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하게 떨리는 블랙홀 모습

2020.09.24 18:56
EHT연구진, 수년간 데이터 활용...영화같은 모습 곧 볼 수 있을듯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처녀자리 은하 중심의 M87 블랙홀을 사건지평선망원경(EHT)으로 촬영한 사진 모음이다. EHT 제공

지난해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어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블랙홀의 모습이 사상 처음으로 사진으로 인류에게 선을 보였다. 이번에는 블랙홀이 매해 격렬하게 모습을 바꾸는 영상이 공개됐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3개 기관 200명 이상의 연구자들로 구성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은 2009년에서 2013년 사이 촬영된 처녀자리 은하 중심에 있는 M87 블랙홀의 영상을 재구성한 연구결과를 이달 23일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지난해 4월 공개된 블랙홀의 첫 사진은 2017년에 4월 중 1주일간 촬영된 영상이다. 블랙홀은 별 등이 극도로 압축해 작은 공간에 밀집한 천체다. 빛조차 빠져나가지 못할 정도로 중력이 강해 블랙홀 자체를 관측할 순 없다. 대신 블랙홀을 감싸고 있는 물질이 내는 빛을 통해 블랙홀의 모습을 추론할 수 있다. 블랙홀이 가린 그림자를 보는 셈이다.

 

전 세계 전파망원경을 결합해 세밀한 관측을 하는 프로젝트인 EHT는 사실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진 M87의 모습을 2009년과 2011년, 2012년, 2013년에도 촬영했다. 다만 이때는 EHT 망원경 구축 초기여서 영상을 만들 만한 데이터가 확보되지 않았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EHT 망원경을 구성하는 지역은 3곳에 불과했고, 2013년은 4곳이 참여했다. 2017년 5개 지역의 망원경이 확보되면서 달 표면의 당구공을 볼 수 있을 정도의 해상도를 얻었다.

 

블랙홀 주변 밝게 빛나는 부분이 매해 위치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ETH 제공
블랙홀 주변 밝게 빛나는 부분이 매해 위치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EHT 제공

연구팀은 2017년의 데이터를 토대로 2009~2013년 데이터에서 블랙홀의 모습을 통계적으로 추측해냈다. 그 결과 질량이 태양의 65억 배에 이르는 M87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한 예측 기대치와 수년에 걸쳐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홀의 그림자 지름이 이론 예측치와 맞았다.

 

블랙홀 주변의 상대적으로 밝게 빛나는 부분의 위치가 바뀌는 것도 포착됐다.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가스는 수십억 도까지 가열되고 자기장에 의해 흔들리게 된다. 이 과정에서 지구 방향으로 움직이는 물질이 도플러 효과 때문에 더 밝게 보인다. 연구 주저자인 마시에크 빌거스 하버드대 블랙홀 이니셔티브 교수는 “물질의 흐름이 격렬해 시간에 따라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블랙홀 주변의 움직임을 통해 일반 상대성이론의 새로운 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EHT는 2018년에는 그린란드 지역을 추가해 블랙홀을 관찰한 영상을 분석중이다. EHT는 올해도 블랙홀 관측에 가장 유리한 3월 말에서 4월 초 사이 관측을 이어가려 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의 여파로 이뤄지지 못했다. 내년에는 프랑스의 전파망원경도 추가돼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빌거스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술이 향상되면서 연구팀이 가까운 미래에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맛보기”라며 “몇 년 후에는 정말 영화처럼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HT 망원경은 2021년 8개 지역의 전파망원경을 활용해 더욱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EHT 제공
EHT 망원경은 2021년 8개 지역의 전파망원경을 활용해 더욱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EHT 제공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