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리포트]브레이크 없는 수상태양광, 물 속 생태계는 안전할까

2021.02.06 06:00
전남 함평군 대동저수지에 설치된 수상태양광발전 시설. 한국농어촌공사 제공

국내 수상 태양광은 해마다 세계 최대 규모를 경신하고 있다. 좋은 쪽으로 세계에서 가장 잘하고 있다고 하니 자랑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태양광 발전 단지는 전 세계적으로 ‘핫하다’는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아니던가. 이 작은 국토면적에서 최대 규모로 짓는다니 겹경사다.


그런데 살짝 불안한 구석이 있다. 물 위를 저렇게 크게 덮어도 되는 걸까. 저렇게 덮으면 그 아래에 있는 물은, 그곳에 꾸려진 생태계는 온전할까.

 

 

최근 6년 사이에 보도된 국내 수상 태양광 시설 건설 관련 뉴스 제목들이다. 매년 세계 최대 규모 시설이 국내에서 건설되고 있다. 이렇게 건설된 수상태양광 시설 단지가 이미 여럿이다.

 

 

태양광이 물 위로 간 까닭은

 

동아사이언스DB

 

신재생에너지 시설 확대는 이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숙명이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은 언제까지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줄일지 협약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전망치(BAU) 대비 37% 감축하겠다고 전 세계에 약속했다.


이후 약속을 지키기 위한 계획들이 이후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2017년 정부가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다.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발전량 중 20%를 신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7% 남짓이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3020의 목표를 충족하려면 48.7GW (기가와트)만큼의 전력을 추가로 생산할 신재생에너지 시설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전남 영광에 완공된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발전단지의 발전 용량은 100MW(메가와트)다. 이런 시설을 486개 더 지어야 한다. 


미국과 같이 국토면적이 큰 국가라면 별 고민 없이 사막이나 빈 토지에 태양광발전 시설을 지으면 된다. 하지만 한국은 설치 공간이 넉넉치 못하다. 태양광 발전은 1990년대부터 상용화됐는데, 아파트 발코니나 건물 옥상 등을 활용하다 2010년대에는 산 위를 덮기 시작했다. 그나마 토지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가 도리어 환경을 파괴한다는 질타가 나왔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산지 태양광발전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전국 임야에서 총 232만 7495그루의 나무가 베어졌다. 태양광발전 시설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던 정부도 2018년 후반부터는 산지 태양광발전 확충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래서 향한 곳이 바로 물 위에 짓는 수상태양광이다. 태양광발전 시설을 육상보다 수상에 짓는 것이 환경적 문제가 덜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태양광 패널이 직사광선을 차단하면 저수지에 발생하던 녹조가 줄고, 수중 생물들이 은신처로 사용할 수 있어 큰 피해가 없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수상에 설치하면 수면에 반사된 태양광까지 태양광 패널로 모을 수 있고, 생산효율을 저해하는 태양광 패널의 열도 자연스럽게 식힐 수 있어 육상태양광보다 발전량이 약 10% 정도 많다는 장점도 있다.


이에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2000년대부터 수상태양광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한국도 2009년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실증플랜트를 만들어 시범운영을 한 뒤, 2012년 세계 최초로 500kW(킬로와트)급 수상태양광 상용화 시설을 경남 합천호에 설치했다.


수상태양광 패널 자체는 육상태양광 패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습성이 뛰어난 수상태양광 전용 패널도 있지만, 기본적인 발전 방식은 같다. 물 위에 있어야 하다 보니 시설 구조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수상태양광 시설은 ‘프레임형’과 ‘부력일체형’으로 나뉜다. 프레임형은 금속 재질의 넓은 바닥 프레임을 제작하고 그 위에 태양광 패널을, 아래에는 물 위에 뜰 수 있도록 부력체를 연결한 방식이다. 구조적으로 안정하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 부력일체형은 부력체를 직접 모듈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건설비는 프레임형에 비해 15~20% 정도 적게 들지만, 구조가 비교적 불안정해 생산하는 전력량도 3~3.5% 줄어든다. 태양광발전 시설의 위치를 고정하기 위해 저수지 밑바닥에는 닻의 역할을 할 계류장치를 설치하고, 수중케이블과 부력체를 연결하는 게 특징이

