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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도 유전된다

2014년 04월 14일 02:00
이미지 확대하기작은 유전전달물질인
작은 유전전달물질인 '마이크로 RNA'가 트라우마를 후대에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Isabelle Mansuy / UZH / ETH Zurich 제공

  울산 울주 계모의 학대로 8세 여아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로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사회적 관심은 물론, 학대당한 아이들이 겪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어릴 적 생긴 트라우마가 세대를 건너 다음 세대에게까지도 유전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처음으로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신경과학센터 이사벨 만수이 교수팀은 후천적으로 생긴 트라우마가 정자를 통해 후대로 유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13일자에 발표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실험용 쥐 또한 어렸을 적 어미와 떼어지는 ‘생이별’을 겪으면 트라우마가 생겨 이전과 전혀 다른 행동을 한다. 생쥐는 생존을 위해 탁 트인 공간과 밝은 곳을 본능적으로 두려워해야 하는데, 이런 본능을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우울증과 관련된 이상행동 등을 보이는 것.


  연구팀은 이런 쥐들의 피와 뇌, 정자 속에서 트라우마를 겪지 않은 쥐에 비해 무척 많은 양의 특정 ‘마이크로 RNA(micro RNA)’가 과량으로 검출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마이크로 RNA란 생물의 유전자 발현을 제어하는 작은 RNA로, 체내에 필요한 단백질을 얼마나 만들지를 결정하는 등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트라우마를 직접 겪은 적이 없음에도 트라우마 증세를 보이는 새끼 쥐가 트라우마를 직접 겪은 부모 쥐와 마찬가지로 체내에서 특정 마이크로RNA가 과량 발견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트라우마 때문에 인슐린과 혈당 수치가 정상 쥐보다 낮은 것도 확인했다. 트라우마의 이런 악영향은 자손이 낳은 자손인 3대까지 전해졌다.


  만수이 교수는 “정자 내 마이크로RNA의 불균형이 트라우마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며 “트라우마가 유전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물론 후대의 대사작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찾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마이크로RNA가 사람에게도 트라우마 유전을 일으키는지를 밝혀낼 계획이다.


  김성찬 서울탑마을클리닉 원장은 “큰 트라우마가 있는 부모가 만드는 불안정한 양육 환경이 아이들을 스트레스에 취약하게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자식에게 부모의 트라우마가 전달될 때 환경과 유전이 각각 영향을 미치는 비율이 얼마나 될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 말했다. 또 “트라우마를 부모로부터 물려받는다 해도 사랑과 관심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우상 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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