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의 서재]노벨상 수상자의 삶에서 ‘책’을 찾아봤다

2020.11.06 10:16
노벨상 수상자 8인의 독서 이야기
노벨상 시상식. 노벨위원회 제공
매년 알프레드 노벨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 노벨위원회 제공

노벨상 수상자는 노벨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 자신의 삶을 요약한 ‘전기’ 비슷한 글을 올린다. 몇 개만 읽어봐도 부모님의 직업부터 어린 시절의 습관, 기쁘거나 슬퍼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비롯해 내용이 각양각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벨상 수상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여기에 이르는 과정은 저마다 달랐다는 의미도 된다.

 

이런 이유로 ‘호기심’, ‘천재’, ‘열정’처럼 진부한 단어를 빼면 수상자들의 이야기에서 공통된 키워드를 찾기가 쉽지 않다. 

 

노벨위원회는 공통된 키워드로 ‘독서’를 골랐다. 노벨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노벨상 수상자는 어린 시절 어떤 책을 읽었을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는데 수상자가 쓴 글에 ‘독서’를 언급한 수상자와 독서가 들어간 문단을 따로 모아뒀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무엇을 계기로 책을 읽게 됐고,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했으며 어디서 책을 읽었는지 보고 우리의 독서 습관과 비교해보라는 취지다.

 

○과학 분야 수상자 8인의 책 이야기


책에 관련된 경험도 저마다 다르지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흔한 사례는 ‘부모님의 영향’이다.

 

보손 입자가 절대 영도에 가까운 온도로 냉각됐을 때 나타나는 물질의 새로운 상인 ‘보스-아인슈타인 응축’ 연구로 2001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미국의 물리학자 에릭 코넬은 어머니가 독서를 부추겨서 책을 읽게 됐다. 코넬은 책에서 얻은 수많은 지식이 머리에 늘 둥둥 떠다녔다고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미국 물리학자 마틴 펄은 타우 입자를 발견한 공로로 199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펄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고집 덕에 자연스럽게 책과 역학을 좋아하게 됐다. 소설, 역사, 과학, 수학, 전기, 여행까지 모든 것을 읽었다.

 

서로를 인식해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분자를 만든 미국의 화학자인 도널드 크램은 1987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크램은 어머니의 ‘특별한 전략’으로 독서를 시작했다. 

 

크램은 4살이 됐을 무렵 영문학에 푹 빠진 어머니는 영웅과 여걸 그리고 위선자와 악당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어줬다. 그런데 첫 부분뿐이었다. 이야기가 가장 재밌어질 무렵 어머니는 책을 덮어 나머지를 스스로 읽게 했다. 

 

 

 

마틴 펄.

미국 물리학자 마틴 펄은 타우 입자를 발견한 공로로 199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펄은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고집 덕에 자연스럽게 책과 역학을 좋아하게 됐다. 소설, 역사, 과학, 수학, 전기, 여행까지 모든 것을 읽었다.
노벨상 수상자는 노벨위원회 공식 홈페이지에 자신의 삶을 요약한 ‘전기’ 비슷한 글을 올린다. 몇 개만 읽어봐도 부모님의 직업부터 어린 시절의 습관, 기쁘거나 슬퍼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비롯해 내용이 각양각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노벨상 수상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여기에 이르는 과정은 저마다 달랐다는 의미도 된다.

 

위장 질환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발견해 200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두 명의 병리학자는 백과사전과 인연이 깊다. 그것도 쉽게 쓰여진 백과사전이다.

 

그중 한 명인 오스트레일리아의 병리학자 로빈 워런은 대학교에 입학해 과학과 의학 역사에 관련된 책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었다. 워런은 그 시절 가장 많이 읽은 분야가 천문학과 우주라고 적었는데, 더불어 옥스퍼드대에서 만든 12권짜리 ‘주니어’ 백과사전도 읽었다고 전했다. 

 

함께 상을 받은 오스트레일리아 생리학자인 배리 마샬 역시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준 백과사전을 가장 좋아했다고 적었다.

 

자신이 사는 지역에 공공 도서관에 덕으로 독서가가 된 수상자도 있다.

 

미국의 물리학자인 로이 글라우버는 양자 광학 이론을 이용해 빛의 결맞음 이론을 정립한 공로로 2005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어린 시절 미국의 빈민가인 브롱스에서 살았던 글라우버는 자주 외출할 수 없어 책이 심심함을 달래줄 유일한 ‘구원자’였다. 글라우버는 근처 공공 도서관에서 가 쥘 베른, 알렉상드르 뒤마, 월터 스콧이 쓴 위대한 모험 이야기를 즐겼다고 전했다.

 

리처드 액설은 냄새 수용체와 후각 시스템의 구조를 발견해 200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 생물학자다. 액설은 어린 시절 자주 갔던 공공 도서관을 이렇게 추억했다.

 

“두 개의 사자 조각을 지나 한 줄로 이어진 계단을 오르면 거대한 천장이 있는 방이 나온다. 인상적인 고요함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책을 읽었다”

 

벨기에 화학자 일리야 프리고진은 책을 통해 진로를 찾은 독특한 유형이다. 프리고진은 어린 시절 글자를 읽기도 전에 피아노 악보를 읽으며 피아니스트의 꿈을 꿨다. 그러다 고전 교과목을 중요시하는 아테네중학교에 입학한 후 법률가로 장래를 바꿨던 그는 범죄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던 중 뇌의 화학적 조성에 관한 책에 빠졌다. 

 

화학에 깊은 매력을 느낀 프리고진은 브뤼셀자유대에서 화학과 물리학을 전공하게 됐다.프리고진은 열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도 거시적으로 안전한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는 ‘무산구조’를 연구해 1977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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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실감형기획취재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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