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에서 고리를 지닌 다섯 번째 천체 찾았다!

2014.04.08 18:17
커리클로의 지표에서 바라본 고리의 모습을 그린 상상도. 불과 250킬로미터 상공에 펼쳐져 있다. 멀리 빛나는 천체는 태양이다. - ESO 제공
커리클로의 지표에서 바라본 고리의 모습을 그린 상상도. 불과 250킬로미터 상공에 펼쳐져 있다. 멀리 빛나는 천체는 태양이다. - ESO 제공

  보통 비슷한 특성을 지녀 한 무리로 묶이는 경우 가장 큰 것이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진주에 떨어진 운석의 경우도 처음 발견된 9.36kg짜리 운석이 주인공이었으나 일주일 뒤에 무려 20.9kg의 네 번째 운석이 발견되면서 스포트라이트가 옮겨졌다. 아마 훗날 진주운석을 언급할 문헌은 ‘무게 20.9kg인 국내 최대 운석을 비롯해 운석이 네 개 발견됐고…’라는 식으로 적지 않을까.

 

  그런데 무리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게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있으니 바로 태양계 행성이다. 목성은 다른 7개 행성을 합친 질량의 2.5배나 되고(그래봐야 태양 질량의 1000분의 1이지만) 거대한(지구보다도 크다) 대적반(Great Red Spot) 때문에 그리스 신화의 외눈박이 신 키클롭스의 얼굴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바로 다음에 있는 토성에게는 목성의 ‘스펙’을 간단히 눌러버리는 화려한 ‘무기’가 있다. 바로 적도면에 펼쳐져 있는 고리다. 아마추어 천체관측자들이 찍은 태양계 천체사진 가운데 절반 이상(어쩌면 90% 이상?)이 토성을 찍은 게 아닐까.

 

●보이저 2호가 연달아 발견

 

  토성의 고리를 발견하고 정체를 규명한 과학자들의 면면도 화려하기 그지없다. 먼저 발견자는 갈릴레오 갈릴레이로 1610년 망원경으로 목성을 들여다보다 이상하게 움직이는 두 개의 둥근 천체를 관측했다. 그러나 이 형체가 고리라는 걸 확인한 건 크리스티안 하위헌스(필자 같은 구세대는 ‘호이겐스’가 익숙하다)로 1655년의 일이다. 그리고 1857년 제임스 맥스웰은 토성의 고리가 고체로 이뤄진 하나의 물체가 아니라 작은 입자들로 이뤄져 있음을 이론적으로 증명했다.

 

1989년 보이저 2호가 촬영해 전송한 사진 두 장에는 해왕성의 고리가 완벽하게 포착됐다. - 사이언스 제공
1989년 보이저 2호가 촬영해 전송한 사진 두 장에는 해왕성의 고리가 완벽하게 포착됐다. - 사이언스 제공

  토성 고리가 관측되고 300년도 더 지난 1977년, 토성 다음에 있는 행성인 천왕성에도 고리가 있다는 사실이 관측됐다. 항성 엄폐(stellar occultation)라는, 천왕성이 별빛을 가리는 현상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고리가 7개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 그 뒤 1986년 보이저 2호 탐사로 2개가 추가로 확인됐고 2005년 허블우주망원경 관측으로 2개가 더해져 총 13개다. 물론 토성 고리의 화려함에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그런데 2년 뒤인 1979년 목성을 스쳐지나가던 보이저 2호가 고리를 관측했다(따라서 목성을 지나 7년을 여행한 뒤 천왕성에 접근해 고리를 또 관측한 것이다). 고리가 얇고 밀도도 낮아 희미했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관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무튼 보이저 2호의 목성 고리 발견은 예상치 못한 수확이었다.

 

  1989년 태양계 맨 바깥 행성인 해왕성(명왕성은 퇴출됐으므로)에서도 고리가 발견됐다. 센스가 있는 독자라면 짐작했겠지만, 역시 1986년 천왕성을 떠나 3년간 여행해 접근한 보이저 2호가 관측했다. 해왕성은 5개의 고리로 이뤄져 있는데 목성의 고리처럼 희미하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지난 25년 동안 사람들은 태양계에서 고리를 갖고 있는 천체가 네 개 존재한다고 알고 있었다.

 

●항성 엄폐 기술로 존재 발견

 

  학술지 ‘네이처’ 3일자에는 태양계에서 다섯 번째로 고리를 지닌 천체를 찾았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고리를 거느리고 있는 천체는 반지름이 불과 124km인 켄타우루스 소행성(Centaur) 커리클로(Chariklo)다.

 

  보통 소행성(asteroid)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분포하는 작은 천체 무리를 뜻한다. 켄타우루스 소행성은 목성에서 해왕성에 이르는 넓은 영역에 퍼져있는 작은 천체 무리로 소행성과 혜성의 중간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半人半馬)의 괴물 켄타우루스의 이름을 붙인 이유다.

 

  또 주위 거대 행성의 중력 섭동으로 공전궤도가 불안정해 수명이 수백만 년으로 짧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태양계에는 지름이 1km가 넘는 켄타우루스 소행성이 4만4000여 개 있다. 1997년 발견된 커리클로는 토성과 천왕성 사이에 있는 켄타우루스 소행성 가운데 가장 크다.

 

  천문학자들은 2013년 6월 3일 커리클로가 남미의 하늘을 지나갈 때 항성 엄폐가 일어나리라는 걸 예측했다. 소행성처럼 작은 천체가 토성이나 천왕성의 거리에 있을 경우 망원경을 직접 관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들 천체가 별의 빛을 가리는 엄폐는 천체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따라서 커리클로의 엄폐를 관측하기 위해 남반구 곳곳의 망원경 8대가 동원됐다.

