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촌평] 과학이 실종되면 벌어지는 일

2021.01.26 16:59
 

“삼중수소는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 방사성 물질입니다.” “월성원전 인접지역 주민들의 몸 속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열린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누출 관련 기자회견에서 쏟아져 나온 말이다. 앞서 월성원전에서 리터당 71만3000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사실이 한국수력원자력의 보고서를 통해 공개되자 여당인 민주당은 월성원전 관리 부실 여부 전면 조사를 주문하며 이같은 주장을 내놨다. 공교롭게도 월성원전 1호기 영구정지와 관련돤 감사원의 감사 부실까지 거론하며 정치 쟁점화했다. 

 

‘인공 방사성 물질’ ‘주민들의 몸 속에서 검출’이라는 표현만 떼서 보면 무섭기 그지 없는 발언이다.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원자력발전소’와 ‘방사성물질’, ‘누출’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원자력에 대한 반감은 물론 안전에 대한 위협까지 느끼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과학자들은 즉시 반박했다. 삼중수소는 자연 상태로도 존재하며 사람들이 마시는 물에도 미량 존재한다는 과학적 사실이 동원됐다. 바나나에도 칼륨40이라는 자연 방사성 물질이 존재한다며 뜬금없는 ‘바나나’를 내세우며 날을 세웠다. 검출된 수치가 외부 배출 관리 기준이고 원전 부지 내에서는 삼중수소가 항상 존재하며 인근 지역 주민에 대한 조사 데이터를 공개하며 정치권의 주장은 비과학적이라고 맞선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선동과 정치 쟁점화는 필요 이상의 논란을 촉발했고 논란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과학자들의 분석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맞는 듯 싶다가도 방사성 물질 검출이라는 명제에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월성원전 삼중수소 논란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데 그쳤다면 무려 10년 전인 2011년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참사 관련 SK케미칼과 애경 전 대표에 지난 12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판결은 피해자와 가족에 또다른 상처를 남겼다. 법원 판결의 법리적 해석은 차치해도 판결에 영향을 미친 과학자들의 실험 연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판결이라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과 폐질환 및 천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한국환경보건학회 과학자들은 물론 1심 판결에 증인으로 참석한 연구 책임자가 직접 나서 “법원의 무죄 판결은 연구결과와 과학적 인과관계 및 논리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해 벽두부터 쏟아진 월성원전 삼중수소 논란과 가습기 살균제 관련 법원의 판결은 과학적 근거와 사실, 과학 연구에 대한 이해가 실종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현재진행중인 이번 이슈들은 사람들의 안전은 물론 생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문제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기기는 어렵다. 

 

과학에 대한 경시가 불러올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정식 취임한 미국 얘기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4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관련 2500건이 넘는 거짓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게 대표적이다.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존스홉킨스대 통계 기준 2529만3295명, 사망자는 42만976명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최고 과학 고문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며 “과학은 항상 미국 행정부의 최전선에 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은 물론 삼중수소와 에너지, 환경보건 분야에서 갈등이 극심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과연 과학이 최전선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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