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혐오]②확진자 폭증하자 미움도 덩달아 커졌다

2020.11.29 09:07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해 12월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시 당국의 발표를 인용해 원인 모를 폐렴이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사태의 서막이었다. 국내 언론은 사태 초반만 해도 중국 우한시의 한 수산물시장에서 일어난 집단 감염병 사태를 중국 현지에서 일어난 대수롭지 않은 사안으로 다뤘다.  

 

국내에선 올 1월만 해도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코로나19와 관련해 우한을 중심으로 중국과 아시아 일부국가로 급격히 환자가 확산되는데도 별다른 대응 조치가 없었다. 하지만 1월 20일 국내에 입국한 중국인 여성 관광객이 감염된 것으로 처음으로 확인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같은 달 23일 중국 중앙정부가 급기야 우한시에 대해 봉쇄령을 내리자 국내에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 올라오며 76만여명이 동의했다. 이때를 기점으로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중국인을 혐오하거나 폄하하는 ‘혐중’ 반응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댓글의 표현은 거칠어졌고 비난의 수위는 높아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시작된 발원지로 지목된 우한과 폐렴을 합해 '우한폐렴'이란 지역명이 합쳐진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중국인을 원색적으로 비하하는 표현하는 ‘짱깨바이러스’라는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우한폐렴과 같은 지역명과 합쳐진 표현은 이후 국내에서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가 1차로 유행하면서 지역민들이 비슷한 연장선상에서 고통을 겪기도 했다. 

 

혐오적 표현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최근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9월 중순 홍콩 출신 생명과학자 옌리멍 전 홍콩대 연구원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군사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논문을 연구 데이터 공유 사이트 ‘제노도’에 공개하면서 중국에 대한 반감은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다시 확산했다. 과학자들은 근거와 설득력이 약한 주장이라고 했으나 불붙은 혐오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관련 소식을 전한 기사 댓글에는 "중국이 전세계 사람들 다죽이고 있다"는 댓글부터, "중국편에서 유리한 기사를 쓰는게 수상하다"는 글까지 불신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았다. 문제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근거한, 또한 확인된 근거라해도 감염병과 같은 불가항력적 상황에서 중국 국적을 가진 개인들에게까지 가해지는 혐오의 시선이다.  


동아사이언스는 온라인 조사 전문기업 네오알앤에스와 올해 전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온라인 공간에서 혐오 현상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살펴봤다. 2월 1일~7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22명으로 비교적 적었던  '확산초기'와  2월 27일 누적 확진자가 1766명에서 3월 4일 5766명으로 급증한 '급증기', 7월 21일~7월 27일 1만3879명에서 1만4203명으로 늘어난 '일시증가기', 휴가철 직후 8월 25일부터 8월 31일까지 확진자가 하루 441명까지 발생하며 누적 확진자가 1만8265명에서 2만182명으로 급격히 늘어난 재확산기로 구분하고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서 댓글 1000개 이상이 달린 코로나19 관련 보도 264건 아래 달린 댓글 45만여개를 분석했다. 

 

전체적인 분석 결과 기사 댓글에서 혐오적 표현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시기는  2월 27일~3월 4일이던 급증기로 나타났다. 이 시기는 대구 신천지 교회를 중심으로 대구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하루 확진자가 500~900명이 나오던 시기다.  2월 27일 일일 확진자 449명을 시작으로 28일 427명, 29일 909명, 3월 1일 595명, 2일 686명, 3일 600명, 4일 516명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 신천지를 중심으로 감염이 확대되고 신천지 측이 명단을 누락한다는 의혹도 확산이 되면서 신천지를 겨냥한 혐오 표현을 담은 댓글 비중은 62.1%에 이른다. 환자 급증에 따른 불안감과 우울감이 표현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시기별로 나타난 댓글 키워드는 확산 초기의 경우 ‘중국’, ‘중국인’, ‘시진핑’, ‘공산당’ 등 중국과 연관된 키워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 기간은 국내에서는 '중국 의사 신종 코로나 일찍 경고했지만 중국 당국 은폐 시도'  '천산갑이 신종코로나 중간숙주 가능성' '야생동물 식용거래가 신종 코로나 원인' '시진핑 주석 방한' '시진핑 주석 책임론'과 같은 기사가 이어졌다.  급증기에는 ‘신천지’라는 키워드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중국’, ‘국민’, ‘정부’, ‘문재인’, ‘대구’가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신천지 교회 등 대구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집단감염이 나타난 신천지를 언론이 집중조명하면서 댓글이 집중됐다. 이와함께 중국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미국과 유럽 등으로 확산한데 이어 일부 중국 전문가들이 코로나19가 해외서 시작했다는 주장을 펴면서 이에 대한 반감이 확산한 것도 반영됐다. 중국인 입국금지 문제와 추경 편성과 관련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입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일부 포함됐다.

