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부기관이 움켜쥔 코로나19 예측 정보 시민들에게 돌려줘야

2020.11.20 11:46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하루가 지나가면 빠르게 늘어가는 환자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미국의 상황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대로 확산세가 유지된다면 4주 후에는 494만 7000명의 환자가 추가되고 사망자도 5만1000명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보다 훨씬 많은 환자와 사망자가 나오는데도 미국이 확산 예측이 쉬운 것은 거창한 모델을 짜서 분석한 결과는 아니다. 구글의 인공지능(AI)이 인터넷 검색을 통해 미국의 4주 후 환자 추이를 예측한 결과다. 

 

미국은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바로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코로나19 예측 결과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월부터 구글과 미국 하버드대 글로벌보건연구소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예측 사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구글은 AI로 확진자 수를 예측할 뿐 아니라 최선과 최악의 사례도 함께 제공한다. 미국 내 주별 환자 예측과 병상, 호흡기 수 예측도 공개한다. 이달 17일에는 미국 내 코로나19 전염병 예측 기간을 14일에서 28일로 늘리고 정확성을 50% 높이는 것과 동시에 일본을 대상으로도 예측 모델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의 질병관리청에 해당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내 감염병 예측 모델링 전문가들이 내놓은 모델을 아예 정리해 공개한다. 이를 통해 매주 전문가들이 내놓는 예측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컬럼비아대와 노스캐롤라이나대는 12월에는 하루 30만 명이 나올 거라는 비관적인 예측을 한다. 반면 점차 덜어져 매주 50만 명 이하로 내려갈 거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를 종합해 CDC는 4주 후 추정치를 발표한다.

 

여기에 참여한 이들은 숙명적으로 다 틀리는 예측을 내놓은 연구자들로 기록될 전망이다. 20개가 넘는 연구팀 중 미래에 근접한 팀은 잘해야 한 팀이고 그마저도 정확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자신의 연구가 틀릴 수 있음에도 예측을 제공하는 것은 코로나19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토마스 차이 하버드 공중보건대 보건정책연구원은 “코로나19 예측을 공공에 제공하는 건 전염병 대응을 안내하는 중요한 공중보건 도구”라고 말했다.

 

미국보다 코로나19 대응을 잘 한다는 한국의 분위기는 이와 대조적이다. 한국에서도 수학 모델링을 통해 코로나19의 향후 전파 양상을 예측할 수 있는 연구팀이 10개 팀이 넘는다.  질병관리청에서도 이들의 분석결과를 제공받고 내부 검토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보는 시민들에게 원활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토론회 발표나 논문 발표 등에서만 공개된다. 지금의 상황에서 코로나19 전파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어떻게 개인의 삶을 제한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시민들은 깜깜이인 채로 예측 불허의 상황을 맞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사태마저 정치 진영 논리로 삼으려는 극단적 정치 세력이 온라인의 세계와 거리에서 판을 치고 있다보니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보가 공개되도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일까. 아니면 정확하지 못한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 걸 꺼리는 국내 학자들의 성향이 탓일까. 실제로 취재 현장에서는 ‘연구기관에서 섣불리 발표했다가 틀리는 것을 피하려 결과발표를 막는다’ ‘감염병 연구하는 사람들이 싸잡아 욕을 먹을 수 있다는 학계의 우려 때문에 입조심하는 분위기’라는 소리가 들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에 덧붙여 대중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창구인 언론이 자성해야 할 부분도 분명 있어 보인다. 한 연구자는 “언론들이 기사 제목을 달며 ‘10배 늘어’처럼 단편적이고 확정적으로 결과가 나오면 당황스럽다”며 “최선과 최악 같은 모든 사례를 두루 말해주고 의미를 짚어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세계적으로 5000만명이 넘는 감염자와 13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치명적인 감염병 사태 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기사 제목 장사의 소재로 삼아버리는 상황이 지금도 이어진다는 점에서 연구자들의 고민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예측 결과를 포함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떠받치는 밑거름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 결과들은 대중에게 공개되야 한다. 정권이 모든 정보를 움켜준 채 국민을 계몽하고 억압하던 시대를 이겨내고 훌륭히 극복한 경험이 한국의 시민 사회엔 오롯이 각인돼 있다. 실제로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은 시민들이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스스로 경각심을 갖게 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상황이 나아지는 시기엔 최악의 예측이 경고를 주고,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것처럼 보일 때 방역수칙을 잘 지킬 경우 나타날 최상의 시나리오를 위한 목표를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CDC는 연구자들의 분석정보를 모아 발표하는 이유로 “서로의 모델을 비교하면서 미래에 일어날 일이 어느 정도 불확실한지를 이해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는 이러한 예측을 한데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정부도 연구자들의 분석 정보를 받고 내부적으로 공유할 게 아니라 다양한 예측을 공개하기 위해 판을 깔아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는 국민이 낸 세금에서 나오고, 그렇게 수집된 정보는 국민에게 반드시 보고될 의무가 있다. 정부가 그렇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는데도 정보를 왜곡하거나 억지를 부리는 세력이 있다면 결과적으로 시민사회로부터 도태되는 운명을 맞을 것은 분명하다.  

 

미국에서 코로나19를 예측하는 데 쓰는 용어는 ‘예보(forecast)’다. 일기예보와 같은 예보는 사람들에게 일어날 일을 미리 알리고 이에 대비하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 예보율이 정확할 수록 좋겠지만 복잡한 일을 예측할수록 확률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 일기예보조차 다 맞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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