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황금 동전 실험의 화재 예방

2020.11.11 14:00
황금 동전 실험 후 5시간이 지나 발생한 화재로 불타버린 초등학교 과학실(오른쪽)의 모습이다 담당 교사에게는 3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연구소 제공
황금 동전 실험 후 5시간이 지나 발생한 화재로 불타버린 초등학교 과학실(오른쪽)의 모습이다 담당 교사에게는 3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되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연구소 제공

학교 과학실에서 ‘황금 동전(golden penny)’ 실험을 하고 남은 아연 찌꺼기를 버린 휴지통에서 화재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이 모두 떠난 한밤중에 느닷없이 시작된 불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무려 24시간이 지난 후에 불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다. 방문학습 교사가 아파트에서 황금 동전 실험을 했다가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험을 담당한 교사가 실화죄로 사법적 처벌을 받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지고 있다. 

 

황금 동전 실험의 정체

 

구리 동전이 하얀 은색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누런 황금색으로 변하는 시범 실험은 매력적인 것이다. 실험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수산화 소듐(NaOH)과 아연 가루만 있으면 된다. 1830년경부터 구리나 철에 황동(brass) 도금을 하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던 ‘황금 동전’ 실험이다.


실험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아연 가루를 넣고 가열한 진한 수산화 소듐 수용액에 구리 동전을 넣고 잠시 기다리면 된다. 붉은 구리 동전이 슬그머니 반짝이는 은색으로 변해버린다. 그렇게 만든 은색 동전을 불꽃으로 가열하면 다시 누렇게 반짝거리는 황금색 동전이 된다. 납과 같은 평범한 금속을 금과 같은 귀금속으로 만들고 싶었던 연금술사들이 꿈꾸던 놀라운 화학적 변화다.
  물론 화학 실험실의 기본적인 안전수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수산화 소듐 수용액을 너무 센 불로 가열하지 말고, 증기를 호흡으로 들여 마시지 말아야 한다. 실험 중에 환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공기와 섞이면 폭발할 수 있는 수소 기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좁은 실험실에서 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똑같은 실험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화학적 변화는 간단하다. 아연 가루를 수산화 소듐 수용액에 넣으면 수소 기체와 함께 아연산 이온(zincate ion)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무색의 테트라하이드록시 아연 착이온 ([Zn(OH)4]의 2-승)이 만들어진다. 수용액에 녹아있는 아연산 이온이 화학적으로 ‘환원’되어 구리 동전 표면에 아연 금속으로 달라붙으면 하얗게 반짝이는 은색 동전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구리 동전에 도금된 아연을 뜨겁게 가열하면 구리와 아연이 혼합된 누런 황금색의 황동(brass)이라는 합금(alloy)이 된다.

 

황금 동전 실험에 사용한 아연 덩어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모습 (노란색은 소듐의 불꽃 색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연구소 제공
황금 동전 실험에 사용한 아연 덩어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모습 (노란색은 소듐의 불꽃 색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연구소 제공

황금 동전 실험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화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다행히 미국의 마리우스 코지크 등이 1995년 황금 동전 실험의 화학을 자세하게 설명해놓았다(하단 참고자료). 수산화 소듐 용액에서 아연이 아연산 이온으로 산화되면서 수소가 발생하는 반응은 전지전위가 0.4볼트 정도인 전형적인 산화·환원 반응이다.


아연산 이온이 수용액에서 아연 금속으로 환원되어 구리 동전 표면에 달라붙는 반응은 설명이 조금 복잡하다. 수용액에 들어있는 아연 금속과 구리 동전 주위에서 아연산 이온의 농도가 달라서 나타나는 농도차 현상 때문이라는 설명은 만족스럽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연산 이온의 농도를 매우 진하게 만든 경우에도 아연의 환원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히려 아연산 이온의 환원 전위가 환원이 일어나는 금속의 표면에 따라 민감하게 달라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다. 아연산 이온은 순수한 아연 금속에서보다 아연 금속이 붙어있는 구리 표면에서 더 쉽게 환원된다는 뜻이다. 환원 전위가 1.1볼트나 된다. 아연 원자들이 구리 동전의 격자 속으로 확산되면서 화학적으로 안정한 합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구리와 아연의 합금인 황동의 색깔 변화에 대한 설명도 생각보다 복잡하다. 구리 동전 표면에 환원된 아연이 도금되기 시작할 때는 아연의 비율이 45% 이상인 은색의 ‘감마(γ) 황동’이 만들어진다. 구리 동전의 표면이 감마 황동으로 덮여 버리면 수용액에 남아있는 아연산 이온의 환원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러나 감마 황동으로 도금된 동전을 섭씨 100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아연이 구리 격자 속으로 확산되면서 아연의 비율이 35% 이하로 줄어들면서 표면에 있던 감마 황동이 황금색의 ‘알파(α) 황동’으로 변하게 된다. 황금색으로 변한 동전을 다시 아연산 이온이 녹아있는 수용액에 넣으면 아연의 환원 반응이 다시 시작되어서 동전은 다시 은색으로 바뀌게 된다.

 

중화 반응을 이용한 화재 예방

 

황금 동전 실험 과정. 과학동아DB
황금 동전 실험 과정. 과학동아몰 DB

황금 동전 실험 자체는 간단하고 안전하다. 그런데 실험을 마친 후 비커에 남아있는 아연 덩어리의 처리가 만만치 않다. 뜨겁게 가열한 수산화 소듐 수용액에서 뭉쳐진 아연 덩어리를 그대로 휴지통에 버리면 시간이 흐른 후에 느닷없이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연 가루가 뭉쳐지면서 생긴 작은 구멍에 남아있는 진한 수산화 소듐 용액이 문제다. 아연 금속과 반응하여 아연산 이온과 수소 기체가 발생하면서 뜨거운 열이 발생한다. 특히 휴지통 속에서 수소 기체가 누적되고, 아연 덩어리의 온도가 높아지면 폭발적으로 불이 붙게 된다. 학생들이 떠난 후에 과학 실험실의 휴지통에서 뒤늦게 화재가 일어나는 것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실제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산연구소에서 아연과 수산화 소듐을 혼합한 가루에 물방울을 떨어뜨려서 화재가 발생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연산 이온이 생성되면서 온도가 섭씨 500도 이상으로 치솟았고, 소듐의 노란색과 아연의 청록색 불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휴지통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화재를 예방하는 일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아연 덩어리의 틈새에 남아있는 수산화 이온을 산성 용액으로 중화시켜주면 된다. pH 시험지를 이용해서 수용액의 pH가 7 이하인 것을 확인하고 충분한 시간이 흐른 후에 아연 덩어리를 건져내서 폐기하거나 재활용한다. 진한 수산화 소듐 용액 대신 코지크의 논문에 소개된 염화 아연(ZnCl₂) 수용액을 이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 참고자료
S. H. Szczepankiewicz, J. F. Bieron, M. Kozik, J. Chem. Ed. 72, 386 (1995)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5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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