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멋진 유리집, 침팬지에겐 스트레스”

2021.01.23 06:00
동물사(動物舍) 짓는 동물 복지 전문가, 마승애 수의사
마승애 동물행복연구소 공존 대표

비둘기 다리를 치료하며 수의사를 꿈꾸던 15세 청소년은 결국 수의사가 됐고, 지금은 동물원에 사는 동물의 집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동수비대' 대장인 마승애 수의사 얘기다. 우동수비대는 ‘우리 동네 동물원 수비대'로 시민들이 가까운 동물원에서 동물을 관찰하고 조사해 전문가와 함께 행복한 동물원을 만드는 시민과학프로젝트다. 

 

수술 즐기던 수의사, ‘메스’를 놓다

 

마승애 수의사가 탈수 증세가 보이는 딱새에게 탈수를 교정하는 액체를 만들어 먹어딘 모습. 마승애 제공
마승애 수의사가 탈수 증세가 보이는 딱새에게 탈수를 교정하는 액체를 만들어 먹어딘 모습. 마승애 제공

지난해 12월 15일, 건국대 수의대에서 우동수비대 대장인 마 수의사를 만났다. 그는 “열 다섯 살에 비둘기를 구해주지 못했던 기억 때문에 수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쪽 다리에 실이 묶인 비둘기를 발견했는데, 동네 동물병원의 수의사도 부상당한 다리를 치료하지 못했다. 그는 비둘기가 다리를 잃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수의사로 일하며 가장 보람을 느낀 때를 묻자 그는 딱새를 구한 경험을 꼽았다. 4년 전 딱새 가족이 집에 둥지를 틀었는데, 어미 딱새가 어디선가 날아온 실에 걸려 나무에 매달린 채 옴짝달싹 못하다 죽고 말았다. 어미가 주는 먹이를 먹지 못한 아기 딱새는 영양실조를 앓았다. 그는 “위급 상황이라 치료약을 직접 만들었다”며 “비둘기는 못 구했지만 딱새를 구하고 나니 이제는 충분히 동물을 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야생동물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던 그는 동물구조센터와 에버랜드 동물원에서 야생동물을 진료했다. 그러다 동물원에 동물의 집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생겼고, 5년 전 동물에게 필요한 동물원 환경을 연구하는 ‘동물행복연구소 공존’을 세워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건국대 동물복지연구소에서 동물복지도 연구하고 있다. “해부학이 재밌었고, 수술이 잘 맞았다”는 그가 수술용 메스를 놓고 동물복지 연구자가 된 이유를 들어봤다.  

 

“동물사를 바꾸니 동물이 안 아파”

 

마승애 수의사가 환경 개선 작업에 참여한 에버랜드 동물원의 몽키밸리. 에버랜드 동물원 제공
마승애 수의사가 환경 개선 작업에 참여한 에버랜드 동물원의 몽키밸리. 에버랜드 동물원 제공

Q 요즘 어떤 연구를 하나?
동물원 속 동물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보장하는 법안을 마련한다. 현재 시행 중인 동물원 및 수족관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으로는 정부가 동물원을 거의 관리하지 못해 열악한 동물원이 많이 생겼다. 이에 정부가 ‘동물원 허가제’를 도입하려고 한다. 일정한 동물 복지 수준을 만족하는 곳만 동물원으로 허가해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 동물원이 무엇을 지켜야 할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Q ‘동물행복연구소 공존’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
동물원의 각 동물이 사는 공간인 동물사를 새로 짓거나 교육프로그램을 만들 때 자문을 한다. 예를 들어 곰의 동물사를 짓는다면 곰이 올라타고 놀 수 있는 나무 구조물이 필요하다. 곰이 놀 수 있으면서도 안전한 구조물이 되기 위한 무게와 각도 등을 자문한다. 한 동물사에 그치지 않고 동물원 전체 개선 계획을 짜주기도 한다.

