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196883 차원의 대칭 괴물

2020.10.24 06:00
2020년 4월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존 콘웨이 교수. 콘웨이 교수는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괴물군을 추측하고 3가지의 산재군을 밝혀냈다. 프린스턴대 제공
2020년 4월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존 콘웨이 교수. 콘웨이 교수는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괴물군을 추측하고 3가지의 산재군을 밝혀냈다. 프린스턴대 제공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수학자가 있다. 존 코웨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다. 그는 군의 이론과 응용에 관해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인 '군론'에서 현대 정수론에서 아주 중요한 모듈러 함수와 깊은 연관이 있는 이른바 '괴물군'을 작성하는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군론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대한 숫자를 규명한 것이다. 

 

우리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수는 자연수다. 자연수에는 짝수, 홀수, 삼각수, 완전수 등 다양한 수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자연수의 모임을 고르라면, 모든 수학자가 아마 ‘소수’라고 외치지 않을까 싶다. 1과 자신만을 약수로 갖는 소수는 모든 수를 이루는 기본 구성 요소이기 때문에 수학에서 매우 중요하다.  

 

군론의 기본요소, 단순군

 

군론에도 소수와 같이 기본요소가 되는 군이 있다. 바로 ‘단순군’이다. 소수가 1과 자신만을 약수로 갖는 수이듯, 단순군 역시 1에 해당하는 ‘자명군’과 자기 자신만을 ‘정규 부분군’으로 갖는다. 여기서 군이란 주어진 연산에 대해 닫혀 있고 항등원과 역원이 존재하며 결합법칙을 만족하는 집합을 의미한다.

 

단순군이 군론에서 중요하게 된 건 ‘조르당-횔더 정리’ 덕분이다. 19세기 프랑스 수학자 카미유 조르당과 독일 수학자 오토 횔더는 원소의 개수가 유한개인 모든 ‘유한군’은 단순군으로 분해할 수 있다는 조르당-횔더 정리를 증명했다. 수학에 있는 수많은 대칭 구조는 군론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데, 이 정리로 단순군은 군론의 가장 근본적인 구성 요소가 된 것이다.

 

단순군의 가장 쉬운 예로는 소수 p개의 원소를 가진 순환군 Cp가 있다. 정p각형의 회전 대칭만을 모아놓은 군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정삼각형의 회전 대칭은 3개, 정오각형의 회전 대칭은 5개, 정칠각형의 회전 대칭은 7개다. 이들이 모두 단순군이다.


얼핏 보면 소수 개의 변을 가진 정p각형의 회전 대칭이 단순군인 건 당연하다. 소수가 1과 자신 외의 다른 수로 나눠지지 않듯이, 소수 개의 원소를 가진 이 군들 역시 더 작은 군들로 나눠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단순군이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 단순군을 예측하는 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대칭 주기율표를 완성하라! 아틀라스

 

단순군의 중요성이 알려진 뒤 수학자는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모든 단순군을 찾아내고 분류하는 일이다. ‘유한 단순군 분류 정리(2004)’로 불리는 이 연구는 증명 과정에 기여한 수학자만 100명이 넘고, 논문의 분량이 1만5000쪽이 넘는 수학 역사상 전례 없던 가장 거대한 정리다. 어떤 유한군이 단순군인지 증명하고, 어떤 성질을 가지는 단순군인지 밝힌 것이다.

 

이 정리에는 5차 이상의 방정식은 근의 공식이 없다는 걸 밝히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던 ‘5차 이상의 교대군’과 소수 개의 변을 가진 정다각형의 회전 대칭 군인 순환군 Cp, 비슷한 성질을 가지는 16가지의 리(Lie) 형태의 군, 그 외에 다른 성질을 가지는 26가지의 ‘산재군’이 이름을 올렸다.

 

단순군 중에서 비슷한 성질을 가지는 16가지 종류를 모아 리(Lie) 형태의 군이라고 불러요. 이중에는 우리나라 수학자 이임학이 발견한 리(Ree)군도 있다. 그림은 리(Lie)군 중 하나인 E8 구조를 시각화 한 것. 위키미디어 제공위키미디어 제공
단순군 중에서 비슷한 성질을 가지는 16가지 종류를 모아 리(Lie) 형태의 군이라고 불러요. 이중에는 우리나라 수학자 이임학이 발견한 리(Ree)군도 있다. 그림은 리(Lie)군 중 하나인 E8 구조를 시각화 한 것. 위키미디어 제공위키미디어 제공

분류 정리에 이바지한 수학자를 뽑으라면 많은 사람의 이름이 나오겠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수학자는 모든 증명을 총괄했던 다니엘 고렌슈타인과 증명을 마무리한 마이클 에셔바허다.

 

한편 유한 단순군 분류 정리의 끝이 보이지 않던 1970년대 후반 무렵 영국 수학자 존 콘웨이를 필두로 한 수학자들은 유한 단순군을 원소로 생각한 대칭 주기율표 작성에 나선다. 바로 ‘아틀라스 프로젝트’다. 

 

유한 단순군 분류 정리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26가지의 산재군을 찾는 것이었다. 산재군은 다른 군과 성질이 다르고 불규칙해 발견하는 건 물론 원소의 개수가 유한한지 무한한지 알아내는 것도 어려웠다.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 콘웨이를 비롯한 수학자들은 산재군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괴물 같은 정리 속 괴물 같은 군

 

 

유한군의 바다에서 ‘보물찾기’를 하는 마음으로 특이한 산재군들을 찾던 콘웨이는 어느 날 어마어마한 크기의 산재군을 예측한다. 콘웨이의 추측이 맞다면 이 산재군은 무려808,017,424,794,512,875,886,459,904,961,710,757,005,754,368,000,000,000개의 원소를 갖는 군이었다. 이렇게 거대한 군이 어떤 분해도 되지 않는 단순군이라니, 처음엔 쉽게 믿을 수 없었지만 그의 추측은 맞았다. 미국 수학자 로버트 그리스 주니어와 독일 수학자 베른트 피셔가 이를 증명했다. 피셔는 이 거대한 군에 ‘괴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괴물군은 26개의 산재군 중 가장 크기가 큰 군으로, 이 군을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차원은 무려 19만6883차원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괴물이란 이름이 이보다 잘 어울릴 수 없는 셈이다. 

 

괴물군이 수학사에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거대해서만은 아니다. 현대 정수론에서 아주 중요한 모듈러 함수와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 연구 성과로 영국의 수학자 리처드 보처즈는 1998년에 젊은 수학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필즈상을 받았다. 모듈러 함수란 어떤 정수를 또 다른 정수로 바꿔주는 함수다. 

 

※관련기사 

수학동아 10월호, [옥스퍼드 박사의 수학로그] 제10화 186883 차원의 대칭 괴물

 

※필자소개

이승재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현재 독일 빌레펠트대 수학과에서 박사후연구원(포닥)으로 일하고 있다. 노래와 축구, 게임에 관심이 많다. 수학자의 삶을 지극히 개인적인 1인칭 시점으로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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