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힘든 연말을 버티는 방법

2020.12.19 06:00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라졌다. 번화가인 시카고 극장 앞도 한산하다. AFP/연합뉴스 제공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번화가가 한산한 모습이다. AFP/연합뉴스 제공

전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의 확산세가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불안 또한 늘어나고 있다. 안타깝지만 봉쇄조치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현실을 우리의 힘으로 당장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똑같이 암담한 현실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어떻게 대응할지는 어느 정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불안에 떨거나 떨지 않는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힘든 현실을 어떠한 마음으로 버텨내면 좋을까?

 

통제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인식하기


자존감이 건강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안 되는 일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며 끝까지 매달릴 것 같지만 의외로 정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사람들에게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줬을 때 자존감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실패하면 안 된다며 안 되는 일을 계속 붙들다가 결국 실패하는 경험만 계속 늘려가는 경향을 보였다. 


반대로 자존감이 건강한 사람들은 본인이 봤을 때 충분한 수준의 노력, 예컨대 삼 세판은 해본다 같은 기준을 달성한 후에도 일이 안 되면 ‘안 되나보네. 어쩔 수 없지’라며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는 다른 과제를 찾아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실제로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 찾아내고 성공하는 경험 또한 더 많이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나는 역시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등 큰 의미를 부여하고 좌절하기보다 ‘이 일이 나랑 잘 안 맞나 보네. 타이밍이 안 좋았나보지’ 정도로 가볍게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할 수 없는 일은 가급적 빨리 내려놓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는 작은 차이가 한 사람에게는 실패만 가득한 삶을, 또 다른 사람에게는 새로운 발견과 성취의 기쁨이 가득한 삶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자존감이 건강하다는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일을 잘 구분하며 할 수 없는 일은 쿨하게 놓아주는 태도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마음 먹기에 따라 같은 현실도 얼마든지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은 다행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팬데믹이라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들이 나뉜다. 보기에 따라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은 것만 같아서 무기력감이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면 팬데믹뿐 아니라 인간의  삶은 항상 스스로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과 통제할 수 있는 것들로 버무려져 있다. 생노병사의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자연재해나 경제 위기, 나라간 분쟁 등도 항상 우리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일어난다. 스스로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일이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을 자꾸 곱씹으며 좌절만 쌓아나가는 것보다는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 위생수칙을 잘 지키는 것은 물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 주변 사람들에게 더 자주 안부를 묻는 것 모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이렇게 작은 것이라도 할 수 있는 무엇을 찾아 실천에 옮긴 사람들은 같은 고난이나 결핍을 겪어도 훨씬 더 잘 이겨내는 편이라는 연구 결과가 다수 있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때 하다 못해 하늘이라도 쳐다보고 꽃이라도 들여다보는 작은 행동이 사람을 살린다. 

 

 《이끼와 함께》 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은 적이 있다. 저자에 의하면 이끼는 다른 식물들처럼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조금의 빛과 물만 있다면 어디에서든 살아간다. 따라서 이끼는 별 볼일 없는 작은 루저가 아니라 작은 틈에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틈새 정복의 달인이다. 뿌리를 깊게 내려 부족한 물을 끌어당기지도, 크게 자라 햇빛에 더 가까워지지도 못하지만 이끼의 생명력은 식물 중 으뜸이다. 받아들임의 화신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환경의 변화로 인해 물과 햇빛이 부족해지면 이끼는 즉각 모든 생명 활동을 중지하고 언젠가 다시 찾아올 물을 기다린다. 훗날 물방울 하나라도 만나게 되면 이 날만을 기다렸다는 듯 다시 활짝 피어난다. 


어떤 형태라도 좋다. 작으면 작은 틈새에서, 힘이 없다면 힘 없이 웅크린 채로 최소한의 생명 유지 활동만 하는 것도 좋다. 또 다시 다가온 겨울과 싸우기보다 가급적 힘을 아끼고 정신적인 소모라도 줄이는 것도 좋겠다. 여느 때보다 힘든 연말을 보내고 있는 나와 내 주변 사람들 모두에게 따듯한 위로를 건내보자. 힘든 현실에서 마음마저 지옥에 빠져버리면 상황이 나아져도 여전히 지옥에 남게 된다. ‘나는 이끼다’라는 생각으로 함께 마음을 다독여보자. 

 

픽사베이 제공
픽사베이 제공

※참고자료

Di Paula, A., & Campbell, J. D. (2002). Self-esteem and persistence in the face of failur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83, 711-724.'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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