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후쿠시마 오염수 처리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다

2020.10.28 14:00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폭발 모습. 플리커(deedaveeeasyflow) 제공
동일본 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원전 폭발 모습. 플리커(deedaveeeasyflow) 제공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을 보류했다. 일본 국민의 반발과 우려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던 모양이다. 해양 방류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고, ‘국민적 합의’에 대한 요구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일본 정부가 인체와 환경에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처리수’에 대한 불신도 증폭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을 일본 국민만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을 포함한 이웃 나라들의 반발과 우려도 심각하다. 일본 정부에게 오염수의 상태와 처리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

 

처리가 어려운 삼중수소수

 

일본 정부가 태평양으로 방류하겠다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는 무려 118만 톤이나 된다. 원전 사고로 파괴된 원자로의 노심이 묻혀있던 곳에서 흘러나오는 지하수를 모아놓은 것이다. 노심에서 새나온 세슘-137을 비롯한 다양한 방사성 핵종으로 오염된 지하수를 자연에 무작정 방출할 수는 없다. 오염수의 방출에 의한 방사성 오염은 일본 해역에만 한정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루 180t씩 흘러나오던 지하수가 최근에는 140t으로 줄었다고 한다. 덕분에 이미 설치해둔 137만t 규모의 오염수 저장탱크가 포화되는 시기도 2022년 여름에서 2023년으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원전 부지 안에 있는 구식 탱크 97기를 새 것으로 교체하면 오염수의 저장 용량은 더 늘어날 수도 있는 모양이다.


현실적으로 오염수를 무한정 저장 탱크에 저장해둘 수는 없다. 사고나 부식에 의해 오염수가 새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방사성 오염의 수준을 충분히 낮춘 후에 자연으로 방출시킬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물론 적지 않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특히 국민적 합의와 주변국의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 보관된 방사성 폐기물의 모습. 그린피스 홈페이지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 보관된 방사성 폐기물의 모습. 그린피스 홈페이지

일차적으로 오염수에서 세슘-137을 비롯한 방사성 핵종을 제거한 ‘처리수’를 만들어야 한다. 처리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인정하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안전규제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일본은 ‘다핵종제거장치’(ALP)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염수에서 제거한 세슘-137과 같은 방사성 핵종은 최대한 농축해서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으로 옮겨서 관리해야 한다. 결국 오염수 방류의 가능성은 일본이 ALP를 얼마나 꼼꼼하고, 확실하게 운영하는지에 달려 있다.


처리수의 처분이 쉬운 일은 아니다. ALP를 활용하더라도 오염수에서 방사성 핵종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반감기가 12.32년인 삼중수소(T)가 걸림돌이 된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대부분 물 분자의 수소 하나가 삼중수소로 대체된 삼중수소수(HTO)의 형태로 존재한다. 삼중수소수의 화학적 성질은 보통의 물과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에 화학적으로는 분리가 불가능하다.

 

삼중수소가 방사선을 방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다행히 삼중수소의 붕괴에서 방출되는 베타선은 에너지가 너무 작아서 사람의 피부를 통과하지 못한다. 삼중수소의 방사성 붕괴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이나 음식을 섭취하거나 흡입하면 내부 피폭이 일어날 수 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공포에 떨 이유는 없다. 사람이 마신 삼중수소수는 대략 7일에서 14일이면 대소변·호흡·땀으로 배출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삼중수소에 의한 만성 중독은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도마에 오른 일본 정부의 신뢰도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월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IAEA 제공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월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IAEA 제공

삼중수소가 후쿠시마 오염수에만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삼중수소를 애써 반길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겁을 낼 이유도 없다. 어차피 지구의 대기에는 고에너지의 우주선(cosmic ray)에 의해 매년 200g이 넘는 삼중수소가 만들어진다. 매년 동해 바다에 내리는 비에 들어있는 삼중수소의 양도 5g이나 된다고 한다. 지구의 대기와 바다에 들어있는 삼중수소의 총량은 대략 3.5kg에 이른다.


우리도 삼중수소를 만들어낸다.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하는 원전과 핵연료 재처리 시설에서도 삼중수소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삼중수소의 방출량을 엄격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매년 1g 정도의 삼중수소를 방출하고 있다. 강대국의 대기 중 핵실험으로 엄청난 양의 삼중수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기도 했다. 1945년부터 대기 중 핵실험이 금지된 1963년까지 인류가 핵실험으로 배출한 삼중수소의 양은 무려 650kg이나 된다. 그중 약 20킬로그램은 아직도 바닷물에 녹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들어있는 삼중수소의 양은 3g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IAEA도 인정하는 추정치다. 무작정 무시해버릴 수 있는 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나게 많은 양도 아니다. 특히 오염수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의 양이 ‘860조 베크렐’이라고 공포에 떨 이유는 없다. ‘베크렐’은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나게 작은 양을 나타내는 단위이기 때문이다. (삼중수소 1g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의 양은 무려 357조 배크렐이다.)


일본의 ‘처리수’ 해양 방류에 대한 반발과 우려는 일본 정부가 만들어낸 것이다. 일본 정부가 오염수와 처리수의 오염 상태와 해양 방류의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일본 국민들조차 일본 정부의 투명성·신뢰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을 설득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노력은 매우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주변국의 원자력 전문가들에게 정보를 공개하고, 오염수의 처리 및 방류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를 합의하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본 정부가 알아서 처리하겠으니 믿어달라고 무작정 우길 일이 절대 아니다. ALP의 운영과 방류 계획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주변국의 협력이 불편하더라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IAEA의 투명하고 철저한 감독도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필자소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다. 2012년 대한화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과학기술,교육,에너지,환경, 보건위생 등 사회문제에 관한 칼럼과 논문 2500편을 발표했다. 《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번역했고 주요 저서로 《이덕환의 과학세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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