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후쿠시마 오염수 재정화 착수 해양방출 현실화?...“삼중수소 처리 쉽지 않아”

2020.09.18 06:00
올해 초 IAEA 관계자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문 당시 원전 내 오염수 저장 탱크 등이 늘어서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올해 초 IAEA 관계자들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문 당시 원전 내 오염수 저장 탱크 등이 늘어서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스가 요시히데 일본 자민당 신임 총재가 16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뒤를 이어 신임 총리로 선출됐다. 스가 총리는 앞서 신임 총재 선출이 유력한 상황에서 열린 일본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다음 정권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혀 일본이 지속적으로 내비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도쿄전력은 스가 총리의 발언 직후인 이달 15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보관중인 오염수를 일본 규제당국이 정한 방사성 물질 배출 기준치 이하로 맞추기 위한 재정화 작업에 착수했다. 후쿠시마 원전 내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이용해 약 2000t의 오염수를 재정화하는 시험을 진행하고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을 배출 기준치 이하로 낮출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일각에서는 도쿄전력의 재정화 시험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출을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재정화 시험 결과가 당초 목표대로 방사성 핵종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줄일 수 있는지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핵종을 배출 기준치 이하로 낮춰도 기술적으로 농도를 낮추기 쉽지 않은 삼중수소 처리 방안을 두고 여전히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오염수 주요 방사성 핵종은 10개...삼중수소 농도 낮추기 쉽지 않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노출된 핵연료를 식히기 위해 인위적으로 주입한 물이다. 핵연료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채 원전 부지 내에 보관하고 있다. 2019년 기준 하루 평균 180t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는 인위적으로 주입한 물 외에 2013년부터 원자로 건물로 유입돼 오염된 대량의 지하수도 포함된다. 

 

일본 정부는 2022년 8월경 원전 부지내 저장공간이 오염수 보관이 더 이상 어려울 정도로 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해양 방출과 대기 방출, 지층 주입, 전기분해, 지하매설 등 5개 방안을 검토한 끝에 올 2월 해양 방출이 적합한 방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성 핵종은 총 64종이다. 주요 핵종은 세슘-134와 세슘-137, 코발트-60, 안티몬-125, 루테늄-106, 스트론튬-90, 아이도다인-129, 트리튬(삼중수소), 탄소-14, 테크니슘-99으로 10종이고 나머지 54종은 자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주요 핵종마다 권고하는 배출 기준을 두고 있다. 강한 에너지인 감마선을 내뿜는 세슘-137의 배출기준은 리터당 90배크렐(Bq)이다.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의 세슘-137 방사능 농도는 리터당 0.0585~829Bq로 나타나고 있다. 저장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마다 방사성 핵종의 농도가 달라 이런 편차가 나타난다.


도쿄전력이 착수한 재정화 작업은 이런 방사능 농도 편차를 줄이고 각 핵종별 배출 기준치 이하로 낮추는 작업이다. ALPS의 설비 필터를 업그레이드하고 교환하는 작업을 통해 현재 보관중인 오염수를 재정화하고 방사능 농도를 확인한 뒤 기준치 미달인 경우 다시 반복적으로 재처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김윤우 원자력안전위원회 방재환경과장은 “IAEA의 검토 결과 ALPS의 성능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술적으로는 재정화를 통한 배출 기준 충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재정화가 가능한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투명한 정보 공개가 필요한 이유다. 


문제는 삼중수소다. 워낙 질량이 적어 삼중수소가 포함된 물과 일반 물을 화학적으로 분리하는 게 쉽지 않지만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을 경우 제거 설비를 통해 일부 정화 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평균 58만Bq 수준으로 제거 설비로 정화하기에는 불가능할 정도로 낮다. 동시에 배출기준치인 리터당 6만Bq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같은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삼중수소 제거 기술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민호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한국사업단 연료주기기술팀장은 “전기분해를 통해 삼중수소 농도를 낮추는 방법이 있지만 농도가 낮을 경우 전기를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며 "일본은 오염수에 물을 더 집어넣어 희석시키는 방법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양방출 여부·시점 단정 어려워


한편에선 스가 총리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해양 방출이 당장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쿄전력의 재정화 작업 결과가 나오는 데도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최근 모리셔스 인근 해역의 일본 화물선 침몰로 인한 기름 유출 사건으로 국제적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이 겹치면서 국제적 비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인접국은 물론 자국 국민을 설득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일본에서는 오염수가 해양에 그대로 방출될 경우 국제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면서 어민의 피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해양을 하지말고 저장 탱크를 증설하는 방안도 있지 않느냐는 제안도 나온다.


김윤우 원안위 방재환경과장은 “한반도 주변 오염수 모니터링 정점을 늘려가고 있으며 일본 정부 동향을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일본 현지 어민들은 빨리 결정하고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 대신 저장 탱크 증설 방안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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