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큐멘터리] 화학 연구실에서 탄생한 부드럽고 정교한 인공근육

2021.01.14 14:00
포스텍 에너지 나노재료 연구실
포스텍 에너지 나노재료 연구실은 에너지와 관련된 유기 및 무기 고분자 소재를 합성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한다

화학자는 때때로 패션디자이너와 비슷한 일을 한다. 패션디자이너가 원단을 자르고 꿰매 원하는 옷을 만들듯 화학자는 물질을 연구하고 합성해 인류에게 필요한 형태로 가공한다. 부동액으로 쓰이던 에틸렌글리콜로 고분자 화합물인 페트병을 만든 게 대표적인 사례다.

 

박문정 포스텍 화학과 교수가 이끄는 에너지 나노재료 연구실은 에너지와 관련된 유기 및 무기 고분자 소재를 합성하고 분석하는 연구를 한다. 대표적인 연구 주제는 배터리로, ‘리튬-황 전지’에 필요한 황 고분자 양극 재료를 개발하거나 폭발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배터리에 들어 있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바꾸는 연구를 한다. 리튬-황 전지는 양극 소재를 황으로 만들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전기 용량이 4~5배 높으면서도 가격도 저렴해 차세대 이차전지로 불린다.

 

포스텍 화학과 박문정 교수
포스텍 화학과 박문정 교수

최근에는 전기를 흘렸을 때 움직임을 나타내는 전도성 고분자를 활용한 인공 근육 연구도 진행 중이다. 현재 개발된 인공 근육 소재는 높은 전압에서 구동하기 때문에 크고 무거운 장비가 필요하다. 에너지 나노재료 연구실은 1~2V의 전압으로 작동하는 고분자 소재를 연구해 작은 배터리로 움직이는 인공 근육을 연구하고 있다. 파리지옥을 모사해 전력이 없어도 물체를 계속 움켜쥐고 있는 인공 근육을 개발한 연구는 2018년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실리기도 했다.

 

연구 분야는 기초 이론 연구부터 응용, 장치 개발까지 다양하다. 2015년 발표한 논문 주제인 ‘얼음 화학’은 얼음 표면에서 높은 전기 전도도를 갖는 전도성 고분자를 합성하는 새로운 방법이다. 얼음사이의 크랙(틈)을 반응기로 이용해고분자를 만들려고 시도하던 중 우연히 단량체가 코팅된 얼음 표면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을 띄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러한 색깔은 단량체가 전기를 통할 수 있는 수준의 고분자로 합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 색을 통해 전도성을 예측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전기를 흘렸을 때 움직임을 나타내는 전도성 고분자를 활용한 인공 근육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 교수는 지엽적인 것에 푹 빠져있거나 화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도, 감각이 뛰어난 ‘괴짜’들이 정통 화학 연구에 알맞은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화학은 분야가 워낙 넓어서 자기에게 맞는 분야를 하나쯤 찾을 수 있고 기업의 수요도 많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모든 구성원이 다른 주제를 연구하기 때문에 하나부터 열까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이런 경험을 통해 사회에 나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포스텍 에너지 나노재료 연구실 보러가기 https://youtu.be/SgdQx2eGQhg

 

※대학 연구실은 인류의 미래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엿볼 수 있는 창문입니다. 인류 지식의 지평을 넓히는 연구부터 실제 인간의 삶을 편하게 하는 기술 개발까지 다양한 모험과 도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오늘도 연구실마다 교수와 연구원,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열정을 펼치고 있습니다.  연구자 한 명 한 명은 모두 하나하나의 학문입니다.  동아사이언스는 210개에 이르는 연구실을 보유한 포스텍과 함께 누구나 쉽게 연구를 이해할 수 있도록 2분 분량의 연구실 다큐멘터리, 랩큐멘터리를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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