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혐오]①우리는 왜 위기 앞에서 증오하는가

2020.11.24 13:21
 

2019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팬데믹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전세계적으로 경제는 위기를 맞았고 개인들은 당연히 누려야할 일상을 송두리째 빼앗겼다. 무엇보다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감염병 공포, 불안과 함께 중국인을 비롯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시기는 물론 위기의 시기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사회는 건강한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동아사이언스는 코로나 시대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혐오 현상과 연관된 데이터와 심리분석을 통해 입체적으로 진단하고 혐오의 원인과 우리 사회가 혐오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연속기획을 통해 짚어봤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시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쓴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무차별 폭행이 일어났다. 이탈리아에서는 시장에서 장을 보던 아시아계 남성에게 난데없이 주먹을 날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으로 가족을 잃은 한 미국인은 소셜미디어네트워크에 ‘모든 감염병이 중국에서 왔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중국에 대한 혐오를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중국과 가까운 한국과 일본에서도 혐오와 차별 행위가 발생했다. 일본 트위터에서는 ‘#중국인들일본으로오지말라(#ChineseDontComeToJapan)’이라는 해시태그로 가득찼고, 중국인 관광객들을 언급하며 ‘더럽다’, ‘생물 테러리스트’ 등 혐오 문장들이 쏟아졌다. 

 

국내에서는 76만 명 이상이 중국인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하기 위한 정부 청원에 서명하는 등 중국인 차별에 대한 대규모 움직임이 일었다. 혐오와 차별은 외국인과 이태원 클럽 이용자들에게로 이어졌다. 동성애 혐오에 대한 여론이 일었으며 외국인들의 대구 등불 축제 참석이 금지되는 등 차별적 행위가 발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 등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조치를 가져왔다. 지구촌 사람들은 이같은 상황에서 발생한 불안감과 공포, 증오의 감정을 특정집단에 투영하기 시작했고 아시아인 등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 범죄 양상으로 치달았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혐오 현상에 대해 내재해 있던 불안감과 위기의식이 평소에 얄밉고 만만한 대상으로 전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문제 해결이라는 실질적인 이슈보다는 감염병의 책임을 특정 집단에 전가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혐오가 싹트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 시대 혐오는 방역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4월 ‘코로나19 낙인을 멈춰야 한다’는 사설을 통해 “발병이 처음 보고된 이후 전 세계 아시아계 사람들은 인종차별적 공격을 받고 있다”며 “결국 이런 인종차별이 ‘모두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로저 얏 노크 정 홍콩대 의대 교수는 지난 2월말 국제 의학학술지 ‘랜싯’에 “공포감과 혐오감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 의심 증상자가 자신의 상태를 공식 기관에 보고하고, 적시에 적절한 검사를 받아 감염병의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을 방해한다”고 우려했다. 

 

 

○세계 곳곳서 아시아인 대상 혐오 범죄 늘어나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5월 중순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영국에서 21% 상승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 이후 아시아인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21%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심지어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사적인 성 영상물을 공유하는 등 범죄 수법도 다양해졌다는 분석이다. 

 

영국 경찰은 범죄 기록 시스템에서 IC코드를 사용해 피해자의 인종을 식별한다. IC4는 남아시아인과 연관이 있으며 IC5는 동아시아인과 연관된다. 영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는 개인이 침을 뱉고 폭행을 당하는 것을 포함해 대부분 기록으로 남아있다. 영국 경찰은 2020년 3월까지 아시아인 대상 혐오 범죄가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11월 3일 캐나다 매체인 밴쿠버 뉴스에 따르면 올해 밴쿠버에서 반아시아 혐오 범죄 사건이 급증했다. 일반적인 혐오 범죄가 밴쿠버 전체에서 올해 116% 증가했지만 인종 차별과 폭행이 포함된 아시아 지역사회가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9월까지 보고된 아시아인 혐오 범죄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9건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88건에 달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미국도 예외는 아니며 이미 과거 경험도 있다. 일례로 서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시기 미국에서는 서아프리카인과 아프리카계 미국인, 미등록 이민자에 대한 혐오적 행위가 늘어났다. 

 

아시아태평양정책위원회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3월과 7월 사이 최소 2100건의 반아시아 증오 범죄가 발생했다. 사건은 대부분 인종 모욕 발언처럼 증오심을 표현한 것이었으나 약 8%는 피해자에게 침을 뱉거나 아시아인을 기업에서 취업하지 못하게 하는 등 행동적인 범죄였다고 밝혔다. 3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인 남성이 10대 집단의 공격을 받은 사례, 4월 한 중국계 미국인 가족이 거주하는 집이 공격당한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인종 차별적 사건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에 대한 정치적 발언과 행동이 일부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60일 동안 미국 이민을 제한하는 정책을 펴 이민자에 대한 반감을 조장했다.

