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1심 무죄… 피해자들 “내 몸이 증거인데” 반발

2021.01.13 06:47
재판부 “유죄받은 옥시와 성분 달라… 폐질환 유발 인과관계 입증 안돼” SK케미칼-애경 前대표 무죄 선고… 검찰 “실험보고서 조작은 입증”
정환진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고 등의 재발 방지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 오는 20일 공포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히고 있다.
정환진 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장이 1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습기살균제 사고 등의 재발 방지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과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 오는 20일 공포되고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히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어마어마한 피해가 발생한 사회적 참사로 안타깝지만 원료 성분이 피해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유영근)는 12일 가습기 살균제를 판매해 소비자 98명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71),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62) 등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이같이 밝혔다. 1심 재판부는 2018년 유죄가 확정됐던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이 다르고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 “살균제 성분의 유해성 입증 안 돼”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2002∼2011년 ‘가습기 메이트’ 등의 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인명 피해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로 2019년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가습기 메이트 등에 사용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폐질환 혹은 천식을 유발했거나 악화시켰다는 증거가 없다고 결론 냈다. 2018년 법원이 인명피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봤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는 성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환경부가 CMIT·MIT 성분의 권장사용량을 833배까지 설정해 반복 흡입독성시험을 시행했지만 폐 내 염증 등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PHMG 성분이 포함된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판매한 신현우 전 옥시레빗벤키저 대표는 2018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PHMG 성분은 흡입독성이 매우 높은 제품인데도 독성시험을 거치지 않고 출시했고 결과는 재앙에 가까웠다”며 “PHMG와 CMIT·MIT는 유해성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환경부가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피해 인정을 해온 것과 다른 결론을 낸 경위도 설명했다. 재판부는 “기존의 피해 인정 기준은 국가가 피해자 구제 차원에서 보다 폭넓게 피해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기준을 완화한 것”이라며 “이 기준을 형사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 피해자들 “납득 못 해, 사법부의 기만”


재판부는 또 옥시 측에 PHMG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유해성을 축소해 설명하는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에 관여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기소된 전 SK케미칼 직원 4명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직원들이 PHMG 홍보자료에 잘못된 정보를 적기는 했지만 이는 SK케미칼 문건을 참고해 그대로 적은 것이고, SK케미칼과 같은 큰 기업이 잘못된 정보를 적어놨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힘들어 이를 업무상 과실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SK케미칼이 독성 수치를 숨기고 허위 기재한 사실, PHMG가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것을 은폐하기 위해 실험보고서 제목을 조작한 사실 등이 입증되었음에도 (재판부가)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모두 부정했다”고 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 증거인데 그것조차 인정하지 못 하는 사법부를 용서할 수 없다”고 했다. 참여연대도 “CMIT·MIT의 유해성은 이미 학계에 보고돼 있고 근거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1994∼2011년 옥시, 애경산업 등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627만 명 중 약 67만 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된 사건이다.

신희철 hcshin@donga.com·박상준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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