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급 실력 AI 컬링 로봇 나왔다

2020.09.24 03:00
고려대 AI 로봇 '컬리' 연구 결과 사이언스 로보틱스 발표
고려대가 개발한 컬링 AI 로봇 ′컬리′가 컬링 스톤을 던지는 장면이다. 컬리는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리는 복잡한 전략 경기인 컬링을 인간 국가대표선수팀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AI 로봇이다. 변화하는 상황 변화에 따라 재학습 없이 빠르게 적응하는 AI 기술을 탑재했다. 고려대 제공
고려대가 개발한 컬링 AI 로봇 '컬리'가 컬링 스톤을 던지는 장면이다. 컬리는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리는 복잡한 전략 경기인 컬링을 인간 국가대표선수팀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AI 로봇이다. 변화하는 상황 변화에 따라 재학습 없이 빠르게 적응하는 AI 기술을 탑재했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영상 캡쳐

바퀴 달린 로봇이 빙판을 달리더니 살며시 동그란 돌을 밀어낸다. 언뜻 엉뚱한 방향으로 밀려나는 것 같던 돌은 만화 속 마구처럼 회전하며 방향을 틀더니 이내 과녁 모양의 원 안에 안착한다. 예리한 관찰력과 정교한 조절 능력이 필요한 겨울 스포츠 '컬링' 장면이다. 이 로봇은 세계 최강 한국 여자 국가대표팀과 펼친 약식 경기에서 대등한 경기력을 보이며 선전했다.

 

겨울 스포츠 중 하나인 ‘컬링’에 도전해 인간 국가대표선수팀과 대등한 경기를 펼친 인공지능(AI) 로봇이 국내에 등장했다. 얼음 위에서 돌(컬링 스톤)을 밀어 원하는 위치에 넣는 경기인 컬링은 스톤 투구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신체 능력은 물론, 적의 스톤을 피하거나 밀어내는 전략이 필요한 복잡한 스포츠다. AI 로봇은 프로 선수도 수 년에 걸쳐 훈련해야 얻을 수 있는 기량을 3~4일만에 습득했고 빙질 등 수시로 변화하는 변화무쌍한 환경에 능동적으로 적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성환 고려대 인공지능학과 교수와 원동옥 연구원은 클라우스로버트 뮐러 독일 막스플랑크정보학연구소 연구원과 함께 AI를 탑재한 컬링 로봇 ‘컬리’를 개발해 로봇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23일자(현지시간)에 공개했다.


현실 세계에서 펼쳐지는 스포츠는 AI가 뛰어 넘어야 할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그 동안 바둑이나 스타크레프트 등 가상 환경에서 겨룰 수 있는 게임에서 인간 챔피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AI는 여럿 개발돼 있지만, 현실 세계의 스포츠에서는 아직 인간을 이기는 AI가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과 조건을 비교적 자유롭게 통제할 수 있는 가상 세계의 게임과 달리, 실제 스포츠는 날씨와 경기장의 특성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며 시시각각 환경이 변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미세한 환경 변화가 나타나도 기존에 학습한 경기력을 유지한 채 환경 변화에만 적응할 수 있지만, AI는 처음부터 다시 모든 동작과 상황을 학습해야 한다. 


