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목표 상실한 해상풍력 5대 강국의 꿈

2021.02.17 12:00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오후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 투자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에너지 폭탄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2017년 6월의 ‘탈핵국가’ 선언과 2018년 10월 새만금에 4기가와트(GW) 규모의 ‘세계 최대 태양광 단지’에 이어서 이번에는 ‘해상풍력 5대  강국’을 선언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의 ‘무궁한 잠재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 2030년까지 12GW의 해상풍력설비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48조5000억원을 투자해서 세계 최대 규모인 8.2GW의 신안 해상풍력단지가 그 핵심이다. 결국 2030년까지 해상풍력에만 무려 7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뜻이다. 과연 ‘세계 최대의 태양광 단지’와 ‘해상풍력 5대 강국’이 우리에게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을 공급해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설비용량과 발전용량을 구분해야

 

대통령이 밝힌 신안 해상풍력단지의 청사진은 환상적이다. 우리가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한 1.4GW 규모의 한국형 원전(APR1400) 6기에 해당하는 전력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서울과 인천의 모든 가정이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그 뿐이 아니다. 지역주민이 주인인 조합을 통해서 공사에 투입되는 자재를 구매하고, 12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주민들이 지분에 따라 이익을 분배받도록 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대통령이 진심으로 그런 구상을 믿었다면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우선 풍력 설비는 적정 수준의 바람이 불어야만 발전이 가능하다. 풍력 설비의 ‘설비용량’과 실제 ‘발전용량’은 상당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해상풍력이라고 해도 연평균 하루 가동시간은 5~6시간에 지나지 않고, 평균 발전용량은 시설용량의 30%를 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결국 설비용량 8.2GW의 해상풍력 설비가 실제로 생산할 수 있는 발전용량은 2.5GW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과 인천의 주민이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고도의 첨단 기술이 필요한 해상풍력의 공사에 필요한 자재와 인력을 지역주민의 ‘조합’에게 맡기겠다는 구상도 어처구니없는 말장난이다. 혹시라도 해상풍력단지의 구축을 1960년대의 새마을 운동 수준으로 착각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정부가 제공해주는 시멘트와 슬레이트로 농로를 만들고, 초가지붕을 개량하던 시절은 오래 전에 끝났다. 해상풍력이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고도의 첨단 소재와 기술로 만들어야 하는 100m가 넘는 풍력 발전기의 타워와 블레이드 제작은 물론이고 설치에도 지역주민의 참여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지역주민의 복지를 위한 지원이 목적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비용은 고스란히 해상풍력의 경제적 경쟁력에 부담으로 넘겨지게 된다. 
 

더욱이 해상풍력의 기술은 지금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블레이드의 길이가 200m가 넘는 초대형 풍력발전기도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해상풍력은 한 번 설치하면 20년은 써야 한다. 결국 기술력이 낮은 초기에 무작정 대규모 단지를 만들겠다는 발상은 절대 현명한 선택일 수 없다. 이미 설치해둔 저효율의 소형 풍력발전기가 더 이상의 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걸림돌이 될 것이다.

 

해상 풍력의 입지조건도 만만치 않다.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건설하고 있는 유럽의 북해 먼 바다의 경우 연평균 풍속이 초속 11m에 이르고, 바람의 방향도 연중 변함없이 일정하다. 그런데 우리의 3면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에서의 평균 풍속은 고작해야 초속 7m에도 미치지 못한다. 바람의 방향도 일정하지 않다. 먼 바다에서 생산한 전력을 육상으로 송전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결국 해상풍력에서 생산한 전기의 생산원가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쌀 수밖에 없다.

 

덩달아 늘어나는 LNG 발전

 

우리나라에서 태양광은 연평균 하루 2~3시간 가동되고, 해상풍력도 5~6시간을 가동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명백한 진실이다. 그 마저도 태양광과 풍력이 언제 전력을 생산할 것인지는 하늘만 알고 있는 비밀이다. 실제로 눈발과 함께 극심한 한파가 밀어닥쳤던 1월 전반부의 피크 시간대에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량은 전체 발전량의 0.9%에 지나지 않았다. 역대 최장의 장마가 찾아왔던 작년 7월의 피크 시간대에 태양광・풍력의 발전량은 전체의 1% 수준에 머물렀다.


태양광・풍력을 가동하지 않는다고 전력 소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결국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지 않은 시간에는 서둘러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를 가동해야만 한다. 구름이 밀려오거나, 바람이 잦아들기 시작하면 절대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때를 놓쳐버리면 전국의 송전망에 과부하가 걸리게 되고, 자칫하면 대정전의 위기가 닥쳐오게 된다. 그렇다고 LNG 발전소를 계속 가동할 수도 없다. 해가 너무 쨍쨍하게 내리쬐거나 바람이 너무 잘 불면 신재생의 발전량이 너무 많아지게 되고, 역시 대정전의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면 송전망의 효율적인 관리는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워지게 될 수밖에 없다. 맹목적인 탈원전・탈석탄이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도대체 우리에게 ‘세계 최대의 태양광 단지’와 ‘해상풍력 5대 강국’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정부의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다. 세계 ‘최초’와 ‘최대’는 이제는 청산해야만 하는 권위주의 시대의 낡은 유물이다.


국회가 정해놓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너지법・전기사업법・원자력진흥법을 통째로 무시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폴리페서들이 밀실에서 어설프게 만들어놓은 ‘대선공약’을 국가의 합법적인 ‘정책’이라고 우겨서는 안 된다. 60년 동안의 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놓은 원전 산업을 한 순간에 무너뜨려버린 책임은 절대 가벼운 것이 아니다.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5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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