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팀 "소득 적을수록 사회적 거리두기 지키기 어렵다"

2020.11.04 16:00
탈리아 밀라노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밀라노 AP/연합뉴스 제공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슈퍼마켓 앞에서 시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밀라노 AP/연합뉴스 제공

소득이 낮을수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을 막는 데 필수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조나단 제이 미국 보스턴대 공중보건학부 교수 연구팀은 미국 내 21만 여 명의 소득 수준과 휴대전화 이동 데이터를 연결해 분석해보니 소득이 높을수록 코로나19 유행 중 집에서 머무른 기간은 길고 밖에서 일한 경험은 적었다는 분석결과를 이달 3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인간행동’에 발표했다.

 

사람들 사이 물리적 거리를 늘려 코로나19 전파를 막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코로나19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서는 학교나 직장을 폐쇄하고 재택근무나 수업을 유도하기, 여행 자제하기,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최대한 머무르기 등의 방법이 쓰인다.

 

문제는 이같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고 싶어도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재택근무를 임의로 선택할 수 없거나 밖에 나가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거리두기를 제대로 따르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은 생업을 위해 거리두기를 지키지 못하면서 코로나19에 더욱 노출되고 감염 위험도 커지는 고위험군이 될 위험 또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경제적 차이와 거리두기 사이 연관성을 분석하기 위해 익명 처리된 21만 288명의 미국 내 휴대전화 이동 정보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를 각 이용자의 연간 소득 수준과 연결했다. 소득 수준은 가장 적은 1분위를 연간 4만 870달러(4645만 원) 이하 소득으로, 5분위는 9만 3750달러(1억 645만 원) 이상 소득자로 분류했다.

 

네이처 인간행동 제공
미국 내 소득 분위에 따른 각 월별로 집에 머무르는 비율을 나타냈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는 고소득층인 5분위가 집에 머무르는 비율이 낮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 고소득층이 집에 머무르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네이처 인간행동 제공

우선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1월과 2월에는 소득이 높을수록 집을 비우는 경향이 나타났다. 1분위 중 26.9%가 하루를 꼬박 집에 머무르는 경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분위는 25%, 3분위는 23.9%, 4분위는 22.7%가 이런 경험을 했다. 5분위 그룹은 20%만 하루종일 집에 있는 경험을 했다.

 

이러한 경향은 미국에서 3월 중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역전됐다. 미국 전역에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던 4월에는 1분위 그룹 중 38%가 하루 내내 집에 있는 경험을 겪었다. 이 수치는 2분위 38.8%, 3분위 40.3%, 4분위 42.9%, 5분위 47.1%로 점차 늘어났다. 1분위는 코로나19 이전보다 11.1% 포인트 늘어난 반면 5분위는 27.1% 포인트나 늘어난 것이다.

 

연구팀은 저소득 집단일수록 코로나19가 발생해도 집 밖에서 일해야 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 또한 확인했다. 집 밖에서 주중 하루 8시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난 이들의 비율도 코로나19 이후 뒤집혔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1분위 중 19.2%가 일을 했고 5분위는 23.9%가 일했다. 반면 4월 이후에는 1분위 중 집 밖 근무 비율이 12.6%로 소폭 줄어든 반면 5분위는 10.2%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집 밖에서 일이 아닌 생필품 구매, 산책 등을 하는 행위는 소득에 상관없이 비슷하게 줄어들었다.

 

연구팀은 “이동성과 소득 간 관계에서 일어난 반전은 높은 경제적 지위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더 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부는 저소득층 주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갖추는 데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집 밖에서 일하는 비율은 집에서 머무르는 비율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저소득층인 1분위가 평소에는 집 밖에서 일하는 비율이 가장 낮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에는 가장 높아졌다. 네이처 인간행동 제공
집 밖에서 일하는 비율은 집에서 머무르는 비율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저소득층인 1분위가 평소에는 집 밖에서 일하는 비율이 가장 낮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한 이후에는 가장 높아졌다. 네이처 인간행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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