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달에서 가져온 토양 382kg…한국은 '그림의 떡'

2020.12.17 16:55
NASA, 교육용·연구용으로 대여…韓, 모사토만 활용 2035년에야 채취 가능해
아폴로 17호 NASA 제공
1972년 달에 도착한 아폴로 17호의 우주비행사 유진 서난이 달 표면에서 토양(레골리스)과 암석 시료를 채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NASA 제공

“좋은 시료부터 확보합시다.”(유진 서넌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

그들은 크레이터의 시료에 다가갔다. 달에서 처음 주황색 흙을 발견한 이들은 흥분 상태였다. 

“꽤 딱딱한데요.”(해리슨 슈미트 아폴로 17호 우주비행사)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아폴로 달 표면 일지’에는 아폴로 17호의 대원이었던 우주비행사 유진 서난과 해리슨 슈미트의 이런 대화가 담겨 있다. 1972년 12월 발사된 아폴로 17호는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폴로의 마지막 임무였고, 이들은 당시 세 차례에 걸쳐 달 표면 임무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했다. 이를 통해 얻은 시료는 110.52kg으로 아폴로 임무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이달 17일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채집한 토양 시료를 담은 캡슐이 무사히 지구에 돌아오면서 우주 시료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일본 항공우주연구개발기구(JAXA)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 류구의 시료를 채취해 싣고 지구로 귀환하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인류가 가장 많은 양의 시료를 모은 곳은 달이다. 


NASA는 1969년 아폴로 11호부터 1972년 17호까지 고장으로 달에 착륙하지 못한 아폴로 13호만 제외하고 여섯 차례 달 표면에 우주비행사를 보내 총 382kg가량의 달 시료를 확보했다. 이들 시료는 휴스턴에 있는 NASA 존슨우주센터 달큐레이션연구소에 보관돼있고, 이 중 일부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등 미국 전역 과학관과 대학 68곳에 기증해 교육과 전시용으로 쓰이고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한 번도 개봉하지 않았던 달 시료를 처음으로 꺼냈다.  제공
201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한 번도 개봉하지 않았던 달 시료 두 점을 처음으로 꺼냈다. 2024년 달에 다시 인간을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위한 연구용이다. NASA 제공

NASA는 2024년 ‘아르테미스’ 계획을 통해 달에 다시 인간을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지난해 11월 그간 한 번도 개봉하지 않았던 달 토양 시료 두 점(73002, 73001)을 연구용으로 꺼내기도 했다. 이들 시료는 아폴로 17호 임무에서 수집된 것으로 2피트(약 60cm) 길이의 튜브에 토양(레골리스)과 암석이 함께 담겨 있었다. NASA는 이들을 이용해 3D 이미징, 질량분석, 초고해상도 미세 절제술 등을 연구한다고 밝혔다. 


NASA는 초·중·고 교사나 박물관, 도서관, 천체투영관 등이 교육용으로 달 시료를 요청하면 2주간 대여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름 6인치(약 15cm)의 투명한 합성수지 디스크에 달 시료 여섯 종을 담아 보내주며, 암석 시료 3개와 토양 시료 3개로 이뤄졌다.   
 

NASA 제공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달 시료 6종이 담긴 디스크를 2주간 교육용으로 대여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NASA 제공

과학자들도 연구용으로 시료 사용을 요청할 수 있다. 대신 연구 목적, 연구 방법 등을 제출한 뒤 심사를 거쳐 통과한 경우에만 시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연구가 끝난 뒤에는 NASA에 돌려줘야 한다. 정민섭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연구용 시료를 받은 뒤에도 온도, 습도, 보관 장소 등 시료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매우 자세히 기록해야 한다”며 “이후 NASA에 시료를 돌려줄 때 이 기록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NASA에서 직접 달 시료를 받아 연구한 사례는 없다. 정 선임연구원은 “달의 레골리스와 유사하게 만든 모사토(模寫土·simulant)를 판매하는 기업에서 이를 사서 연구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중국국가항천국은 무인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채집한 토양 시료를 일부 국가에 공여할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달 토양 시료를 받는 협력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우주 탐사에서 토양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가져온다는 계획은 있다. 2018년 확정된 ‘제3차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 따르면 2020년 달 궤도선을 보내고, 2030년 달에 착륙선을 낸 뒤 2035년 소행성에 샘플 귀환선을 보내 소행성 시료를 지구로 가져온다. 하지만 달 탐사 첫 단계인 달 궤도선 사업이 지연돼 이르면 2022년 8월에야 한국형 달 궤도선을 쏠 수 있어 샘플 귀환선 계획도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NASA는 50년 이상 우주 탐사를 통해 달뿐만 아니라 다양한 우주 시료를 지구로 가져왔다. 1999년 ‘스타더스트’를 보내 혜성의 구성물질과 성간물질을 채집했고, 2001년 ‘제네시스’는 태양이 내뿜는 물질(태양풍)을 담는 데 성공했다. 또 JAXA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1호’가 소행성 이토카와를 탐사한 뒤 2010년 지구로 가지고 온 10~10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 분의 1m) 미립자를 포함해 전체 시료의 약 10%도 협업의 댓가로 제공받았다.

 

NASA는 올해 가을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여파로 달 시료 사용 신청을 잠정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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