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홍콩연구자 "코로나19 우한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증거있다"

2020.09.14 16:35
과학계 "가능성 낮고 근거 부족"
우한 의료 폐기물 처리하는 용역업체 직원. 중국 우한의 한 산업 폐기물 처리 업체의 직원이 5일 의료 폐기물이 보관된 컨테이너를 소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 산업 폐기물 대신 의료 폐기물 처리에 주력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제공
우한 의료 폐기물 처리하는 용역업체 직원. 중국 우한의 한 산업 폐기물 처리 업체의 직원이 5일 의료 폐기물이 보관된 컨테이너를 소독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시작한 이후 산업 폐기물 대신 의료 폐기물 처리에 주력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제공

13~14일 국내 언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을 일으키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홍콩 출신의 한 생명과학자의 주장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어 음모론에 불과하다는 게 현재까지 과학계의 결론이다. 바이러스의 게놈을 분석한 다양한 연구 결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부자연스러운 점이 많다는 게 근거다.


영국의 토크쇼 프로그램인 ‘루즈 위민’은 옌리멍 전 홍콩대 의대 연구원의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가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에서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11일 제기했다(아래 사진). 이 내용은 미국 뉴욕에서 발행되는 타블로이드 신문 ‘뉴욕포스트’에 소개됐고, 국내 주요 언론이 13~14일 비중있게 다루면서 크게 화제가 됐고 국내에도 여러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옌 연구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햄스터 전파 양상을 분석한 지난 5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논문의 공동1저자다. 옌 연구원은 자신의 연구 분야와 별도로, 지속적으로 중국 정부가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존재와 위험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도 옌 연구원은 이날도 중국 정부가 바이러스의 인간 대 인간 전파력을 알고 있었고 통제하기 어려운 바이러스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기존 주장을 하며 "바이러스가 군사적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펼쳤다. 중국 저장성 주오샨 지역에서 2015~2017년 발견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두 종(ZC45, ZXC21)이 현재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를 만들기 위한 '원본' 바이러스이며, 중국 연구팀이 이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수정해 인체 감염이 잘 되도록 만든 게 지금의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라는 주장이다.

 

옌리멍 전 홍콩대 의대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존재를 중국 정부가 사전에 알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최근 옌 연구원은 이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과학계는 가능성이 매우 낮은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루즈 위민 영상 캡쳐
옌리멍 전 홍콩대 의대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존재를 중국 정부가 사전에 알았다는 주장을 펴왔다. 최근 옌 연구원은 이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과학계는 가능성이 매우 낮은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루즈 위민 영상 캡쳐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 밝힌 연구들 "동물이 기원 가능성 높아"


하지만 과학계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게놈 전문가인 김태형 테라젠바이오 상무이사는 “이 연구자는 올해 초부터 비슷한 주장을 계속 하고 있지만 단 한번도 바이러스가 조작됐다는 과학적 데이터나 동료평가를 거친 논문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1월 바이러스의 전장 게놈(전체 게놈)이 공개된 뒤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에서 조작의 흔적을 찾기 위해 시도했지만 결국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했다는 유전체 분석 논문만 10여 편 나왔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여러 연구 결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자연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크리스티안 앤더슨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교수팀은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슨’에 발표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추정 기원’이라는 논문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의 돌기 단백질(스파이크 단백질)의 주요 결합부위(RBD) 염기서열을 박쥐,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 및 다른 인체 감염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염기서열과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코로나바이러스 표면에 튀어나온 단백질의 하나로 인체 세포 표면의 단백질인 ‘안지오텐신변환효소2(ACE2)’를 인식 및 결합해 인체 침투를 시작하는 역할을 한다. ACE2와 결합한 스파이크 단백질은 이후 또다른 인체세포 표면 단백질인 퓨린형 가수분해효소(TMPRSS2)에 의해 두 조각으로 나뉘면서 본격적으로 침투한다.