 

중금속 등 오염물질은 나오지 않아
2012년 경남 합천호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세계 최초 상용화 수상태양광이자 당시 가장 큰 규모였지만, 최근 건설되는 수상태양광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2012년 경남 합천호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세계 최초 상용화 수상태양광이자 당시 가장 큰 규모였지만, 최근 건설되는 수상태양광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물 위에 떠 있는 많은 수의 태양광 패널을 보면, 당연히 먼저 ‘저곳 환경은 괜찮을까’란 생각이 든다. 먼저 육상에 있던 태양광 패널도 토양을 오염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태양광 패널이 손상되거나 오래되면 안에 들어있던 화학물질이 새 나온다는 것이다. 토양에 흡수된 오염물질이 주변 물과 섞여 인체까지 흘러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컸다. 수상태양광은 직접 물과 맞닿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세찬 파랑에 의해 수상태양광 패널이 파손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정부, 학계 및 연구계, 산업계, 시민사회단체는 2012년 가동을 시작한 합천호 수상태양광 주변을 대상으로 2012년과 2014년, 2016년, 2019년 네 차례에 걸쳐 환경안정성평가를 진행했다. 전 세계 수상태양광 시설의 환경안정성평가 중 최장기간 실시된 연구다. 2019년 환경안정성평가를 주도한 이후승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자원에너지평가실 부연구위원은 “해외 연구들은 대부분 1~2년에 걸친 단기간 연구였는데, 한국은 과거부터 농업용수와 음용수로 저수지 물을 끌어쓰기 때문에 수질오염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만큼 장기간에 걸쳐 조사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합천호에서 수상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구역(오른쪽 사진)과 그곳에서 250m~1.5km 떨어진 구역들을 비교했다. 수상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구역만 조사할 경우, 합천호 전체에 일어난 환경변화를 자칫 수상태양광 시설에 의한 변화라고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비교분석 대상은 중금속을 비롯한 오염물질을 품고 있는 퇴적물이다. 총유기탄소, 총질소, 총인, 크롬, 카드뮴 등 10종을 검사했다. 이 가운데 카드뮴은 일부 태양광 패널에 들어있다고 알려진 중금속으로, 주요 관심 대상이었다.


검출된 수치를 국립환경과학원예규로 제정된 ‘하천‧호소 오염평가 기준’에 적용해본 결과 모두 ‘보통’ 수준으로 나타났다. 수상태양광 시설이 설치된 구역과 설치되지 않은 구역 간에도 별 차이는 없었다. 카드뮴은 아예 검출되지 않았다.

 

이 부연구위원은 “중국 등에서 생산되는 일부 저가 태양광 패널의 경우 카드뮴 등의 중금속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 생산한 태양광 패널은 카드뮴을 사용하지 않는다. 국내 수상태양광 시설이 모두 국내에서 생산한 태양광 패널을 사용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태양광 패널 외에 패널을 띄워놓는 부력체와 프레임, 수중케이블에서 나올 수 있는 오염물질 44종도 따로 분석했다. 그 결과 아연, 구리, 나트륨 등이 검출됐는데 허용치보다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한국환경적책·평가연구원

 

수중생태계, 긍정적·부정적 영향 모두 없어

 

중금속과 같은 오염물질이 직접 검출되지 않더라도 수중생태계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물의 온도나 부유물질에 의해 물이 탁해진 정도(탁도)가 바뀐다든가, 용존산소량에 변화가 있을 경우다.


이에 연구팀은 생활환경기준인 화학적산소요구량(COD), 총유기탄소량(TOD), 용존산소량(DO) 등 10개 항목을 조사했다. 이 항목들은 계절에 따라서도 수치가 크게 변하기 때문에, 1월, 3월, 5월마다 조사했다. 그 결과 태양광 시설이 있는 구역과 없는 구역 간의 차이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천호 생태계도 영향이 없었다. 서식하는 어류를 알기 위해 그물로 건져 올리거나 스킨다이빙을 이용해 직접 물속으로 들어갔다. 20µm(마이크로미터·1µm는 100만 분의 1m)의 아주 작은 구멍이 난 채로 식물성 플랑크톤을 채집해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했고, 지렁이 같은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도 채집했다. 철새들도 찾아오는 시기에 맞춰 관찰했다. 하지만 종수와 개체수, 그리고 우점종 등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수상태양광 시설이 생육장의 역할을 해서 치어가 모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었는데, 수상태양광 시설의 구조가 워낙 단순하다 보니 이런 효과는 미미했다.

