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잠이 최고의 보약

2020.11.14 06:00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남편은 수면 천재다. 배개에 머리를 붙였다 하면 3초 만에 깊은 잠에 빠지는 신통방통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장거리 비행기 안에서도 잠을 잘 자지 못해서 내리 열몇시간을 고통받는 나와 달리 앉아서 안전벨트를 착용하면 바로 깊은 잠에 빠져든다. 식사 때는 용케 깼다가 먹고 다시 잔다. 쉽게 잠 들지 못하고 작은 소리에서 쉽게 깨고 마는 내게는 수학 천재나 과학 천재보다 더 부러운 능력자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데 도움이 되는 과학적 방법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잠이 최고의 약”이라는 말처럼 잠이 우리의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양질의 수면만큼이나 효과가 좋은 혈압약이 없다고 이야기될 정도로 잠은 혈압과 심장 박동 낮추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잠은 혈당 조절과 당뇨병 예방에도 중요하며, 잠을 잘 자지 못하면 식욕이 잘 제어가 되지 않아 폭식을 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있었다. 잠은 또한 뇌에서 치매의 발병과 관련이 있는 해로운 단백질을 청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외에도 잠을 잘 자지 못하면 기억력이 감퇴하고 주의 집중 능력과, 감정 조절 능력 등이 떨어지며 심지어 잠을 잘 못 잔 날은 충동구매를 하기 쉽다는 발견들도 있었다. 양질의 수면은 학습능력과도 큰 관련을 보여서 대학생들의 경우 잠을 충분히 푹 잘 자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에 비해 훨씬 성적이 좋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 똑같이 공부를 하고 잠이 들더라도 충분히 양질의 수면을 취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깨어났을 때 더 공부한 내용을 잘 기억한다는 발견들도 있었다. 젊었을 때 잠을 잘 자지 못한 사람들은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이 더 빨리 감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잠을 잘 자지 못한 어린이들은 청소년이 되어 정신건강이 악화될 확률이 더 컸다는 발견들도 있었다. 


잠은 소위 멘탈 회복에도 도움이 되어서 큰 스트레스를 받은 후 양질의 수면을 취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정서 상태에 큰 차이가 난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사람들로하여금 잠을 잘 자지 못하게 만들거나 또는 오랫 동안 불면증에 시달린 사람을 모아 뇌를 관찰하면 ‘불안’과 관련된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나는 현상도 관찰된다. 잠을 자지 못할수록 더 심한 불안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불안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잠을 설치게 되는데, 잠을 설칠수록 더 불안해지고 그 결과 다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잠을 충분히 자지 않는 편이고 감정 조절능력과 집중력이 낮은 한편 불안이 심하다면, 혹시 잠을 적게 & 얕게 자서 그런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햇볓 쬐기


어떻게 하면 좀더 잘 잘 수 있을까? 우선 기본적인 ‘수면 위생’ 수칙들이 있다. 규칙적인 시간에 자고 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자기 전에는 폰이나 태블릿을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평소에 자는 공간과 깨어나있는 공간을 분리해서 ‘침대에서는 잠만 잔다’ 같은 원칙 또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의외로 도움이 되는 것 중 하나가 “햇볓 쬐기”다. 임상심리학자 로빈 헤이트(Robin Haight)에 의하면 해가 떠 있는 낮 시간 동안 창문을 활짝 열거나 산책을 해서 햇볕을 충분히 쐬는 것이 신체 리듬을 정상화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의 경우 판데믹으로 인한 격리 생활 중 어두운 집 안에만 있느라 몇날며칠을 지금이 무슨 요일이고 몇 시인지 모르는 상태로 지낸적이 있다. 이때는 새벽 네시가 지나도 잠이 오지 않는 등 리듬을 완전 잃었던 기억이 있다. 햇볓이 잘 드는 집으로 이사하고서부터 다시 낮에는 정신이 맑고 밤에는 졸음이 찾아오는 생경한 경험을 하고 있다. 

