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방사선 측정하고 연소실험하고...로켓·위성 넘어 스포트라이트 받는 우주과학

2020.11.02 06:00
황정아 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우주방사선 예측모델 KREAM의 개념도. 황정아 책임연구원 제공
황정아 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우주방사선 예측모델 KREAM의 개념도. 황정아 책임연구원 제공

국내 항공기 승무원의 우주방사선 피폭량이 원자력발전소 종사자 평균치보다 10배 가량 높다는 분석이 최근 공개되면서 승무원의 방사선 피폭량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립전파연구원 우주전파센터가 운영하는 ‘항공 우주방사선 예측 시스템(SAFE)’은 1년 넘게 오작동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특정 노선과 시간에 운항하는 항공기 탑승 승객과 승무원에게 노출되는 우주방사선량을 확인할 수 있는 SAFE는 현재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우주방사선 예측모델 ‘CARI-6’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NAIRAS’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시스템이 예측한 방사선량과 실제 측정값의 오차범위가 최대 40%에 달한다는 점이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은 2013년부터 독자 우주방사선 예측모델 ‘KREAM’ 개발에 착수해 시험버전을 완성했다. 올해 상반기 KREAM의 예측 정확도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와 30회 가량 실제 우주방사선을 측정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KREAM의 예측치와 실제 측정치의 오차범위가 10%에 불과하다는 분석결과를 이달 28일부터 사흘간 제주 신화월드에서 열린 한국우주과학회 가을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국민 안전에 도움 주는 우주과학 연구

 

우주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우주개발 화두가 대규모 로켓이나 위성 발사를 통한 지구 관측과 통신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달·화성 유인탐사 계획이 본격화하면서 우주환경을 연구하고 극한 우주 환경에서의 생명과학, 소재, 반도체 연구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기혁 한국우주과학회장(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개발 선진국들은 이미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 초저온 등 극한 우주환경을 활용한 과학실험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국내 우주산업 생태계를 확대하고 국민들의 안전에 도움이 되는 우주과학 연구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아 천문연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KREAM은 은하에서 오는 은하우주방사선예측과 태양 입자에서 나오는 방사선을 먼저 입력하고 우주와 대기의 경계인 고도 100km에 들어오는 양성자와 중성자 등 각 입자들의 에너지를 추적한다. 여기에 대기 환경 모델을 적용해 항공기가 운항하는 고도인 10km에서의 입자별 에너지를 예측하고 이를 방사선량으로 계산한 뒤 유효 방사선량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거친다. 


KREAM을 개발하고 정확도 분석 연구를 수행한 황정아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미국 FAA나 NASA가 개발한 예측모델을 그대로 활용하는 것보다 자체 개발해 업데이트와 유지보수가 가능한 예측모델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며 “우주방사선뿐만 아니라 우주쓰레기 등 우주환경을 연구하는 우주과학은 국민들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중요성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 환경 속 과학’ 연구로 우주탐사 선도


박설현 조선대 기계시스템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초소형 위성을 이용해 미세중력 환경에서 연소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규명하는 연구를 국내에선 처음으로 추진하고 있다. 박 교수는 내년 4월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에 초소형 위성을 실어 우주로 쏘아올려 연소 실험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이번 학술대회에서 공개했다. 

박설현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초소형 위성. 박설현 교수 제공.
박설현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초소형 위성. 박설현 교수 제공.

미국과 유럽이 유인 달 탐사와 유인 화성 탐사에 적극 착수한 가운데 우주환경에서의 화재는 우주탐사에 나서는 우주인들의 안전과 직결된다. 박 교수는 “러시아가 운용한 우주정거장 ‘미르’에서도 화재가 발생한 적 있는 것처럼 무중력 환경에 놓이는 우주선에는 지구 대기와 달리 산소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할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우주환경에서 불이 났을 때 어떻게 확산하는지 분석하고 효율적인 화재 진압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2022년 8월 국내 첫 달 궤도선(KPLO) 발사를 앞두고 KPLO에 실리는 과학미션 탑재체의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연구도 선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김주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KPLO 탑재체가 확보하는 과학 데이터를 연구자들과 일반에 공개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중하고 있다. 


최기혁 회장은 “미국·유럽 등은 오래 전부터 우주탐사에 필요한 극한 환경 반도체 소재 연구나 3차원(3D) 바이오프린팅 기술, 유전자 조작을 통한 채소 재배 실험 등 우주과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국제 유인 달 탐사와 화성 탐사에 참여하기 위한 과학 연구와 산업 활동을 통해 새로운 우주산업 창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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