 질소 안정동위원소 값이 높게 나왔다. 이는 당시 사람들이 해양성 포유류와 어패류를 주식으로 삼았다는 증거이다. - 한국문물연구원 제공

 

 

 

  ‘당신이 먹은 것이 당신을 말한다(You are what you eat)’라는 서양 격언이 있다. 이 말은 몸을 들여다보면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선조의 식생활을 이해하기 위해 뼈나 머리카락을 분석하고 있다.

 

  신지영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팀은 부산 가덕도에서 발굴한 신석기시대 선조가 해양성 생물을 주로 먹었다는 연구결과를 지난달 ‘지질과학기술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부산 가덕도 장항 유적은 2010년에 발굴된 우리나라 최대의 신석기시대 무덤으로 서로 다른 48명의 사람뼈가 발굴됐다. 이 중 10개를 골라 속에 있던 콜라겐을 분석했더니 물개나 고래와 같은 해양성 포유류와 어패류를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집중 분석한 것은 뼈가 담고 있는 ‘안정동위원소’다. 동위원소란 같은 원소 중에 중성자 수가 달라 질량이 다른 원소를 뜻하는데, 방사성을 띠지 않는 동위원소를 안정동위원소라고 한다. 사람처럼 탄소와 질소를 지닌 생물은 먹은 음식이나 환경 등에 따라 탄소와 질소의 안정동위원소가 달라진다. 장항 유적의 사람뼈에서는 질소 안정동위원소 값이 특히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육상 생물보다 해양성 생물을 먹었을 경우에 해당한다.

 

  안정동위원소는 식생활뿐만 아니라 신분을 이해하는 데도 활용된다. 연구진은 경북 경산 임당 유적 고총군에서 출토한 삼국시대의 사람뼈를 분석한 결과, 사망한 주인이 강제로 묻힌 순장자보다 영양이 풍부하고 고기를 많이 먹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망한 주인의 질소 안정동위원소 값이 순장자의 것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뼈 속 콜라겐과 함께 머리카락 속에 있는 케라틴을 분석하면 더 많은 정보를 알 수 있다. 머리카락은 죽기 몇 달 전에서 몇 년 동안의 식생활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경북 문경 흥덕동 회곽묘에서 출토된 조선시대 여성 미라의 뼈와 머리카락의 안정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미라의 주인공이 생존 당시 C3 식물을 많이 먹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육상 식물은 광합성 경로에 따라 탄소수가 3, 4개인 식물로 나뉘는데 C3 식물에는 쌀, 밀, 콩 등이, C4 식물에는 조, 피, 옥수수 등이 해당한다. 하지만 죽기 몇 달 동안은 육류를 많이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케라틴에 담긴 질소 안정동위원소 값이 콜라겐의 값보다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안정동위원소를 이용한 연구는 해외에서도 활발하다. 남아공 연구진은 미국 뉴욕 주의 유적에서 나온 사람뼈의 탄소 안정동위원소와 방사성 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북미에서 C4 식물인 옥수수 농경이 시작된 시기가 1000~1300년 사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연구진은 일리노이 주 카호키아 마운드 유적에서 출토한 사람뼈를 통해 11~12세기 미국 원주민 사회에서도 신분이 높은 사람이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고 옥수수는 적게 먹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신 연구관은 “과거에는 요리 도구나 주변 동식물의 흔적 등을 분석해 식생활을 간접적으로 추정하는 데 그쳤지만 이제는 안정동위원소를 이용해 식생활을 직접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뼈에서 콜라겐을 추출하고 안정동위원소를 분석하는 과정 -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사람뼈에서 콜라겐을 추출하고 안정동위원소를 분석하는 과정 -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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