 

 

거대한 새만금 수상태양광은 ‘새로운 도전

 

전남 새만금 간척지구의 수상태양광 설치 예정 구역. 이중 패털이 덮는 면적만 여의도 3개를 합친 것보다 크다. 구글어스 제공
전남 새만금 간척지구의 수상태양광 설치 예정 구역. 이중 패널이 덮는 면적만 여의도 3개를 합친 것보다 크다. 구글어스 제공

2018년 일본 도쿄대와 도호쿠대, 미국 코넬대 공동연구팀은 저수지에 가리개를 덮어 햇빛을 차단했더니 녹조를 일으키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학회보 B’에 발표했다. 수상태양광을 설치하면 녹조가 줄어든다고 알려졌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doi: 10.1098/rspb.2018.1067


연구 결과 식물성 플랑크톤이 늘어난 이유는 수중생태계 교란 때문으로 밝혀졌다. 수중으로 들어오는 햇빛양이 줄어들면서 광합성하는 수초가 감소했고, 경쟁 관계인 식물성 플랑크톤이 반사이익으로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이 부연구위원은 “실험에서 저수지 면적의 75% 이상을 가리개로 덮은 특수한 경우였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며 “태양광 패널이 저수지를 얼마나 덮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배치하는지에 따라 수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시설은 저수지 전체 면적의 10% 이내를 덮는 수준이다. 태양광 패널도 전체를 한 데 모아놓지 않고, 몇 개씩 나눠 간격을 배치한다. 그러다 보니 아직 수중생태계 교란 문제는 보고되지 않았다.


다만 아직 전체 면적의 최대 몇 %까지 덮어도 괜찮은지는 모른다. 이 부연구위원은 “전 세계 어디서도 이를 검증해 본 적이 없다”라며 “국내에서도 조심스럽게 면적을 넓혀 보며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합천호도 2012년 500kW급 수상태양광에 설치된 뒤 다년간의 환경영향 조사로 이상 없음이 밝혀지면서 40MW급 수상태양광을 추가 설치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이는 합천호 전체 면적의 2%가량을 차지한다.


문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급박하게 확보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최근 거대 규모로 지어지고 있는 수상태양광 시설이다. 현재 새만금 간척지구에는 2.1GW 규모의 수상태양광 설비 건설이 추진 중이다(위 사진). 새만금 수상태양광 시설은 1월 현재 설치 업체를 선정하는 단계로, 2022년 4월까지 1.2GW 규모로 1차로 준공되고, 이후 2025년에 나머지 900MW가 지어질 예정이다. 현재까지 준공된 국내 최대 수상태양광(25MW)보다 발전설비용량이 80배 이상 크다. 


새만금호 자체가 워낙 넓어서 수상태양광 패널이 덮는 면적은 전체의 10% 미만이다. 하지만 패널이 덮는 면적만 놓고 보면 여의도 3개를 합친 것보다 크다. 이렇게 대량의 패널로 수면 위를 덮은 경우가 없었다 보니 혹시 모를 영향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군다나 주변 환경도 합천호와 다르다. 바다와 인접해있어 그곳의 염분과 철새의 배설물로 인해 태양광 패널이 얼마나 빨리 부식될지 알지 못한다.


이 부연구위원은 “우리 연구결과는 담수에서 작은 규모로 건설했을 때 환경에 문제가 없다는 뜻일 뿐 다른 환경에 지어졌거나 대규모로 건설됐을 때에도 환경에 영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이처럼 큰 규모의 수상태양광 단지가 바다 근처에 건설되는 건 처음인데, 단 1, 2년이라도 그보단 작은 규모로 먼저 설치해 환경영향평가를 해보고 규모를 키워나가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과학동아 2월, 재생에너지 ‘루키’ 수상태양광...물 속 생태계는 괜찮을까

https://dl.dongascience.com/magazine/view/S202102N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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