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의 미래]⑻이산화탄소는 에틸렌으로, 산소는 전기로…‘꿈의 전기차’ 향해 달린다

2021.01.06 14:00
강정구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
남윤중 제공
원자와 분자 수준에서 하이브리드 에너지 저장 소자를 개발 중인 강정구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 ‘라이벌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다. 남윤중 제공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는 1994년 여름 에너지 저장 스타트업인 피너클연구소에서 인턴십을 하고 있었다. 당시 피너클연구소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슈퍼 커패시터를 개발하고 있었다. 머스크는 이듬해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에너지물리학 박사과정에 들어갔지만, 이틀 만에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2004년 테슬라에 합류하면서 전기자동차 개발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강정구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전기자동차의 핵심은 결국 배터리와 커패시터(축전기)”라며 “많은 에너지를 빨리 저장할 때는 커패시터처럼, 필요할 때 순간적으로 방출할 때는 배터리처럼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머스크도 이 기술을 연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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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동전 모양으로 개발한 배터리 ‘코인셀’. 남윤중 제공
○ 충전은 1분 이내, 에너지 밀도는 280Wh/kg

강 교수팀은 수십 초 만에 충전 가능한 하이브리드 리튬이온전지를 개발해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에 지난달 발표했다.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표지 논문으로도 채택됐다. 

 

리튬이온전지는 2019년 노벨 화학상 수상 분야로 선정될만큼 현존 기술로는 최고의 에너지 저장 방식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기자동차에 동력을 공급할 만큼 성능이 개선되면서 친환경 에너지 기술도 이끌고 있다. 당시 노벨위원회는 “1991년 리튬이온전지가 처음 상용화되면서 인류의 삶에는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며 “화석연료 없는 사회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팀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리튬이온전지는 배터리용 음극의 저장 용량과 축전기용 양극의 이온 저장 용량을 둘 다 높여 고에너지, 고출력을 모두 달성했다. 핵심은 배터리와 축전기의 혁신적인 소재 기술이다. 

 

강 교수팀은 nm(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크기와 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 크기의 기공이 동시에 존재하는 다공성 구조의 탄소 구조체를 기반으로 고용량 음극재와 양극재를 개발했다.  태양전지 모듈로 시험한 결과 수십 초 만에 충전이 끝났다. 강 교수는 “전기자동차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충전시간은 1분 이내로, 에너지 밀도는 킬로그램당 280와트시(Wh)까지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재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모델3’은 배터리를 80% 충전하는 데 30분이 걸린다. 30분 충전으로 상온에서 최대 498km까지 달릴 수 있다. 아우디의 ‘e-트론’은 모델3과 충전시간은 비슷하지만 주행 거리는 387km로 100km가량 짧다. 현대자동차의 ‘코나’는 주행 거리는 비슷한데 충전시간이 54분으로 길다. 


강 교수는 “충전시간은 줄이고 주행 거리를 늘리려면 결국 고밀도, 고출력의 새로운 에너지 저장 소자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테슬라가 가장 앞서 있지만, 새로운 저장 소자를 앞세운 혁신적인 기술이 조만간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과 일본은 2025년 에너지 밀도를 200Wh/kg까지 늘린 전지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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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팀이 이끄는 연구실의 연구원들이 다양한 조건에서 코인셀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남윤중 제공
○ BMW도 '러브콜'

강 교수팀은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미래소재연구단’에 참여하면서 분자와 원자 수준에서 소재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해 고효율 에너지 소자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라이벌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이 분야에서는 독보적이다. 


연구비 1억 원당 특허 출원 0.3개를 목표로 했지만 이미 1개를 달성했다. 특허 등록도 당초 1억 원당 0.2개를 잡았지만 0.8개로 목표치를 가뿐히 넘었다. 분야별 상위 10% 내에 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논문만 이미 9편을 발표했고, 글로벌 특허 등록도 6건에 이른다. 강 교수팀은 내년 8월까지 연구단에서 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어서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강 교수가 하이브리드 에너지 저장기술 개발에 뛰어든 건 10년도 넘었다. 2011년 그래핀을 이용해 휘어지는 유연한 슈퍼 커패시터를 개발했고, 이후 물을 기반으로 한 신개념 저장 소자를 이용해 수십 초 만에 충전 가능한 기술도 개발했다. 소듐이온 하이브리드 전지, 원자 틈을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에틸렌으로 전환하는 전기화학 촉매, 공기 중 산소로 충전되는 리튬-공기 배터리 에너지 저장 소자 등 그간 친환경 배터리 기술의 혁신을 이끌어왔다. 

 

강 교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산업계의 고부가 연료인 에틸렌으로 바꾸는 기술은 최대 80%까지 전환이 가능하다”며 “리튬-공기 배터리는 수소를 저장해 수소자동차의 수소 저장고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스’ 2017년 1월호에 논문이 실린 뒤에는 글로벌 자동차기업 BMW로부터 ‘러브콜’도 받았다. 당시 강 교수팀은 대나무 모양의 소자를 nm 수준으로 아주 미세하고 만들고, 여기에 더 미세한 구멍을 무수히 뚫어 에너지 저장물질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에너지 밀도를 279Wh/kg까지 끌어올렸다. 당시 기술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혁신적인 숫자에 BMW가 연락을 해왔다. 강 교수는 “상용화 수준으로 대량 합성이 가능하도록 계속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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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구 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실인 NANOSF(Nano Materials Simulation and Fabrication Laboratory)의 석박사과정 연구원들과 다 함께 실험실에 모였다. 남윤중 제공

강 교수는 배터리나 슈퍼 커패시터 등 에너지 저장기술이 발전하면 전기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동안 무선 충전 기술을 이용해 중앙분리대나 도로에서 실시간으로 전기를 충전하고, 태양전지에 쌓인 전기를 배터리에 바로 저장하는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 ‘꿈의 에너지 기술’을 직접 구현해내고 싶은 욕심도 있다. 강 교수는 “KAIST 퇴임까지 남은 13년 동안 상용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최근 소재 연구에서는 첨단기능을 가져 ‘부가가치’를 내는 소재를 찾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두 소재를 맞붙이면 그 표면에서는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하던 새롭고 놀라운 기능과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정부가 세계 수준의 성과를 내기 위해 설립한 10개 글로벌프론티어사업단 중 하나인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미래소재연구단은 서로 다른 물질이 닿는 ‘인터페이스(경계면)’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두 물질을 붙일 때 생기는 경계면에서는 기존 두 물질을 이루는 결합구조나 조성과는 다른 새 물질이 생겨납니다. 두 물질의 경계면은 새로운 소재가 생성되는 보고(寶庫)인 셈입니다. 동아사이언스는 미래소재연구단과 함께 앞으로 한국의 소재 산업을 이끌 미래 소재의 깜짝 놀랄 세계를 연재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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