 

Q 야생동물을 구조하려고 수의사가 된 것 아닌가?
그래서 처음엔 동물구조센터에서 일했다. 약 30년 전이라 환경이 열악했는데, 무엇보다 힘든 건 안락사였다. 유기되는 반려동물이 너무 많아 버티고 버티다 강아지 수십 마리를 한 번에 안락사시킨 날이 가장 슬펐다. 야생동물을 치료할 약과 장비도 부족했고, 치료 기술을 가르쳐줄 사람도 없었다. 가축병원 수의사가 도와주긴 했지만, 야생동물의 몸은 가축동물과 달라 한계가 있었다. 결국 치료 기술을 배우기 위해 동물원에 입사했다.

 

Q 그때 에버랜드 수의사가 됐나?
에버랜드에서 5년 동안 동물을 치료하다 보니, 동물들이 아픈 이유 중에 동물사가 큰 몫을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예를 들어 침팬지가 살던 네모난 방은 한 면이 모두 유리로 돼 있었다. 침팬지가 유리를 마구 두드려서 사람들이 도망간 일도 많았다. 침팬지는 숨을 곳이 없어서 사람들이 오는 게 싫었을 것이다. 또, 스트레스로 털을 뽑기도 했고 시멘트 바닥 때문에 팔에 독이 올라 붓기도 했다.

 

Q 그래서 동물사를 바꿨나?
2005년 에버랜드가 동물원을 전체적으로 다시 짓기 시작했다. 이때 사육사, 설계자, 교육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했다. 넓은 야외 공간에 바위와 나무를 많이 설치해 침팬지가 원할 땐 숨도록 했다. 이렇게 몇 개 동물사를 바꾸니 동물들이 안 아프기 시작했다. 동물에게 필요한 게 진료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이후 ‘동물행복연구소 공존’을 세워 동물사를 바꾸는 일을 시작했다.

 

현재 에버랜드  침팬지는 다른 원숭이들과 함께 넓은 ′몽키밸리′에 살고 있다. 에버랜드 동물원 제공
서울대공원에서도 침팬지사 개선 작업에 참여했다. 사진은 침팬지를 위한 '침팬지 타워' 조감도

Q 서울동물원이 ‘AZA 인증’을 받도록 도왔다는데?
‘AZA 인증’은 미국동물원수족관협회(AZA)가 복지 수준 등이 좋은 동물원을 인증하는 제도다. 내가 개선 작업을 도운 서울동물원은 2019년 AZA 인증을 받았다. 서울동물원의 가장 큰 문제는 ‘내실’이었다. ‘내실’은 동물사에서 전시되지 않는 실내방이인데, 사자처럼 추위에 약한 동물은 겨울에 내실에서 지낸다. AZA는 사자처럼 한 달 이상 내실에서 지내는 동물의 경우 내실도 적합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동물원은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 야생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공간’이라는 점을 인식하도록 요구한다. 서울동물원도 이런 기준을 따르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Q 앞으로 꿈이 있다면?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 역사상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다. 동물이 다치는 것보다 슬픈 게 죽는 것이고, 죽는 것보다 슬픈 게 멸종하는 것이다. 야생동물 한 마리를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생동물의 멸종을 막기 위해 서식지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일에 힘쓰고 싶다. 새를 몇 마리 구조해도 서식지에 아파트 단지 하나가 들어서면 수천 마리가 죽는다. 멸종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좋은 동물원을 만들어 동물의 소중함을 알리고 싶다.

 

전 세계 동물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 총회에 참가하기 위해 2009년 미국을 찾아 인디에나폴리스동물원과 콜럼버스동물원을 견학했다. 마승애 제공
전 세계 동물 연구성과를 공유하는 세계동물원수족관협회(WAZA) 총회에 참가하기 위해 2009년 미국을 찾아 인디에나폴리스동물원과 콜럼버스동물원을 견학했다. 마승애 제공

 

※'우리 동네 동물원 수비대'(우동수비대)는 가까운 동물원에서 동물을 관찰하고 조사해 전문가와 함께 행복한 동물원을 만드는 시민 과학 프로젝트 입니다. (1월말까지 모집)

바로가기 http://mkids.dongascience.com/zooguard/main

 

※관련기사

어린이 과학동아 1월 15일 발행, [JOB터뷰] 행복한 동물의 집을 짓는다! 마승애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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