 

남은 시간 체크하지 말기


또한 나를 비롯해서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의 다수가 잠에 대한 불안을 보인다고 한다. “오늘도 잘 자지 못하면 어떡하지?”, “내일 아침에 중요한 회의가 있는데 피곤해서 실수하면 어떡하지?”, “앞으로도 계속 자지 못해서 매일 괴로우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이 그 예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이 잠을 자지 못해서 잠을 자지 못하는 것에 대해 걱정하지만, 걱정을 하는 순간 불안 수준과 각성 수준이 함께 올라가서 그 결과 더 잠을 자지 못하고 스트레스로부터 회복해야할 시간에 되려 스트레스를 쌓는 일이 흔히 발생한다는 것이다. 


결국 걱정과 함께 ‘불안 수준’이 높아져서 잠을 더 자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것은 잠에 대한 걱정을 멈추는 것이다. 로빈 헤이트에 의하면 이 때 중요한 팁이 바로 앞으로 잘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남은 시간 체크하지 않기’다. 밤11시, 12시,… 새벽 2시 시간이 지나갈수록 아침 기상 시간까지 몇 시간 남지 않았다며 내일의 피로를 미리 당겨서 걱정하는 것 때문에 (마치 자기실현적 예언처럼) 확실히 더 피로해지고 말기 때문이다. 


수면 습관을 기록해준다는 어플이나 기기들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만약 그 기록들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수면 시간이 더 부담스러워지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잡생각 다스리기


그 외에도 그 날 있었던 안 좋은 일이나 앞으로의 일에 대한 걱정 등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역시 나의 자아가 내게 끊임없이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 호들갑을 떨며 말을 걸어오는 통에 시끄러워서 잠을 자지 못하는 경우다. 이럴 때면 어차피 지금 이런 걱정을 해도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으므로 걱정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보거나 또는 ‘마음챙김 명상’의 기술들을 활용해볼 것을 추천한다. 


마음챙김 명상의 핵심은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 온 신경을 쏟음으로써 다른 잡생각이 떠오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자아의 입을 다물리는 기술이라고나 할까. 대표적인 것이 숨 소리에 집중하는 것인데 처음부터 무작정 내 숨소리에 집중하자고 생각하면 잘 되지 않으므로 4초간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4초간 멈췄다가 7초간 천천히 내뱉는 과정을 여러번 반복하는 식으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또 다른 기법으로는 바디 스캔이라고 해서 발끝부터 발목, 종아리, 무릎, 배, 손, 팔, 가슴, 목, 어깨, 얼굴, 미간 등 순서대로 포커스를 옮겨가며 차갑거나 뜨겁지는 않은지, 저리거나 뻐근한 감각은 없는지,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다. 나의 경우 나도 모르게 어깨와 목, 턱, 미간에 힘이 꽉 들어가있는 경우가 많다. 의식적으로 힘을 빼는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가라앉고 잠에 빠져드는 경험을 하곤 한다. 


이런 명상들을 처음부터 혼자 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명상 관련 어플이나 동영상을 통해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잔잔한 음악을 듣거나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공간을 상상해서 예컨대 풀밭에 누워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도 효과적이었다. 핵심은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서 휴식 모드로 돌려놓는 것임을 기억하자. 

 

※참고자료

-APA. Psychologically sound tips for better sleep. https://www.apa.org/research/action/speaking-of-psychology/better-sleep-tips
-Morales-Muñoz, I., Broome, M. R., & Marwaha, S. (2020). Association of Parent-Reported Sleep Problems in Early Childhood With Psychotic and Borderline Personality Disorder Symptoms in Adolescence. JAMA Psychiatry.
-Okano, K., Kaczmarzyk, J. R., Dave, N., Gabrieli, J. D., & Grossman, J. C. (2019). Sleep quality, duration, and consistency are associated with better academic performance in college students. NPJ science of learning, 4, 1-5.    
-Simon, E. B., Rossi, A., Harvey, A. G., & Walker, M. P. (2020). Overanxious and underslept. Nature Human Behaviour, 4, 100-110.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