연구팀은 이 단백질 RBD의 주요 변이를 비교하고, 단백질 절단에 관여하는 염기서열 구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천산갑 등 동물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거의 같은 RBD를 지니고 있고, 세포나 동물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했다면 유전적으로 매우 비슷한 ‘조상’에 해당하는 바이러스가 분리됐어야 하지만 그런 나 그런 바이러스가 발견된 적 없다는 등 모든 면에서 인공적으로 배양됐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 바이러스가 의도적으로 증식됐다는 증거가 없으며 실험실에서 개발됐다는 시나리오가 타당하다고 믿을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6월 초 ′셀′에 발표한 논문의 결과 중 일부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비슷한 염기서열을 지닌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유사도를 전체 게놈(위) 및 스파이크 단백질(아래) 서열 위에 각각 표시했다. 숫자가 1.0에 가까울수록(위로 갈수록) 유사도가 높다. RaTG13이 전반적으로 유사도가 높은 가운데, 운난 성에서 발견한 RmYN02의 유사도도 전반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다만 RmYN02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사도가 낮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다수 아미노산의 삽인 현상 때문이며, 이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변이라고 주장했다. 또 스파이크 단백질의 RBD 영역 유사성은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은 이것을 근거로 박쥐 및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재조합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탄생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래프에는 옌리먼 전 홍콩대 연구원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한 바이러스라고 주장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인 ZC45와 ZXC21 역시 비교가 돼 있지만, 게놈 전체는 물론 RBD 영역의 유사성은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셀 논문 캡쳐
6월 초 '셀'에 발표한 논문의 결과 중 일부다.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비슷한 염기서열을 지닌 바이러스의 염기서열 유사도를 전체 게놈(위) 및 스파이크 단백질(아래) 서열 위에 각각 표시했다. 숫자가 1.0에 가까울수록(위로 갈수록) 유사도가 높다. RaTG13이 전반적으로 유사도가 높은 가운데, 운난 성에서 발견한 RmYN02의 유사도도 전반적으로 높음을 알 수 있다. 다만 RmYN02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사도가 낮다. 연구팀은 이 차이가 다수 아미노산의 삽인 현상 때문이며, 이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변이라고 주장했다. 또 스파이크 단백질의 RBD 영역 유사성은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논문은 이것을 근거로 박쥐 및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 재조합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 탄생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래프에는 옌리먼 전 홍콩대 연구원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위적으로 만들기 위해 사용한 바이러스라고 주장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인 ZC45와 ZXC21 역시 비교가 돼 있지만, 게놈 전체는 물론 RBD 영역의 유사성은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 셀 논문 캡쳐

6월 초에는 홍주오 중국산둥대 의대 교수팀이 중국 운난성에서 2019년 발견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227종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93.3% 비슷하지만, 스파이크 단백질의 RBD는 61.3%밖에 비슷하지 않아 인체세포 ACE2와는 결합하지 않으며, 이것이 다수의 아미노산이 스파이크단백질에 삽입됐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셀'에 발표했다(위 그래프). 연구팀은 이런 아미노산 삽입 현상이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서도 비슷하게 발견된다며 이 현상이 “동물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난 삽입 현상이라는 강한 증거”라고 결론 내렸다.

 

생명과학자 남궁석 SLMS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서 "감염 증대 등 목적을 위했다면 관련이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의 RBD 부위만 수정하면 되는데 실제로는 RBD 영역 외에 다른 게놈 부위에도 차이가 많다"며 "자연계에서 발견된 것처럼 보이도록 인위적으로 골고루 변이를 넣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리샤오준 미국 듀크대 의대 교수와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소, 중국 지린대 등 연구팀이 참여한 7월 1일 ‘사이어스 어드밴시스’ 논문 역시 인간과 박쥐, 천산갑 등에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 43종의 게놈 계통을 분석한 뒤 스파이크 단백질 주요 부위 염기서열을 비교했다. 


연구 결과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전반적인 서열이 가장 비슷한 것은 박쥐에 감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 가운데 한 종(RaTG13)으로 나타났다. 이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에 비해 ACE2 결합이 약한 것으로 평가됐다. 또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스파이크 단백질 결합부위의 서열이 가장 비슷한 것은 중국 광둥지역에서 발견된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로 나타났다.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이 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자연적으로 섞이면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가 탄생했을 것”이라며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의 사향고향이나 낙타처럼 직접적으로 이들 바이러스가 섞여 인체를 감염시킨 동물을 찾진 못했지만 시장에서처럼 서로 다른 종이 근접한 환경을 통해 종간 감염과 새 형질을 지니는 유전자 재조합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연구에서 사스코로나바이러스-2와 가장 비슷한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는 옌 연구원이 제시한 두 종의 박쥐 코로나바이러스(ZC45, ZXC21)가 아니라 RaTG13이었다. 이는 얜 연구원이 제시한 두 종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다. 하지만 얜 연구원은 이에 대해서도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는 8월 대만의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RaTG13 바이러스를 통해 ZC45, ZXC21에 대한 관심을 돌리려 했다"며 "진짜 최초의 바이러스는 ZC45, ZXC21과 비슷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련 증거는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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