 

몇몇 연구에서는 증오 범죄의 증가가 미디어와도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미국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911 테러 이후 이슬람 혐오증과 이민을 연결하는 부정적인 미디어 묘사로 인해 이민자, 히스패닉 등 소수 민족 범죄자에게 더 긴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사이트에서 중국어를 쓰지 말자는 정서가 증가하고 있고,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소셜미디어 사용과 특히 중국 소수 민족에 대한 외국인 혐오적 태도 사이의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만연한 혐오, 방역 어려움 가중시킨다
 

전문가들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의심 증상자가 제때 증상을 보고하는 것을 방해해 코로나19의 확산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로저 얏 노크 정 홍콩대 의대 교수는 이 같은 의견을 담은 ‘서신’을 국제학술지 랜싯 2월 12일자(현지시간)에 발표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19의 확산은 중국인에 대한 공포와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지난해 6월부터 중국 정책에 반발하며 사회운동이 진행됐던 홍콩이 이런 감정의 최전선에 있었다. 일례로 지난 1월 홍콩의 거대 식당체인회사인 ‘광윙캐이터링’은 중국어를 사용하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페이스북에 발표했다. 영어와 광둥어를 사용하는 고객만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내용은 이 회사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나서 손에 꼽을 정도로 많이 공유됐다.

 

정 교수는 “바이러스가 중국과 관련이 있어 사람들은 중국 본토와 관련된 모든 사람을 소외시킬 수 있다고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한다”며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 공중보건 조치를 어렵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포감과 혐오감 등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이 의심 증상자가 자신의 상태를 공식 기관에 보고하고, 적시에 적절한 검사를 받아 감염병의 추가 확산을 막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런 편견들은 적시에 확진자가 발견되는 것을 방해하는 수치심과 스트레스,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효율적인 공중보건 조치라도 이런 편견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세계적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4월 7일 코로나19 팬데믹이 아시아인에 대한 비참한 인종차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는 결국 ‘모두의 손실’로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네이처는 지난 4월 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설을 발표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 일으키는 감염병의 정식 명칭을 ‘코로나19’로 확정한 것도 ‘우한 폐렴’과 ‘중국 코로나바이러스’처럼 특정 지역이나 국가를 연상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취지였다.

 

보통 바이러스성 감염병은 첫 발병이 발생한 지역과 연관된다. 약 100년 전 스페인 독감도 그랬고 질병이 발생한 우간다 숲의 이름을 딴 ‘지카 바이러스’도 그랬다. 하지만 WHO는 2015년 이런 관행을 중단하고, 질병 관련 지역이나 거기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낙인과 공포감,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지침을 도입했다.

 

지침이 강조한 것은 바이러스는 모든 사람을 감염시킨다는 점이다. 한 명의 사람이 어느 지역에서 왔든, 어떤 사람이든 간에 모든 사람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런 지침에도 불구하고 소수의 정치인들은 코로나19와 중국을 지속적으로 연관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영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정치인들도 ‘중국의 잘못’과 같은 특정 지역이나 국가를 연관 짓는 언행을 이어왔다.

 

네이처는 “결국 이런 혐오와 차별이 ‘모두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며 “다양성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문화간 이해와 대화, 관점과 존재 방식 공유를 이끈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결국 이런 다양성이 연구와 혁신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국민들 "인권보다 방역 우선" 전문가들 "새로운 목표 위해 단절과 괴리 대신 연대 모색해야"
 

서울대 보건대학원 코로나19 기획연구단이 지난 9월 초 공개한 ‘코로나19와 사회적 건강’ 연구 1차 조사 분석 결과를 보면 국민들은 방역과 인권 중에서 방역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총 3차례 진행된 설문조사 중 9월에 발표된 결과는 지난 8월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이뤄진 설문조사 분석 결과다. 

 

국민들은 방역과 인권 보호가 대립할 경우 인권 보호를 후순위로 미뤄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 1월부터 8월까지 일관되게 ‘그렇다(방역이 우선이다)’라는 응답이 74~78%로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무리한 방역대책이 결과적으로 사회 불안을 증폭시킨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아니다’라는 응답이 56%로 더 높았다. 외국인이나 특정집단에 대한 혐오나 편견 문제보다는 방역을 최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코로나19 관련한 혐오 발언을 들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39%가 ‘그렇다’고 답했다. 혐오 발언의 대상은 신천지와 기독교, 자가격리 수칙 위반자, 사회적 거리두기 미실천자, 정치인, 기타 종교, 정부 및 대통령, 중국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유명순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이전이라면 당연했을 관계의 형성이 가로막히거나, 관계로부터 분리가 되면서 정서적으로 지치고 우울한 경험 역시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이런 경험들이 누적되면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학자들의 경고가 있는 만큼 실질적인 심리방역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코로나 시대에 과도한 낙관은 방심과 무책임을 낳지만, 반대로 지나친 위축과 긴장 역시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새로운 목표 실현의 기회, 참여를 높일 방안, 단절과 괴리 대신 연대를 경험할 수 있는 코로나와의 공존 전략을 개발하는 등 유연한 시민사회 방역을 위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홍성수 교수는 “힘을 합쳐 백신을 개발해 문제를 해결하자보다는 감염병 시대에는 분노와 혐오의 희생양을 찾기 마련”이라며 “한국의 경우 민족주의나 집단주의가 강하기 때문에 이같은 특성이 혐오와 연결되기 쉽다”고 설명했다. 

 

박한선 서울대 인류학과 강사 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감염병에 대한 집단적인 심리 반응은 두려움과 불안에 이어 혐오 반응, 원인을 제공한 대상에 대한 분노와 책임 전가로 이어진다”며 “인간이 지난 혐오나 이타심 모두 이득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새로운 감염병 시대에 맞는 연대와 협력, 이타심으로 사회를 만들어갈지도 결국 인간이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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