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회전의 마법 속으로

2020.10.03 06:00
네이처 제공
네이처 제공

10월 1일자 ‘네이처’ 표지는 국내 연구진이 장식했다.

 

‘IN A SPIN’이라는 문구와 함께 회전하는 원통이 표지에 담겼다. 직역하면 ‘회전으로’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원통 안에서 회전시키는 대상은 용매다. 빨강, 노랑, 파랑 등 다채로운 색깔로 염색한 용매가 담긴 회전 원통은 얼핏 토성의 고리도 연상시킨다. 


그간 화학계에서는 약물 합성 등에 필요한 화합물 제작 공정을 자동화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왔다. 그 결과 최근에는 두 가지 시스템이 주로 쓰이고 있다. 하나는 플라스크와 밸브로 구성된 회분 반응기(batch reactor)이고, 나머지 하나는 이런 반응기 없이 미세관을 통해 연속적으로 용매와 같은 액체를 흘려 합성하는 유동 화학(flow chemistry)이다. 


하지만 이 두 공정은 정교한 반응기와 미세관을 제작하거나 다룰 때 고도의 공학 기술이 필요하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런 복잡한 장치 없이 화합물을 쉽게 자동으로 합성하는 방법은 없을까.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그룹리더(UNIST 특훈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밀도가 다른 용액은 서로 섞이지 않고 층별로 쌓인다는 사실에 착안해, 회전 가능한 원통 안에 여러 용매를 넣고, 이 용매를 마치 시험관처럼 이용해 반응물을 이동하거나 분리하는 방식으로 원통 안에서 화학반응이 자동으로 일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회전 용기 하나가 거대한 화학 반응기가 된 셈이다. 


반응물은 확산을 통해서 인접 용매로 이동할 수 있다. 연구진은 원통의 회전속도를 주기적으로 바꿔 확산 속도를 조정했다. 또 용매 층의 성질에 따라 인접한 용매도 분리했다. 연구진은 이 기법을 이용해 1980년대까지 널리 쓰인 진통제인 ‘페나세틴’과 항아메바 약물인 ‘딜록사니드’를 3~4단계에 걸쳐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논문 초록에서 밀도가 달라 섞이지 않는 용매를 10개 또는 최대 20개 이상 섞은 뒤 회전 원통에 넣고 돌리면 두께가 15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인 동심원들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특히 화학반응 과정에서 생성되는 중간 산물을 추출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 이 기술을 이용하면 쉽게 추출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연구진은 현재 기술로는 공정 과정에서 비타민C와 아스피린을 각각 추출하기가 극도로 어려운데, 회전 원통 기술을 이용해서는 쉽게 추출했다.   


연구진은 용기 하나에서 복잡한 화합물 합성이 이뤄지는 만큼 향후 화학산업계 등에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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