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은 수컷 반은 암컷, 현실판 ‘아수라 백작’

2020.11.21 06:00

 

하쿠부츠칸 트위터

7월 27일 종합박물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톱사슴벌레는 마치 반으로 가른 듯 왼쪽은 긴 턱을 가진 수컷, 오른쪽은 턱이 짧은 암컷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 합성 사진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사실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발생할 확률이 수만분의 1에서 수십만분의 1로 극히 낮은 ‘자웅모자이크(gynandromorph)’ 개체이기 때문이다.


자웅모자이크는 하나의 개체 안에 암컷과 수컷의 모습이 혼재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웅모자이크가 발생하는 원인을 한 가지로 단정 짓기는 힘들다. 보통은 발생 초기 세포 분열이 일어날 때 성별을 결정짓는 성염색체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유성생식을 하는 생물들은 암수 개체가 만든 생식세포가 서로 결합해 수정란이 만들어지고, 수정란이 체세포 분열을 거듭하며 발생이 일어난다.


체세포 분열 시 염색체는 2배로 복제된 뒤 두 개의 딸세포로 나뉜다. 이때 간혹 염색체가 똑같이 분리되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치는 ‘비분리’가 일어나 두 개의 딸세포가 다른 성염색체를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XY 성염색체를 가진 수정란이 염색체를 2배로 복제한 뒤(XXYY) X와 XYY로 나뉘면 성별이 다른 두 개의 딸세포가 만들어진다.


척추동물의 초기 발생을 연구하는 김재봉 한림대 의대 교수는 “수정되지 않은 미수정란이 분열하는 단성생식이 일어난 뒤 2개의 정자와 수정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자웅모자이크는 분리되지 않은 이란성 쌍둥이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자웅모자이크는 1914년 초파리의 유전학을 연구하던 토마스 헌트 모건 당시 미국 콜롬비아대 동물학과 교수가 처음으로 발견했다. 초파리에서 멘델의 유전법칙에 따른 성별의 유전을 연구하던 그는 절반은 암컷, 절반은 수컷의 특성을 보이는 돌연변이를 관찰했다. doi: 10.3181/00379727-11-105


모건 교수는 자웅모자이크 개체의 수컷 부위는 아빠, 암컷 부위는 엄마의 특성을 닮았다고 묘사하며, 몇천 마리 중 한 마리 꼴로 이런 돌연변이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돌연변이가 발생 초기에 성염색체 비분리나 결손으로 생기는 현상일 것으로 추측했다.


자웅모자이크는 흔히 암수 한 몸인 생물을 뜻하는 ‘자웅동체’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자웅동체는 선충류나 달팽이류 등 무척추동물에서 주로 보이는 특징으로 한 개체 안에 암컷과 수컷의 생식기가 동시에 존재해 단독으로 번식이 가능하다. 반면 자웅모자이크는 성염색체에 이상이 생겨 번식이 불가능한 돌연변이 개체다.


생태학적으로도 생존 경쟁에서 불리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사슴벌레는 턱으로 적을 공격하거나 땅을 파는 등 턱을 생존 무기로 사용한다. 따라서 톱사슴벌레 자웅모자이크 개체의 경우 좌우 턱이 불균형해 생존에 불리하다.


현재 자웅모자이크 톱사슴벌레를 전시 중인 일본 미야자키현 종합박물관의 타케시타 하야토 주임은 “자웅모자이크 돌연변이는 먹이 다툼에서 매우 불리하기 때문에 성체로 발견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사람도 자웅모자이크 가능할까

 

2004년 미국 조지아주 피전 산에서 발견된 호랑나비. 제임스 애덤스 제공

자웅모자이크는 초파리 이외에도 나비와 나방 등의 곤충, 바닷가재나 새우 등의 갑각류에서 주로 나타난다. 특히 곤충은 성별에 따른 신체 구조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에 육안으로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간혹 조류에서 자웅모자이크가 발견되기도 한다. 2014년에는 미국 웨스턴 일리노이대 연구팀이 몸의 절반은 흰색(암컷), 나머지 절반은 빨간색(수컷)인 북부홍관조를 40일 이상 관찰해 국제학술지 ‘윌슨조류학저널’에 공개하기도 했다.doi: 10.1676/14-025.1


그렇다면 자웅모자이크 돌연변이가 인간에서도 나타날 수 있을까. 답은 ‘불가능’이다. 인간의 성별이 결정되는 방식은 곤충이나 조류와 다르기 때문이다. 2004년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팀의 자웅모자이크 닭 연구를 예로 들어보자.


연구팀은 자웅모자이크 닭 세 마리를 분석했다. 이들은 절반은 수컷의 흰 털과 발달한 벼슬을, 절반은 암컷의 갈색 털을 가지고 있었다. 또 수컷 부분이 암컷 부분보다 근육이 월등히 발달했고 뼈가 길고 조밀했다.

 

미국 웨스턴 일리노이대 연구팀이 발견한 자웅 모자이크 북부홍관조(위)와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팀이 200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자웅모자이크 닭(오른쪽). 출처 셜리 카드웰 (shirley cardwell)
미국 웨스턴 일리노이대 연구팀이 발견한 자웅 모자이크 북부홍관조(위)와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팀이 2004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자웅모자이크 닭(오른쪽). 셜리 카드웰 제공

연구팀은 이들의 좌우 세포가 거의 완벽하게 분리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즉 세 마리 모두 수컷 부분은 남성 염색체를 가진 세포(수컷 세포), 암컷 부분은 여성 염색체를 가진 세포(암컷 세포)의 비율이 훨씬 많았다.


연구팀은 추가로 닭의 암컷 세포를 고환(수컷 조직)에 주입해 키메라 배아를 만들었다. 그 결과, 수컷 조직에 들어간 암컷 세포는 기능을 하지 못했다. 반대로 난소(여성 조직)에 주입한 수컷 세포도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않았다. 이는 닭의 경우 한 번 세포의 성별이 결정되면 환경이 달라져도 성별이 바뀌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닭은 한쪽은 암컷, 한쪽은 수컷으로 성별이 한 번 결정되면 성체로 자랄 때까지 세포의 성별이 유지된다. 좌우를 칼로 자른듯한 자웅모자이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doi: 10.1038/nature08852
반면 포유류인 인간 배아는 초기에는 성적인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가 ‘SRY(Sex determining Region Y of the chromosome)’ 같은 특별한 유전자가 발현되거나 호르몬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받아 세포의 성별이 명확해진다.


김 교수는 “만약 인간 배아에서 염색체 비분리가 일어나도 닭처럼 좌우가 분명히 구분되는 자웅모자이크는 나타나기 어렵다”며 “인간은 발생 과정에서 성호르몬이 내분비계를 통해 온몸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벌레의 일종인 말레이정글님프는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밝은 초록빛을 띤다. 반면 수컷은 얼룩덜룩한 갈색이며 날개를 가지고 있다. 위키피디아 커먼즈
대벌레의 일종인 말레이정글님프는 암컷이 수컷보다 훨씬 밝은 초록빛을 띤다. 반면 수컷은 얼룩덜룩한 갈색이며 날개를 가지고 있다. 위키피디아 커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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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11월호, 반은 수컷 반은 암컷, 현실판 ‘아수라 백작’ 자웅모자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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