 

○ 댓글 45만건 전수 분석...어떻게 조사했나

 

 

온라인 공간에서 여론의 동향과 혐오적인 표현의 등장을 살펴보기 위해 분석 기간을 첫 확진자가 나온지 얼마 안된 ‘확산 초기’와  대구·신천지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한 ‘급증기’, 해외 입국 확진자로 인해 늘었던 ‘일시증가기’, 휴가철과 8·15 광복절 집회 등이 겹친 ‘재확산기’ 등 4개 기간으로 나눴다.

 

이어 각 기간별로 포털 뉴스에서 혐오 대상과 관련한 뉴스를 추려내기 위해 단어 자체로는 비하적 의미가 없지만 혐오 대상과 밀접한 단어를 설정했다. 확산 초기에 관련된 단어로는 ‘중국’·‘우한’·‘박쥐’를, 급증기에 혐오대상과 관련된 단어로 ‘신천지’·‘대구’를 뽑았다.  일시증가기 단어로는 ‘외국인’·‘입국’을,  마지막 재확신기 관련된 단어로는 ‘교회’·‘태극기’를 뽑았다. 단어 추출은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이뤄졌다.  

 

취재팀은 네오알앤에스팀의 도움을 받아 9월 23일부터 10월 4일까지 12일간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 게재된 뉴스 보도 중 각 시기별 해당 단어가 포함된 기사 가운데 댓글이 1000개 이상 달린 기사를 뽑아 댓글을 수집했다. 포털 뉴스 댓글을 분석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는 다양한 성향을 지닌 특정 그룹별로 콘텐츠가 소비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보다 불특정 다수가 광범위하게 접근할 수 있어 여론 추이를 살펴보기 더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전수 수집 결과 확산 초기 댓글이 1000개 이상 달린 기사는 3건, 급증기는 244건, 일시증가기는 5건, 재확산기는 12건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사에 달린 댓글 48만4900건이 함께 수집됐다. 취재팀은 이 가운데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댓글을 제외한 45만5873건의 댓글 전수를 분석 대상으로 확정하고 한국어 형태소 분석 기법을 활용해 분석했다.

 

댓글의 형태소 분석에서 각 시기별로 댓글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를 뽑아내 100개씩 추려내고 이 가운데 혐오성 표현이 들어있는지 여부를 직접 수작업으로 가려냈다. 이 과정에서 한국어의 특성상 중립적인 의미를 가지거나 ‘비아냥’ 표현, 반어·역설 표현 등 댓글 작성자의 혐오 의도가 명확하지 않은 댓글은 제외했다. 조사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상식적인 기준에서 혐오 의도가 명확한 댓글만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가려냈다. 

 

○ 코로나19 확진자 폭증하자 혐오 댓글 비중도 급증

 

댓글  45만5873건에 대한 전수 분석 결과 혐오성 댓글은 4개 기간을 통틀어 평균 61%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주요 시기마다 혐오만 봐도 사이버 공간에 부정적인 댓글이 많이 달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확산 초기 혐오성 표현이 포함된 댓글 비율은 59.9%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환자가 급격히 늘어난 2월말에서 3월초 급증기는 혐오성 표현이 포함된 댓글 비율이 가장 높은 시기다.  이 기간 추출한 기사에 달린 전체 댓글 가운데 혐오성 표현이 포함된 댓글 비중은 62.1%에 이른다. 트래픽수로 보면 확산 초기보다 80배 이상 많은 수치다. 혐오성 표현이 크게 늘어난 급증기 해당하는 1주일간 늘어난 총 확진자수는 3972명에 이른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잠재된 불안감과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가 기사 댓글을 통해 폭발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혐오성 표현은 시간이 흐르며 줄어든다. 일시증가기와 재확산기에는 전체 댓글 중 혐오성 표현이 포함된 댓글 비중은 37.4%, 4기의 경우 40.8%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혐오 표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성 표현은 해당 기간에 나타난 신규 확진자 증가 폭에 따라 함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성 표현이 포함된 댓글에서 사용되는 표현의 강도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댓글 표현 강도를 분석하기 위해 4개 시기별로 댓글당 형태소 분석을 통해 혐오성 단어의 언급 빈도를 살펴봤다. 혐오성 표현이 얼마나 자주 쓰이는지, 얼마나 덜쓰는지 빈도수를 통해 상황이 악화하는지, 나아지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확산 초기와 급증기에는 댓글 1건에 포함된 혐오성 단어 사용빈도는 1개 이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확산초기 댓글 1건당 사용된 혐오성 단어의 사용빈도가 1.31개로 나타났지만 급증기에선  1.15개로 혐오성 단어 사용빈도가 소폭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기간 기사 댓글에서 혐오성 표현이 자주 나타난 것은 ‘중국(인)’과 ‘신천지’라는 특정집단이 인터넷 공간에서 혐오 대상이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혐오의 속성이 거부감이라는 전문가 진단과 맥락을 같이 한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혐오는 가까이 하기 싫은 마음과 거부감에서 비롯된다”며 “중국이나 신천지의 경우 코로나19와 관련해 국민들의 가까이 하기 싫은 마음, 거부감이 굉장히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시증가기와 재확산기에는 혐오성 단어의 사용빈도가 더 줄어 각각 0.86개와 0.65개로 줄었다. 확진자 숫자 추이와는 상관없이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혐오 댓글은 줄지는 않았지만 강도는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해석이 존재한다. 먼저 하나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일상화하면서 혐오의 강도가 낮아졌다는 해석과, 또 일시증가기와 재확산기의 주요 혐오 대상으로 지목된 외국인과 입국, 태극기와 교회가  이보다 앞서 확산 초기의 중국과 급증기 신천지보다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해석이다. 

