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사회심리학] 누군가 곁에 있으면 덜 아픈 이유

2020.10.31 16:42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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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머리가 심하게 아프고 어지러움과 함께 빛에 눈이 따갑거나 물건이 살짝 겹쳐 보이는 증상들이 나타나면서 병원을 찾았다. 진단결과 편두통(migraine)이라고 했다. 두통과 함께 신경학적 증상들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편두통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하지만 자가 진단은 금물.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자).

 

그 후로도 계속해서 특히 날씨가 오락가락할 때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면 머리가 안에서부터 펑 터지거나 쪼개지는 것 같은 고통이 찾아오곤 한다. 언젠가 한 번은 주치의 선생님이 머리가 어떻게 아픈지 자세히 묘사해보라고 해서 쿠르르우르르릉콰과광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산이 폭발하는 상황을 몸으로 표현한 적이 있다. 또는 번개가 여러개 쿠과광 꽂히는 상황을 묘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행히 현재는 꾸준히 치료를 받아서 많이 좋아졌지만 한창 머리가 아플 때에는 며칠씩이나 가만히 누워서 제대로 먹지도,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어쩌다 집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을 만나거나 해도 두통이 갑자기 찾아오면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고 어려움이 많아서 어느순간부터 사람들도 잘 안 만나게 되었다. 컨디션이 괜찮은 날에도 혹시나 사람들 앞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일까봐 사회적 교류를 단절하다시피 지냈던 것 같다. 당시에는 관계보다 건강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몸은 편했던 반면 날도 좋은데 나는 혼자서  뭘 하고 있는건가 싶어서 괜히 울적해지는 일이 많았던 것 같다. 어쩌면 묘한 단절감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딱히 두통이 나아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겠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의 마크 스티븐스 등의 연구에 의하면 나와 같이 만성 통증을 이유로 사람들과의 만남을 피하는 경우 고립감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질뿐 아니라 효과적인 진통제를 놓치는 손해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약 만 2천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를 통해 사회적 교류가 통증을 줄여주고 그 결과 다시 신체적 활력을 높일 가능성을 확인했다. 총 세 번에 걸친 조사에서 활발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이후 1년 후 통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렇게 통증이 감소한 정도가 1년 후 신체적 활력 정도와 관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러한 결과는 일반인뿐 아니라 만성 통증 환자들에게서도 나타났다.

 

사회적 교류를 활발하게 하면 활력이 높아지고 그 결과 통증이 줄어든다든가 아니면 통증이 줄어들고 활력이 높아진 결과 사회적 교류가 늘어날 것만 같다. 물론 이런 방향의 작용도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사회적 관계가 먼저고 그 다음으로 통증 감소, 그 다음으로 활력이 좋아지는 현상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의 경우에도 지나친 사회적 활동은 무리였겠지만 아플수록 더 사회적 접촉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갔더라면 되려 통증이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는 것.

 

언뜻 보면 상식에 반하는 발견이지만 사실 그렇게 새로운 발견은 아니다. 이미 뇌에서 신체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외로움, 소외감 등)을 관장하는 부위가 상당 부분 겹친다든가(외로움이나 소외감을 느껴도 신체적 통증을 담당하는 뇌 부위들이 활성화), 이렇게 신체적 고통과 사회적 고통 사이에 의외의 긴밀한 관계가 있어서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먹음으로써 외로움도 다소 줄일 수 있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이 외에도 얼음 물에 손을 오래 넣고 버티는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으면 고통이 줄어드는 등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나 사회적 지지가 스트레스와 신체적 고통을 줄여준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누군가 곁에 있으면 덜 아픈 현상이 나타날 뿐 아니라 반대로 곁에 사람이 없으면 더 아파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예컨대 외로운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같은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더 감기에 잘 걸리고, 같은 상처도 늦게 아물고, 사망 원인이 되는 주요 질병들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는 발견들이 있었다.

 

하드코어한 사회적 동물인 우리들은 사람으로 인해 아플 수 있는만큼 사람으로 인해 안 아플 수도 있는 것인가 보다. 누군가의 존재 자체가 곧바로 약이 되지는 않더라도 누군가를 곁에 두면 생기는 “안색이 안 좋은데 괜찮아?” 같은 작은 관심과 위로가 병원에 갈 생각이 없었던 나를 병원에 가게 만든다든가 건강한 생활을 하게 만드는 식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정기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면 최소한 자주 씻기라도 하니까.  

 

팬데믹으로 인해 외로움이 증가하는만큼 몸이 더 아파지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은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프고 사람을 만날 기분이 아니더라도 그럴수록 더 가족 또는 친구와 전화통화라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관련기사

Stevens, M., Cruwys, T., & Murray, K. (2020). Social support facilitates physical activity by reducing pain. British Journal of Health Psychology.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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