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화이자·모더나 백신 부작용 원인으로 PEG 성분 지목

2020.12.22 13:43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의 임상3상 중간결과 발표에서 약 90%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화이자 제공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의 임상3상 중간결과 발표에서 약 90%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화이자 제공

최근 2주 동안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바이오앤텍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이 보고됐다. 최소 8명에게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이같은 부작용이 백신의 주성분을 구성하는 메신저RNA(mRNA)를 감싸는 화합물 때문일 수도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면역학과 백신 전문가들을 인용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포함된 화합물 성분인 ‘폴리에틸렌 글리콜(PEG)’이 알레르기 부작용의 원인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주 금요일 미국에서 긴급사용이 승인된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에도 화합물인 PEG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EG는 점안액이나 화장품 용매, 세포실험 시약, 의료용 약품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화합물이다. 기존에 승인된 백신에 사용된 적은 없지만 급격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를 종종 유발하는 약물에 활용되고 있다. 아나필락시스는 발진이나 급격한 혈압 저하, 호흡곤란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PEG에 노출된 소수의 사람들의 경우 PEG에 대한 항체 수치가 높아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mRNA 백신 부작용과 PEG와의 관련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미국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는 지난주 화이자와 모더나 대표, 과학자, 의사, 식품의약국(FDA) 전문가 등과 백신의 알레르기 반응과 관련된 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NIAID는 FDA와 협력을 통해 PEG 항체 수치가 높거나 이전에 약물 또는 백신에 대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한 사람들의 백신 반응을 분석하기 위한 연구를 준비중이다. 

 

화이자는 “적극적으로 후속 조치를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화이자는 사이언스지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백신 접종시 적절한 의료적 치료와 감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나필락시스 반응은 모든 백신 접종시 발생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100만 도스당 1도스 꼴로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12월 19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27만2001명 중 아나필락시스 사례는 6건이다. 영국에서는 2건의 사례가 나왔다. 부작용 사례가 알려지자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사람들이 적어도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접종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초조함이다. 

 

다만 백신에 포함된 화합물 PEG가 부작용의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과학자들도 백신 접종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완화시키는 게 시급하게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모두 수만명이 참가한 임상시험에서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두 회사의 임상시험에서는 알레르기 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제외됐다. 두 백신은 모두 지질 나노입자로 mRNA를 감싸 체내 세포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PEG 분자로 만들어지는 지질 나노입자는 mRNA의 안정성은 물론 체내에서 오래동안 유지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PEG는 치약이나 샴푸와 같은 일상 용품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증점제나 용매제, 유연제, 수분 운반제 등으로 사용되며 바이오 의약품에도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PEG는 오랜기간 동안 생물학적으로 비활성이라고 여겨졌지만 생물학적 활성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증거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PEG가 체내에서 생물학적 작용을 통해 PEG에 대한 항체가 체내에서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2016년 채플 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약학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PEG에 대한 일부 항체를 보유한 사람이 72%에 달한다. 또 7%는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의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노스 체베니 헝가리 젬멜바이스대 면역학자는 “PEG로 인한 아나필락시스 메커니즘은 고전적인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항체 유형인 면역 글로불린E(IgE)를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며 “대신 또다른 두가지 항체인 면역글로불린M(IgM)과 면역글로불린G(IgG)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체베니 박사는 수십년 동안 돼지 모델을 통해 면역과 항체를 연구한 면역학자다. 그는 1999년 종종 PEG가 포함된 나노입자 기반 의약품에 의해 유발되는 비특이적 면역반응을 설명하기도 했다. 의약품이 면역체계에 의해 바이러스로 잘못 인식된다는 것이다. 

 

PEG와 같은 화합물이 포함된 임상시험용 항응고제에서도 유사한 반응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브루스 술렌저 미국 듀크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RNA를 포함하는 PEG 계열 항응고제를 투여받은 1600명 중 약 0.6%가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고 임상 참가자 1명이 사망한 뒤 2014년 임상3상 시험을 중단했다. 참가자 중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PEG에 의한 항체 IgG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다만 부작용이 없었던 일부 참가자도 항체 수치가 높아 항체 보유만으로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PEG가 백신 부작용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확실하지 않다는 과학자들도 있다. 모인 모기미 영국 뉴캐슬대 나노의학 박사는 “PEG의 위험성이 과장되고 있다”며 “PEG보다는 전통적인 백신 작용 메커니즘이 아나필락시스 반응을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백신 주사를 맞을 때 국소 면역 세포가 자극받을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mRNA 백신에 포함된 PEG의 양이 다른 PEG화 약물에 포함된 PEG보다 훨씬 적은 수치라는 지적도 있다. 

 

화이자와 함께 mRNA 백신을 개발한 카탈린 카리코 바이오앤텍 수석 부사장은 “개발 당시 백신에 포함되는 PEG 화합물이 문제가 될 수 있는지 검토했다”며 “적은 양의 지질 나노입자와 근육 내 백신 투여를 감안할 때 위험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모든 백신에는 약간의 위험성이 따르면 현재 상황에서는 백신의 이점이 위험보다 더 크다”고 덧붙였다. 

 

백신에 포함된 PEG가 부작용의 원인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미국 CDC는 백신 성분에 대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 이력이 있는 사람은 백신을 접종받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나필락시스 반응 위험도가 높은 사람들은 필요한 경우 접종 후 30분 동안 의료기관에 머물러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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