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이대 연구자들 논문 무더기 철회되고도 해명도 안해…국제적 망신

2020.11.19 19:06
4개 학술지 발표된 12개 논문 철회…학술지 편집장 이례적 비판
국내 정형외과 교수진들의 임상연구가 연구윤리 위반이라는 내부 조사결과와 함께 철회된 것으로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정형외과 교수진들의 임상연구가 연구윤리 위반이라는 내부 조사결과와 함께 철회된 것으로 확인됐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대학 병원의 정형외과 교수들이 연구에 사용되는 데이터를 환자들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논문을 작성해 국제학술지에 냈다가 7편의 논문이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으로 무더기로 철회된데 이어 5편이 최근 추가로 철회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임상실험에 사용된 환자 데이터는 반드시 환자 동의를 받게 돼 있지만 논문 조작은 아니지만 12편에 이르는 논문이 기본적인 연구 윤리를 위반한채 투고됐다는 점에서 소속 기관의 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교수들이 소속된 대학에서는 취재가 이뤄질 때까지 연구자들이 환자 동의 없이 자신들의 논문을 위해 데이터를 가져다 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과 해당 대학측이 ‘모르쇠’로 일관하며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는 모습이다.


16일 논문 감시 사이트 ‘리트랙션워치’에 따르면 백구현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와 노영학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2015년부터 2019년 사이 국제학술지 ‘수부외과학 저널(유럽판)’과 ‘부상’, ‘임상정형외과및관련연구’, ‘뼈 및 관절 저널’ 등 4개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12편이 9월부터 무더기로 철회됐다.


이들의 논문 철회는 지난해 6월 수부외과학 저널 논문 심사 위원중 한 명이 이들 연구팀이 제출한 손목 시술에 관한 임상연구와 주사 시술에 관한 임상연구 논문을 2건을 심사하던 중 논문에 쓰인 표본 결정에 활용된 데이터가 제공자 동의 없이 사용됐음을 발견하면서 시작됐다. 논문 심사자들은 해당 연구팀에 데이터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연구팀은 관련한 아무 정보나 해명을 저널 측에 전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부외과학 저널(유럽판) 측은 지난해 8월 연구자들의 소속 기관인 이화여대에 이를 알렸고 이화여대 연구윤리위원회를 열어 후속 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조사 과정에서 심각한 위법성이 있음이 밝혀졌다. 위원회는 올해 6월 해당 학술지에 “조사 대상자가 연구에서 피험자에 대한 생명윤리 및 안전법 규정을 위반하고 연구승인 절차 등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임상연구가 수행된 이대목동병원의 생명윤리위원회(IRB)의 규정을 다수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IRB는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연구대상자의 권리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생명연구의 윤리적, 과학적 측면을 심사하고 연구계획을 승인하도록 하는 기구다.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대부분 병원에 설치된다.


연구팀은 생명윤리연구승인 절차를 위반한 것 외에도 연구 기간, 연구주제 승인, 연구계획과 승인서, 연구주제 수, 공동연구자에 관한 내용을 변경했지만 이대목동병원 IRB 표준운영절차에 따른 중간보고서 및 최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정보는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반드시 추적을 위해서 기록을 해야 하는 데이터다.


수부외과학 저널(유럽판) 측은 이화여대가 보고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노 교수와 공 교수, 백 교수 등이 함께 수부외과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 총 7개를 올해 7월 29일로 모두 철회했다. 학술지 측은 이들 논문의 철회 이유를 공개하고 논문 내용을 살펴보지 못하게 조치했다. 다만 검색이 되는 논문 제목을 보면 7개 중 6개 논문은 손과 관련한 질병과 코르티코 스테로이드 주사 사이의 영향을 분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학술지 '부상’과 ‘임상정형외과및관련연구’, ‘뼈 및 관절 저널’도 조사를 통해 지난 10월 이들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 5편을 추가로 철회했다. 철회 사유는 ‘저자에 의한 연구윤리 위반’, ‘정보 제공 및 환자 동의 정보 없음’, ‘IRB 승인 부족’ 등 앞서 철회된 논문과 동일한 사유였다. 


문제가 된 논문들의 교신저자인 백 교수가 소속된 서울대 병원은 관련된 사안에 대해 잘 모른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이와 관련된 사안을 아시는 분들이 없다”며 “IRB에 물어봐도 본인들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 교수는 논문 교신 저자라 사실상 검수만 하고 있다”며 “주로 연구를 하는건 1저자인 노영학 교수이기 때문에 병원 측은 잘 알고 있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측도 동일한 입장이다. 사안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내부 관계자도 사안을 알아볼 창구가 없다고 답했다.  국제학술지들이 한 편도 아니고 10편이 넘는 논문을 무더기를 철회했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노영학 교수의 소속 기관인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관련 내용은 모두 본교로 일원화했기 때문에 의료원 차원에서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은 논문 철회의 사유가 된 IRB를 운영하고 있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추가적으로 말씀드릴 사안이 없다”고 답했다. 당사자인 백 교수와 노 교수는 역시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논문 인용색인 데이터베이스 ‘웹오브사이언스’에 따르면 2회 이상 인용된 논문은 없어 학계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당 학계에선 이미 국제적 망신이 되고 있다. 국제학술지 뼈 및 관절 저널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파레스 하다드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대 의대 교수는 지난 10월 31일 발행된 뼈 및 관절 저널에 실린 에디토리얼에서 "우리 학계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하다드 교수는 “의학 연구는 이론과 데이터, 증거 위에 만들어 지고,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연구의 진실성”이라며 “데이터 조작은 우리들은 물론, 환자들에게 대단히 심각한 문제를 가져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하다드 교수는 “연구팀들로부터 납득할만 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실망스럽다”며 “소속 연구자에 대해 책임을 분명히 져야할 기관들조차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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