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과학전쟁] PCR보다 빠르고 간편한 분자진단 기술 나온다

2021.01.11 06:00
광주광역시 시청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광주광역시 시청광장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확진자가 매일 1000명씩 쏟아지면서 방역당국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임시선별검사소를 운영하며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했다.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숨은 감염자'를 선제적으로 찾아내기 위한 조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달 4일 0시까지 수도권 임시 선별검사소에서 진행한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와 신속항원검사는 총 76만여건이며, 이 가운데 217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양성률은 0.27%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초기 한국이 방역 모범국으로 꼽힌 이유로 신속하고 광범위한 PCR 검사가 가능한 의료체계를 꼽는다. 하지만 현재 활용되는 진단기술은 완벽하지 않다. 피검사자의 유전자(DNA)를 증폭시켜 코로나바이러스의 양성 대조군과 비교해 분석하는 PCR은 정확도가 높지만 결과가 나오는 데 최소 6시간이 걸린다. 검사량이 몰릴 경우 하루를 넘기기도 한다. 바이러스를 정제하고 증폭시키는 값비싼 장비도 필요해 현장에서 바로 할 수 없다. 


진단키트에 항원(바이러스)을 인식하는 항체를 코팅해 검체와 반응시켜 감염 여부를 가리는 신속항원검사는 15~30분이면 양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지만 위양성(거짓 양성) 비율이 약 40%에 달해 정확도가 떨어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한 일상에서 기존 기술보다 더욱 빠르고 정확한 진단기술의 필요성이 높아진 이유다. 특히 대다수 과학자들이 새로운 감염병이 언제든 출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어 진단기술은 백신과 치료제와 함께 인류가 감염병을 극복하는데 필수적인 기술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PCR 수준의 정확도를 갖추면서도 30분만에 진단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안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진단 기술도 코로나19 극복에 활용되고 있다. 2021년 들어 더 정확하고, 더 빠른 감염병 진단기술의 진화와 이를 둘러싼 새로운 경쟁의 서막이 열리고 있다. 


● 바이러스는 분자진단 사각지대...국내 연구진, PCR보다 빠른 기술 개발

 

분자진단은 세포 내에서 발생하는 분자 수준의 변화를 평가해 질환 여부를 판단하는 진단기법이다. 분자진단에서 분자는 보통 DNA나 DNA가 지닌 유전정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관여하는 핵산인 RNA를 뜻한다. 이들은 질환을 판단하는 체내 지표인 ‘바이오마커’의 일종이다.

 

분자진단은 그동안 암이나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에 주로 활용됐다. 식중독이나 감염질환의 경우 계절적 요인이 작용하거나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분야라는 이유로 연구투자가 집중되지 않아 ‘사각지대’로 불렸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황이 급변하자 발빠르게 움직인 국내 연구진이 감염병 진단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분자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현재 가장 뛰어난 정확도를 지닌 PCR만큼의 정확도를 갖추면서 30분만에 진단이 가능한 기술이다. 

정규열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왼쪽)와 이정욱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포스텍 제공.
정규열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왼쪽)와 이정욱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포스텍 제공.

포스텍 화학공학과의 이정욱·정규열 교수 연구팀은 바이러스의 RNA로 신속하게 코로나19를 진단하는 기술(SENSR)을 개발해 지난해 9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발표하고 현재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PCR은 피검사자의 DNA를 증폭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DNA를 증폭시키려면 바이러스 RNA를 DNA로 만드는 ‘역전사’를 거쳐야 한다. 역전사와 DNA 증폭이라는 두 번의 단계를 서로 다른 환경에서 거쳐야 한다. 

 

이 기술은 PCR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RNA를 DNA로 바꾸는 역전사 과정을 생략한다. 대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RNA에만 붙는 분자, 피검사자의 검체와의 반응에 필요한 효소를 통해 바이러스 RNA가 있을 경우에만 반응해 형광색을 띠도록 설계했다. 실제 환자 샘플과 반응시켰을 때 30분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정확도는 PCR과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PCR처럼 표준진단 체계에 포함될 정도의 상용화에 도달하려면 정확도·민감도에 대한 대규모 검증이 필요하다”며 “상용화되면 코로나19를 비롯해 감염병 분자진단 분야에서 기술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해 노벨화학상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5분만에 진단하는 기술도 등장

 

지난해 10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개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직후 수상자 중 한명인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연구진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를 이용해 5분만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인하는 진단기술을 개발하고 논문 사전 공개사이트 ‘메드아카이브’에 공개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특정 DNA 염기를 찾아가 원하는 부위를 잘라내는 기술이다. 난치성 유전질환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RNA를 찾아가는 가이드RNA에 형광입자를 붙였다. 가이드RNA가 바이러스 RNA와 결합할 경우 RNA가닥을 효소로 잘라낸다. 이때 잘린 RNA 가닥에 레이저를 비춰 빛이 나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코로나 환자 검체 5개를 모두 5분만에 양성으로 판정했다”며 “유전자 증폭이나 고가의 장비가 필요없어 획기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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