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만든 ‘동시 다중 경매’ 주파수 경매 기틀 세웠다

2020.10.14 17:53
202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윌슨 스턴퍼드대 경영학과 교수와 폴 밀그럼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스탠퍼드대 제공
202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윌슨 스턴퍼드대 경영학과 교수와 폴 밀그럼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스탠퍼드대 제공

“폴... 자네 노벨상 받았어”

 

12일(현지시간) 새벽 2시 15분 로버트 윌슨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는 같은 대학에서 근무하는 동료이자 과거 제자였던 폴 밀그럼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경매 이론을 연구한 폴 밀그럼 교수와 로버트 윌슨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두 사람은 기존 경매 방식에서 정보의 비대칭 때문에 발생하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이득 손실을 줄이는 새로운 경매 방법을 고안했다. 이 방법은 국가가 통신사업체 주파수를 할당하거나 공공 조달을 위한 쓰레기 처리 업체 선정 같은 경매에 폭넓게 활용된다.

 

경매는 가격이 정해지지 않은 상품을 거래하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주어진 조건을 활용해 최적의 해를 찾는 과정이다. 구매자는 경매 방법, 규칙, 상품에 관한 정보를 활용해 상품을 가능한 적은 금액으로 입찰받을 수 있는 전략을 찾는다. 

 

공정한 경매 방법은? 정보의 비대칭에 주목하다

 

경매는 이베이 같은 온라인 거래부터 국가 간 협상까지 활용돼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199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윌리엄 비크리가 1960년대 초 ‘경제 이론’이라는 분야를 개척하면서 공평한 경매 방법과 전략을 찾는 연구가 학자들의 관심을 이끌게 됐다. 

 

경매 방법은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영국식 경매와 네덜란드식 경매가 있다. 영국식 경매는 모든 구매자가 가격을 제시하고,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이 상품을 입찰받는다. 네덜란드식 경매는 상품을 파는 사람이 높은 가격부터 시작해 점차 가격을 낮추다가 최초의 구매 희망자에게 파는 방법이다. 

 

경매 방법과 규칙은 모든 판매자와 구매자가 알고 있지만, 상품에 관한 정보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경매에 나온 상품에 전문가만 알 수 있는 손상이 있다면,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상품의 가치를 실제보다 높이 평가해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를 ‘승자의 저주’라고 한다.

 

윌슨 교수는 1960년대와 1970년에 걸쳐 정보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상품의 실제 가치를 모를 때 구매자가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인지 밝혔다. 구매자는 정보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책정한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하거나 기권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이런 경향은 구매자 간에 불확실성의 정도가 커질수록 높아졌다. 

 

 

당시 윌슨 교수의 제자였던 밀그롬 교수는 윌슨 교수의 연구를 토대로 1980년 구매자들이 가진 정보와 구매자가 제시하는 금액의 연관성이 클수록 구매자와 판매자의 수익이 높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밀그롬 교수에 따르면 영국식 경매는 구매자가 상품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금액을 제시하므로, 금액을 제시하지 않는 네덜란드식 경매보다 공정한 방법이다.

 

새로 고안한 동시 라운드 경매, 주파수 분배에 큰 활약

 

1990년대 미국 연방 통신 위원회(FCC)는 통신 사업체에게 주파수를 분배하는 문제를 고민했다. 국가 소유인 주파수 이용 권한을 사기업 중 일부에게 분배해야 했고, 처음에는 사업체가 보낸 제안서를 토대로 결정했으므로 각종 로비가 발생하는 일이 잦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에는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바꿨지만, 주파수를 당첨자에게 임의로 배정했기 때문에 사업체가 원하는 주파수를 받을 수 없었다. 이는 곧 주파수 이용 권한에 웃돈을 얹어 판매하는 2차 거래로 이어졌고 1993년 경매를 통해 할당하기로 결정했다.

 

윌슨 교수와 밀그롬 교수는 기존 연구를 토대로 새로운 경매 방법인 ‘동시 라운드 경매(SMRA)’를 고안했다. 동시 라운드 경매는 여러 주파수를 동시에 경매하는 방법으로, 1회 이상의 라운드를 거쳐 낙찰자를 결정한다. 특정 라운드에서 한 주파수의 최고가 입찰자가 결정되면, 다음 라운드부터 다른 입찰자가 해당 주파수에 더 높은 가격으로 입찰하지 않으면 다른 주파수에 입찰할 수 없다. 모든 주파수에 더 이상의 입찰이 없으면 경매를 종료한다.

 

주파수를 하나씩 경매한다면 여러 주파수를 사고 싶은 구매자는 다른 주파수에 입찰할 돈을 남겨야하므로 섣불리 돈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는 곧 판매자와 구매자의 이득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온다. 동시 라운드 경매는 모든 주파수를 동시에 경매해 이런 현상을 방지하고 영국식 경매와 마찬가지로 낙찰가를 볼 수 있어 승자의 저주를 막을 수 있다. 

 

FCC는 1994년 7월 동시 라운드 경매로 10개의 주파수를 47개 라운드에 걸쳐 판매했고, 1994년부터 2014년까지 1200억 달러(약 137조)를 벌어들였다. 이후 핀란드, 인도, 캐나다, 노르웨이, 폴란드, 스페인, 영국, 스웨덴, 독일이 동시 라운드 경매를 이용해 주파수를 분배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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