 

하루에 국내 발생 확진자보다 해외유입 확진자가 더 많이 발생한 일시증가기에는 외국인이 혐오 대상 상위에 올라있었지만 혐오성 단어사용빈도는 떨어졌다. 확산 초기처럼 중국과 같이 특정 국가로 한정하지 않고 확진자 가운데 해외에서 돌아온 한국 유학생도 포함된 덕이다.  재확산기에는 광복절 집회 참석한 종교 집단과 특정 단체의 일탈적 행위라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한편에서는 집회에 동의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하면서 정서적 피로감 누적과 확산초기와 급증기 받은 정서적 충격이 반영된 현상으로 풀이된다.

 

○ ‘정부’에 대한 관심도 일관되게 높게 나타나

시기별 분석대상 댓글에 포함된 단어의 키워드를 구분해 ′워드 클라우드′를 수행한 결과다. 각 시기에 따라 중심 키워드가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설정했던 모든 시기에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키워드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단 이 워드클라우드에서는 시기별 기사 선별을 위한 검색 키워드는 제외됐다. 예를 들어 1기의 경우 ′중국′, ′우한′, ′박쥐′ 키워드가 워드클라우드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들 키워드는 기사 선별을 위해 활용돼 워낙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기별 분석대상 댓글에 포함된 단어의 키워드를 구분해 '워드 클라우드'를 수행한 결과다. 각 시기에 따라 중심 키워드가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설정했던 모든 시기에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키워드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단 이 워드클라우드에서는 시기별 기사 선별을 위한 검색 키워드는 제외됐다. 예를 들어 1기의 경우 '중국', '우한', '박쥐' 키워드가 워드클라우드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들 키워드는 기사 선별을 위해 활용돼 워낙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별 댓글에 나타난 혐오성 표현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4개 시기에서 공통적으로 정부에 대한 관심이 몹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확산 초기 댓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는 ‘중국’과 ‘중국인’, ‘시진핑’, ‘공산당’, ‘바이러스’, ‘박쥐’ 순이지만 바로 그 다음으로 ‘정부’와 ‘국민’, ‘우리’, ‘사람’, ‘마스크’, ‘문재인’ 순으로 나타났다. 급증기 기사 댓글에서도 ‘신천지’와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했지만 그 다음을 다시 ‘국민’과 ‘정부’, ‘문재인’, ‘사람’ 순으로 많이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시증가기에선 가장 많이 언급된 ‘외국’, ‘세금’, ‘치료’ 다음으로 ‘국민’과 ‘정부’, ‘외국인’, ‘치료비’, ‘국민들’, ‘호구’ 등이 뒤를 이었다. 4기에서도 유사했다. ‘미통’과 ‘사람’이 가장 많이 언급됐지만 이들 키워드 다음으로는 ‘국민’, ‘전광훈’, ‘집회’, ‘정부’ 순으로 언급됐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혐오대상인 특정 집단을 제외하면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 또는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시증가기의 경우 국민과 정부, 외국인, 치료비 등의 키워드가 상위에 올랐는데 이는 당시 외국인 입국자 중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의 치료를 지원한 정부에 대한 기사가 논란이 된 부분이 반영됐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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