 

커리클로의 항성 차폐 데이터. 가운데 깊은 골은 커리클로가 별빛을 가린 결과이고 좌우에 있는 두 쌍의 골이 고리가 별빛을 가린 결과다. 자세한 설명은 본문 참조. - 네이처 제공
커리클로의 항성 차폐 데이터. 가운데 깊은 골은 커리클로가 별빛을 가린 결과이고 좌우에 있는 두 쌍의 골이 고리가 별빛을 가린 결과다. 자세한 설명은 본문 참조. - 네이처 제공

  이벤트가 끝나고 각 망원경이 관측한 데이터를 취합한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커리클로 주위에 고리가 있는데,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것. 도대체 엄폐로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는가 궁금한 독자를 위해 옆에 관측 데이터를 소개한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간이 경과할 때(가로축) 밝기 변화(세로축)를 나타낸 그래프로, 가운데 한동안 밝기가 확 줄어든 건 커리클로가 별을 가로막은 결과다.

 

  그런데 전후에 대칭적으로 짧은 시간동안 두 차례씩 밝기가 줄어듦을 알 수 있다. 왼쪽부터 보면 처음에는 약간만 줄어들고(2013C2R) 바로 이어 꽤 줄어든다(2013C1R). 그리고 커리클로의 엄폐를 지나 그 반대 순서로 짧은 기간의 엄폐가 이어진다. 이를 해석해보면 처음에 입자가 희박한 바깥쪽 고리가 별빛을 가리고 이어서 이보다는 입자가 많은 안쪽 고리가 별빛을 가리고 이어서 커리클로, 안쪽 고리, 바깥쪽 고리 순서로 지나갔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소행성대의 많은 소행성과 해왕성 너머 있는 십여 개 천체에서 항성 엄폐를 관측했지만 고리가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데이터를 토대로 추측해보면 안쪽 고리는 반지름이 391km에 폭이 7km, 광학깊이(물체를 통과한 뒤 빛이 줄어든 정도를 자연로그로 나타내 -1을 곱한 값. 1/e로 감광될 경우 1이다)가 0.4이고, 바깥쪽 고리는 반지름 405km, 폭 3km 광학깊이 0.06이다. 두 고리 사이의 공간은 불과 9km. 만일 지구에서 같은 거리에 고리가 있다면 지상에서 불과 250여 km 떨어진 것이기 때문에 해질 무렵이나 해뜰 무렵 장관을 연출할 것이다.

 

  고리의 존재가 밝혀지는 동시에 그동안 커리클로가 보여준 미스터리가 저절로 해결했다. 즉 커리클로는 1997년 발견된 직후부터 밝기가 서서히 감소해 40%까지 줄어들었다가 2008년 이후 다시 밝아지기 시작했던 것. 아울러 물과 얼음의 존재를 나타나는 신호도 같은 패턴을 보였다. 반지름이 불과 124km인 돌덩어리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난다는 건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밝기 변화를 표면적은 커리클로의 15%이지만 얼음이 풍부해 반사도가 3배나 되는 고리의 원반 면이 지구에 대해 어떤 각도로 위치하느냐에 따른 결과라고 보면 완벽하게 설명된다는 것.

 

  그런데 이렇게 작은 천체가 어떻게 고리를 갖게 됐을까. 연구자들은 이에 대해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토성처럼(역시 가설이다) 천체가 형성될 무렵 고리도 생겼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커리클로의 중력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좀 더 설득력 있는 가설은 달의 기원처럼 어떤 천체가 커리클로에 충돌한 뒤 파편이 커리클로의 적도면에 분포하게 됐다는 것. 다만 지구 달 충돌에 비해 파편의 양 역시 미미해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가설은 켄타우루스 소행성과 해왕성 바깥 천체의 약 5%가 작은 동반 천체, 즉 위성을 갖고 있다는 관측에서 비롯한다. 즉 이런 위성들에 우주를 떠도는 작은 천체들이 부딪쳐 생긴 파편이 커리클로의 주변에 링을 형성했다는 것. 이번 발견에 대해 같은 날짜 ‘네이처’에 해설을 쓴 미국 코넬대의 조셉 번스 교수는 “이론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착수한 관측이 발견으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고, 오히려 이번처럼 예상치 못한 발견이 새로운 이해를 촉진시킨다”고 평했다.

 

  앞으로도 수억~수십 억 년 존재할 행성이나 소행성대의 대다수 소행성과는 달리 공전 궤도가 불안정한 커리클로의 삶은 수백만~수천만 년 뒤 끝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커리클로의 고리가 생긴 것도 1000만 년이 안 됐고 그 당시에는 해왕성 너머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뒤 천왕성 중력의 영향으로 공전궤도가 흔들려 지금의 위치에 온 것으로 보인다. 커리클로가 사라지면 태양계에서 고리를 지닌 천체는 다시 넷이 된다. 물론 100년도 못사는 인간이 아직 최소한 수백만 년의 삶이 남은 커리클로의 운명을 안타까워한다는 것은 한참 주제넘은 짓이지만.

 

항성 엄폐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린 커리클로와 두 고리. 뒤의 점선들은 망원경에 따라 배경 별이 지나간 자리다. - 네이처 제공
항성 엄폐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린 커리클로와 두 고리. 뒤의 점선들은 망원경에 따라 배경 별이 지나간 자리다. - 네이처 제공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
    * 21대 국회의원 선거운동 기간에는 실명확인 과정을 거쳐야 댓글을 게시하실수 있습니다.
    * 실명 확인 및 실명 등록 서비스는 선거운동기간 (2020. 4. 2 ~ 2020. 4. 14) 동안에만 제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