게다가 예를 들어 구기 종목의 경우 공을 던지거나 받는 행위를 하기 위해 로봇공학이 결합해야 하는데, 아직 인간의 신체 능력을 충분히 흉내내는 정교한 스포츠 로봇은 개발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AI 기술(심층 강화 학습)이 최근 크게 발전하면서 실제 환경에 적용되고 있지만, 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내용을 불확실성이 큰 실제 환경에서 활용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행동을 초래할 수 있다” 며 “재학습 없이도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용하는 로봇 훈련 방법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개발된 컬리의 배치(위)와 컬링 경기장의 배치 모습(아래)이다. 컬리는 상황을 파악하는 스킵로봇(위 왼쪽)과 스킵로봇의 정보를 처리하는 AI, 그리고 AI의 정보를 바탕으로 공을 던지는 투구로봇(위 오른쪽)으로 구성돼 있다. 스킵로봇과 투구로봇은 별도의 로봇이 아니라 같은 로봇이 모드만 달리한 것이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 캡쳐
개발된 컬리의 배치(위)와 컬링 경기장의 배치 모습(아래)이다. 컬리는 상황을 파악하는 스킵로봇(위 왼쪽)과 스킵로봇의 정보를 처리하는 AI, 그리고 AI의 정보를 바탕으로 공을 던지는 투구로봇(위 오른쪽)으로 구성돼 있다. 스킵로봇과 투구로봇은 별도의 로봇이 아니라 같은 로봇이 모드만 달리한 것이다.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 캡쳐

연구팀은 이렇게 불확실성이 큰 환경에 적응할 AI 로봇을 연구하기 위해 실제 스포츠, 그 중에서도 특히 변수가 많은 컬링 종목을 택했다. 컬링은 빙판에서 치러지기 때문에 온도와 습도 등 조건에 따라 빙질이 불규칙하게 변하는 특징이 있다. 또 우리편과 상대편의 스톤이 놓은 위치에 따라 복잡한 전략이 필요해 선수들도 여러 해 훈련이 필요한 종목이다.


연구팀은 컬링 스톤을 던지는 선수를 모사한 투구 로봇과 전략을 수립하는 스킵 로봇, 그리고 컬링 AI를 결합해 ‘컬리’라는 세계 최초의 컬링 AI 로봇을 완성했다. 스킵 로봇이 기린 목처럼 긴 목을 펼쳐 카메라를 통해 우리편 및 상대편 스톤의 위치 등 경기 상황을 인식하면 컬링 AI가 이를 토대로 투구 전략을 수립한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컬링 스톤을 던지는 데 필요한 힘과 방향, 회전 등을 결정한 뒤 스킵 로봇 반대편의 투구로봇에 전달하면 투구로봇이 적절한 움직임을 가해 스톤을 민다. 


이 교수는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빠르게 적응하는 새로운 심층 강화 학슴 기술을 개발했다”며 “정보가 적고 불확실한 실제 상황에서 오차 정보를 실시간으로 학습해 재학습 없이 실제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 “스톤을 원하는 곳에 보내기 위한 로봇공학 기술도 결합시킨 점도 성과”라며 “향후 드론이나 무  인 항해 등응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평창 동계올림픽 직후인 2018년 3월 개발 중이던 컬리를 한 차례 공개한 적 있다. 당시 경기 이천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에서 개최된 시연에서 컬리는 춘천기계공고 컬링팀에 패했다. 하지만 이후 기량이 크게 향상됐다. 비록 스윕(컬링 스톤이 잘 나아가도록 얼음을 문지르는 동작) 동작이 생략되는 등 약식 경기였지만, 지난해에는 세계 최고 실력을 자랑하는 여자 컬링 국가대표팀 및 휠체어 국가대표 상비군 팀과 총 4차례 경기를 해 이 가운데 3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는 등 수준급의 능력을 보였다.

 

이 교수는 “아직 스윕로봇은 개발되지 않았는데, 인간과 협업하면 흥미로운 결과를 낼 것이라고 본다”며 “이번 연구는 로봇과 인간이 대결하는 게 아니라 잘 협업할 수 있음을 보인 훌륭한 사례”라고 말했다.

 

컬리 개발에는 고려대 외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영남대, NT로봇 등이 참여했다.

 

컬리의 투구로봇이 컬링스톤을 던지기 직전의 모습이다. 사이언스 로보틱스 영상 캡쳐
컬리의 투구로봇이 컬링스톤을 던지기 직전의 모습이다. 사이언스 로보틱스 영상 캡쳐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작성하기

    의견쓰기 폼
    0/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