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물질의 근원을 밝히기 위한 실험 장치인 '앨리스'의 이미지 센서 양산 시험에 성공했다.
권영일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국내 중소 기업과 힘을 합쳐 개발한 성능 테스트 시스템(COREA-YS-01)으로 첨단 이미지 센서 '알피드(ALPIDE)'의 양산 시험을 무사히 마쳤다고 11일 밝혔다.
앨리스는 납(Pb)의 원자핵을 빛의 속도에 가깝게 충돌시킨 후 온도를 높여 빅뱅을 재현하는 장치다. 빅뱅 후 100만분의 1초 후에 형성된 원시 우주를 재현해 초기 물질의 형성 과정을 알아내는 데 쓰인다. 이 실험에는 한국을 비롯해 39개 나라175개 기관, 1900여 명의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연세대, 인하대, 부산대를 비롯해 7개 대학이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납 입자가 충돌하면 온도가 태양 중심의 약 10만 배 높기 때문에 고열에 견디면서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는 이미지 센서가 필요하다. 기존에 앨리스에 쓰였던 실리콘 센서는 해상도가 낮아 쿼크가 붕괴하는 순간을 포착할 수 없었다. 권 교수 연구팀이 개발에 참여한 알피드는 고온에 견디면서 화소 수가 기존 센서보다 10배 많고 데이터도 100배 많이 수집한다.
권 교수는 미국이 주도하는 입자 충돌 실험인 피닉스(PHENIX)에서 수행하던 센서 연구를 기반으로 씨온을 비롯한 국내 중소기업과 힘을 합쳐 알피드 성능 테스트 시스템(COREA-YS-01)을 개발했다. 현재 앨리스의 이미지 센서를 알피드로 교체하고 있고 내년 가을쯤 완료된다. 더불어 미국 브룩헤이븐국립연구소가 고에너지 핵물리 실험(SPHENIX)에 쓰는 검출기와 러시아 핵물리통합연구소의 검출기도 차기 이미지 센서로 알피드를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실험은 근본적으로 측정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장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국내 중소기업이 장비 분야에서 거대한 잠재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