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소중한 수학 가족

2020.11.28 14:00
2018년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제장ㄴ 피칼리 교수(왼쪽)가 필즈상을 받자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는 빌라니 교수(오른쪽)의 모습입니다. 얼마나 기뻤으면 눈물이 났을까요 찿ㅁ고로 빌라니 교수는 2010년 필즈상을 받았습니다. 수학동아DB
2018년 리우데자네이루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제자인 피칼리 교수(왼쪽)가 필즈상을 받자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는 빌라니 교수(오른쪽)의 모습입니다. 얼마나 기뻤으면 눈물이 났을까요?  참고로 빌라니 교수는 2010년 필즈상을 받았습니다. 수학동아DB

수학자 혹은 수학 연구자로 인정받기 위해선 최소 박사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박사과정을 이수하려면 지도교수가 필요합니다. 꼭 박사과정이 아니더라도 수학을 지도해줄 스승이 있어야 합니다. 수학계에선 이런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가족’에 비유하곤 합니다. 지도교수가 부모님, 지도교수의 다른 제자들이 형제자매가 되는 겁니다. 

 

수학계 명품 족보 


수학계 역사를 통틀어 보면 수많은 위대한 수학자가 있습니다. 그중에는 대기만성형 대가도 있고,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천재도 있습니다. 하지만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었다던 뉴턴의 말처럼 그 어떤 천재도 스승 없이 존재할 순 없습니다. 때론 위대한 수학자가 위대한 스승이 돼서 또 다른 위대한 제자를 길러냅니다.


2018년에는 수학 가족 3대가 나란히 필즈상을 받은 족보가 탄생했는데, 8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세계수학자대회에서 알레시오 피갈리 교수가 필즈상을 받으며 피에르 루이 리옹 교수에서 세드리크 빌라니 교수, 피갈리 교수로 이어지는 3대가 나란히 필즈상을 받은 겁니다. 현재 가장 화려한 수학 족보 중 하나입니다.


그 외에도 고드프리 하디와의 공동연구로 유명한 영국 수학자 존 리틀우드를 시작으로 수 이론의 대가 해럴드 대번포트, 1970년 필즈상 수상자인 앨런 베이커, 타원 곡선 연구로 유명한 존 코츠,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앤드루 와일즈 교수, 2014년 필즈상을 받은 만줄 바르가바 교수로 이어지는 가족 역시 ‘정수론의 황금 족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신 대가의 계보도 있지만, 사실 모든 사람이 저명한 수학자 아래에서만 공부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유명한 대가의 제자가 된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것도 아입니다.  위대한 스승을 만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좋은 스승을 만나는 것입니다. 필즈상을 타거나 유명한 문제를 풀어야지만 좋은 수학자, 좋은 지도교수가 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에서 연구하다 보면, 지도교수와 동료 제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습니다. 수학적인 가르침만큼 인간적인 교류도 중요합니다. 대학원에서 만난 사람이 인생의 은인이 될 수도, 반대로 인생의 원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수학 가족을 소개합니다

 

 

필자도 다행히 대학원생에게 가장 큰 복이라는 ‘지도교수 복’을 듬뿍 받았습니다. 영국의 유명한 수학자이자 활발한 수학 대중화 활동으로 잘 알려진 마커스 드 사토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드 사토이 교수의 강연을 듣고, 막연하게 저분 밑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영국 옥스퍼드대로 유학을 갔습니다. 대학원 진학으로 맺어지는 평범한 사제관계보단 연결고리가 강합니다. 


드 사토이 교수는 수학자로서도 좋은 스승이고, 정말 존경할 만한 멘토였습니다. 졸업하고 독일에 박사후연구원으로 와 있는 지금도 같이 연구를 하며 매주 웨비나(온라인 회의)를 하곤 합니다.


드 사토이 교수는 필자 외에도 6명의 제자를 더 두어 총 7명의 제자를 지도했습니다. 필자는 아직까진 이 집안의 귀여운 막내입니다. 사실 필자를 제자로 받기 전까지 5년 동안 대중화 활동을 위해 제자를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자를 다시 받기로 한 시기가 마침 필자가 박사를 지원한 시기이던 것도 인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드 사토이 교수의 제자들, 즉 필자의 수학 남매 중 가장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수학자는 독일 수학자 크리스토퍼 폴 교수입니다. 필자와 함께 독일 빌레펠트대에서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미 둘이서 논문을 두 편이나 같이 작업했으니 우애 좋은 형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에겐 항상 의지가 되는 믿음직한 큰형입니다. 


드 사토이 교수가 아버지라면 수학 할아버지도 있습니다. 드 사토이의 지도교수는 댄 시걸 전 옥스퍼드대 교수로, 지금은 은퇴했지만 영국에서 대수, 군론, 정수론으로 저명한 수학자입니다. 필자가 드 사토이 교수 아래서 박사과정을 밟기 전에 시걸 교수의 수업을 들은 일이 있었습니다.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매우 친절한 노수학자였지만 학과 내에서 유행에 가장 민감한 패션 감각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이렇게 사제지간으로 이어지는 수학 가족도 있지만 수학 연구를 하다 보면 수많은 소중한 동료, 혹은 선후배 수학 연구자를 만납니다. 연구는 결코 혼자 하는 게 아닙니다. 때로는 같은 연구를 하지 않더라도 수학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즐거운 말동무도 생깁니다. 수학의 길을 함께 가는 이들은 너무나 소중한 인연입니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12월호, [옥스퍼드 박사의 수학 로그] 제12화. 소중한 수학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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